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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4강PO]노련한 타짜vs패기의 초짜. 감독들의 전쟁이다

기사입력 2019-04-02 15:39


남자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4개팀. 현대모비스 유재학 감독과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 LG 현주엽 감독, KCC 스테이시 오그먼 감독(왼쪽부터). 사진제공=KBL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베테랑 타짜' vs '패기와 투지로 무장한 초짜 도전자'

남자농구 플레이오프 1라운드가 마무리됐다. 정규리그 3위 창원 LG와 6위 부산 KT 그리고 4위 전주 KCC와 5위 고양 오리온. 치열한 6강 플레이오프(PO, 5전 3선승제)를 거친 결과 LG와 KCC가 4강행 티켓을 따냈다.

두 팀은 이제 4강 PO에서 더 강한 적을 만난다. LG는 정규리그 2위인 인천 전자랜드와 싸운다. KCC의 상대는 이번 시즌 압도적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울산 현대모비스다. 앞서 6강 PO를 치르며 체력을 소진한 LG나 KCC에 비해 현대모비스와 전자랜드는 미리 4강에 올라 느긋하게 상대를 기다려 왔다. 객관적 전력은 둘째로 쳐도, 확실히 체력 면에서는 현대모비스와 전자랜드가 유리한 게 사실.

그런데 이번 4강 PO에는 흥미로운 대결 구도가 있다. 바로 감독들의 지략대결. 구체적으로는 '타짜'와 '초짜'의 정면 승부다. 현대모비스를 이끌고 있는 유재학 감독과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플레이오프의 단골손님으로 오랜 감독 경력만큼이나 수많은 경험을 갖고 있다. 말 그대로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해본 인물들. 특히 유재학 감독은 정규리그 6회 우승과 챔피언결정전 5회 우승의 화려한 이력을 지닌 'KBL리그 최고의 명장'이다. 비록 우승 경험은 없어도 유도훈 감독 역시 KBL리그의 대표적인 지략가로 통한다.

반면 LG 현주엽 감독과 KCC 트레이시 오그먼 감독은 이번 시즌에 처음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있다. 그로 인해 경험의 무게에서 현저히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나름의 경쟁력이 있다. 현역 시절 최고의 파워포워드로 사랑받았던 현 감독은 지난 시즌 친정팀 LG의 사령탑으로 처음 부임했다. 하지만 부임 첫 해는 고전을 면치 못했고, 결국 정규리그를 9위(17승37패)로 마감했다.

그러나 현 감독 또한 '승부사'였다. 선수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전술을 보완하는 등 절치부심한 끝에 부임 2년차인 이번 시즌 팀을 정규리그 3위(30승24패)로 이끌었다. 지난 시즌 승패마진 '-20'이었던 팀을 불과 1년 만에 '+6'으로 탈바꿈 시킨 것. 뛰어난 업적이 아닐 수 없다.

이런 현 감독은 유일한 취미이자 습관은 '경기영상 관람하기'다. LG 구단 관계자들이 "우리 감독님은 시즌 중에 받는 스트레스를 마땅히 풀어낼 곳이 없는 것 같아 걱정이다. 좀처럼 숙소 밖으로 나오는 법이 없다"고 할 정도. 경기가 끝나면 홀로 숙소 방에서 경기 영상을 돌려보는 게 현 감독의 패턴이다. 당일 LG 경기는 물론, KBL리그 전경기 심지어 NBA나 유럽리그 경기 영상까지 본다고 한다. 마치 수험생이 문제집을 풀 듯, 정성껏 경기 영상을 반복 시청한다. 그 덕분인지 확실히 부임 2년차의 현 감독은 지난 시즌보다 한층 여유롭고 노련해졌다.

KCC 오그먼 감독 또한 장점이 확실하다. 일단 경력이 엄청나다. 대학(네바다 주립대) 시절 '올해의 수비상'을 3번이나 수상했고, 1990년에는 미국대학체육협회(NCAA) 우승을 차지하며 1991년 NBA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9순위로 애틀랜타 호크스에 입단해 15년간 NBA 무대에서 활약했다. 코치 경력도 풍부하다. 현역 은퇴 후 덴버 너게츠와 모교인 네바다 주립대학, 밀워키 벅스 등에서 코치를 맡았다. '스펙'면에서는 압도적인 존재감이다.


이번 시즌 KCC 코치로 한국에 온 오그먼 감독은 리그 초반인 지난해 11월 중순, 성적 부진으로 사퇴한 추승균 전 감독 대신 감독 대행으로 지휘봉을 이어받아 어수선한 팀을 빠르게 수습했다. 결국 정식 감독으로 승격된 오그먼 감독은 낯선 리그에서 팀을 정규리그 4위로 이끈 데 이어 첫 PO 무대도 성공적으로 통과했다.

오그먼 감독 또한 이번 6강 PO에서 전략가의 면모를 보여줬다. '스몰 라인업'을 내세웠던 정규시즌과 달리 오리온을 상대하기 위해 하승진을 적극 기용하는 식의 맞춤형 전략을 들고 나왔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때문에 4강 PO에서도 '현대모비스 격파책'을 나름 준비했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KCC는 정규시즌에 현대모비스와 호각(3승3패)을 이뤘던 팀이다. 그래서 유재학 감독과 오그먼 감독 사이에서 치열한 전술 싸움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타짜'와 '초짜'의 승부. 결과는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 4강 PO의 기대감이 더욱 커지는 이유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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