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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프로농구 신한은행이 새로운 코칭스태프를 선임했다. 박성배 신임감독을 비롯해, 하상윤 박성훈 양지희를 코치로 내정했다.
▶양 측의 입장이 다르다
그런데, 근거는 없다. 아마농구 관계자들에게 물어봐도 박 코치의 지도력에 대해서 '탁월하다'는 얘기는 없다.
그는 프로농구 SK, 삼성을 거쳐 2010년 경희대 코치, 광신중학교 코치를 했다. 이후, 광신정산고 코치를 2016년까지 한 뒤 2017년 인헌고로 자리를 옮겼다.
문제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그는 두 고등학교에서 모두 정상적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광신정산고 코치 시절, '어떤 문제'로 인해 계약기간을 제대로 채우지 못했다. 중간에 그만뒀다. 당시 이흥배 코치가 자리를 메우며 지금까지 이끌고 있다.
인헌고에서도 마찬가지다. 인헌고 감독을 오랫동안 역임했던 김승기 중고연맹 부회장은 "사정이 있어서 인헌고에서 중간에 나갔다. 구체적 얘기는 할 수 없다"고 했다.
아마농구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는 "계약기간을 체우지 못하고 중간에 나가는 지도자의 90%는 3가지 문제가 있다. 돈, 여자, 폭행"이라고 했다.
이때, 박 코치가 두 차례 그만둔 핵심 이유가 '폭행'이라는 '소문'이 불거졌다. 신한은행 측은 뒤늦게 이 '소문'을 파악하고, 진위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신한은행 이정희 사무국장은 "박 코치의 폭행 문제 여부가 대두되서, 본인과 1시간 가량 면담을 했다. 박 코치는 '몇 차례 오해의 소지가 있을 만한 해프닝은 있었지만, 폭행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얘기가 다르다. 광신정산고를 졸업한 몇몇 학부형들은 '광신정산고 골대 밑에 사각지대가 있다. 여기에서 선수 폭행이 지속적으로 이뤄졌다'고 했고, 어렵게 기자와 전화통화가 연결된 졸업생 한 명도 "사각지대에서 폭행이 이뤄진 게 맞다. 몇 년전까지만 폭행이 없는 학교가 거의 없었다. 우리도 다르지 않았다. 없는 날도 있었지만, 하루에는 많게는 5차례 구타가 이뤄지기도 했다. 물론 선수들이 잘못을 저지르고 맞는 경우도 있었지만, 폭행이 심한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입장 차이가 극명하다. 박 코치의 말이 사실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프로농구 코치로서 자격은 없는 셈이다. 신한은행이 사실 진위 여부를 철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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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신한은행은 지리멸렬한 경기력으로 매 경기 비판을 받았다. 여자농구 팬의 조롱과 조소가 끊이지 않았다. 신한은행 내부에서는 "1옵션 외국인 선수로 점찍은 어천와의 합류가 불발됐고, 이경은이 부상을 입었다. 주전들의 줄부상으로 정상적 시즌을 치를 수 없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성적의 바탕에는 신한은행 프런트의 아마추어리즘이 한 몫을 한다. 이번 감독건도 그렇다.
일단, 박성배 감독은 초보 사령탑이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친형제 코치 선임'을 강행했다. 코치 선임권은 감독에게 있는 게 맞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는 좀 더 많은 '검증'이 필요하다.
신한은행 프런트는 이런 '검증 절차'가 전무했다. 이정희 사무국장은 여기에 대해 "우리도 반대했지만, 박 감독이 계속 주장해서 어쩔 수 없이 선임했다"고 했다.
철저한 검증 없이, 뒤늦게 사태를 파악했다. 신한은행은 박 감독에게 3년의 계약기간을 보장했다. 신한은행 농구의 3년 간 운명이 그에게 달려있다. 그런데 코칭스태프에 대해 '검증'이 없었다. 오해의 소지가 많을 수 밖에 없는 친동생의 코치 선임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신한은행은 자신의 팀이 프로라는 점을 망각한, 완벽한 아마추어적 행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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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은 '진실게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그런데 '사실 관계'를 명확히 밝히기가 쉽지 않다.
흑막에 쌓여 있는 아마농구의 '이상한 시스템' 때문이다. 아마농구에 정통한 복수 관계자들은 "아마추어 사령탑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나가는 것의 90%는 3가지 문제 때문이다. 돈, 여자, 폭행 사건"이라고 했다.
돈 문제는 기형적 구조 때문에 발생한다. 학교에서 감독들의 월급을 주지 않는다. 해당 교육청에서 50%를 부담하고, 학부모들이 '지원금' 형태로 50% 정도가 나가는 게 관례다. 한 관계자는 "고교 코치의 경우, 평균 급여는 월 350만원 정도"라고 했다. 그런데, 특정 지도자들은 더 많은 지원금을 걷는다. 특별한 기준이 없다. 지도자 개인이 '비리'를 저지를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농구로 '대학'을 가야 하는 학부모 입장에서는 지도자들의 요구를 울며 겨자먹기로 들어줄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또 다른 한 관계자는 "대학에 진학시킨다는 명목으로 돈을 받은 뒤 대학행이 좌절되면 이때 교육청에 투서를 넣는다. 그러면 학교가 부담을 느낀다. 해당 지도자가 일찍 사표를 내는 선에서 대부분 마무리가 된다"고 했다. '폭행' 문제에 대해서는 한 아마 지도자는 "요즘 많이 정화가 된 편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구타를 하는 학교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다"고 반박했다.
즉, 어떤 '문제'의 소지가 생길 여지가 보이면, 발 빠른 대응으로 먼저 '사표'를 던진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아마 농구 선수들이거나, 학부모들이다. 자신의 미래를 위해, 자기 자식의 미래를 위해 참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 버린다.
'사표'를 던진 사령탑은 또 다른 학교의 코치로 '이상한 로테이션'이 된다. 악순환이 되풀이 된다.
필자가 통화를 시도한 많은 학부모들은 직접적 응답을 꺼려했다. '폭행이 있었습니까'라는 단순한 사실 확인만을 요청했지만 묵묵 부담이었다.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하지도 않았다. 충분히 그럴 수 있고, 그럴 수밖에 없다. 자식의 미래가 걸려 있기 때문에, 일말의 피해도 받기를 원치 않는 '부모님의 마음'은 당연하다.
이런 구조는 '이상한 지도자'를 양성한다. 당연히 중, 고교 농구 선수들이 '제 1의 피해자'다. 뒷바라지하는 학부모들도 마찬가지. 신념을 가지고 후배 양성에 묵묵히 노력하는 일부 선량한 아마 지도자들에게도 '주홍글씨' 낙인이 찍힌다. 한국농구 발전을 마비시키는 '독버섯'같은 구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스포츠 비리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대한민국농구협회와 중고 농구 연맹은 문체부와 대대적 합동조사를 통해, 이런 구조를 근절할 필요가 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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