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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 선수단, 감독의 분노를 기억해야 한다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17-11-28 09:53


경기 도중 항의하는 이환우 감독. 사진제공=WKBL

부천 KEB하나은행 이환우 감독은 평소 감정 표현을 격하게 하는 편이 아니다. 공적인 자리에서는 특히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 감독이 경기 도중 이례적으로 언성을 높이며 발을 굴렀다. 감독이 진짜 하고싶었던 말은 무엇일까.

하나은행은 27일 홈 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시즌 신한은행 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 한새와의 경기에서 57대70으로 패했다. 최근 분위기나 조직력 등 여러가지를 고려했을때 경기전부터 승리 가능성이 높은 팀은 우리은행이었다. 외국인 선수 조합이 삐걱거리고, 베테랑 임영희가 지쳐있어도 관록과 노련미가 묻어나는 우리은행은 어느덧 1위를 위협하는 강한 2위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하나은행은 승보다 패를 더 많이 쌓으면서 5위로 떨어져있는 상황이었다.

이날 우리은행에 진 것이 충격적인 결과까지는 아니다. 그러나 이환우 감독은 경기 도중 심판진을 향해 두 차례나 언성을 높였다. 3쿼터가 시작된지 얼마 안된 상황에서 한 차례 항의했고, 4쿼터 초반에는 화를 참지 못해 직접 코트 안으로 들어가 한참 동안 어필을 했다. 경기 진행이 잠시 중단됐고, 백지은이 직접 심판들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환우 감독은 벤치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다.

경기 후 이환우 감독의 입으로 직접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보통 경기 후 인터뷰는 패장-승장 순으로 진행된다. 진팀 감독인 이환우 감독이 먼저 인터뷰실에 들어와야 맞지만, 이날은 이례적으로 승장 위성우 감독이 먼저 들어왔다. 하나은행의 선수단 미팅이 길어지면서 순서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 한참 후 인터뷰실에 들어선 이 감독의 표정은 어느때보다 무겁고 참담해보였다. 고통스러워보이기까지 했다. 자리에 앉아 한참동안 입을 열지 못하던 이 감독은 작심한듯 운을 뗐다.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는데, 경기나 선수들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 제가 송구스러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복잡한 심경을 토로한 이환우 감독은 "심판 판정에서 몇가지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우리 선수들이 뒤에 숨으려고 했기 때문에 더 과도하게 항의하고 어필을 했다"고 말했다. 또 "선수들이 심판 판정에 대해 똑같이 대응할 수 없는 마음을 갖는 것이 보였다. 오늘 경기를 어떻게 했는지 스스로 돌아보길 바란다. 아직 어리고 젊은 팀 아닌가. 자기 자신을 의심하고 시스템을 의심하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승패를 떠나서 젊은 패기와 끈끈함을 가지고 경기에 임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감독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무거운 분위기 속에 어떤 취재진도 추가 질문을 하지 않았고, 이 감독은 자리를 떠났다.

결국 감독이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대상은 심판진보다 선수단이었다. 지난 시즌 김지영, 강이슬 등 젊은 선수들의 등장으로 희망을 본 하나은행은 올 시즌을 준비하며 내심 돌풍까지 욕심을 내고 있었다. 신지현, 김이슬 등 부상으로 빠져있던 선수들까지 복귀했고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도 1순위 지명권을 뽑아 이사벨 해리슨을 얻을 수 있었다. 박신자컵 등 비시즌 다양한 무대에서 젊은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했고, 자신 있게 시즌에 돌입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선수들의 플레이에서 젊은 패기보다는 주춤하는 모습이 더 나타났다. 작은 실수가 실점으로 이어지는 패턴이 계속 반복되고 있고, 승보다 패가 더 많이 쌓이다보니 점수 차이가 어느정도 벌어지면 의욕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은행전에서도 판정에 아쉬운 부분은 분명히 있었다. 우리은행 선수들이 파울을 받을 수 있을 법한 상황에서 심판들이 세심하게 보지 못한 면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보다 아쉬웠던 것은 선수들의 소극적인 자세였다. 이환우 감독도 이점을 지적하고 싶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12년동안 하나은행에서 몸 담았던 '과거의 에이스' 김정은은 이날 우리은행 유니폼을 입고 펄펄 날았다.


아직 시즌 초반이다. 만회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이날 부천 홈을 찾았던 관중들은 어리둥절한 항의 상황에다, 무기력한 패배를 모두 지켜보고 돌아갔다. 이 경기만 놓고 보면 다시 농구장을 찾을 이유가 없어보였다. 아쉽게 돌아간 팬들을 위해서라도 하나은행 선수들은 각오를 새로이 다져야 한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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