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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착오'일까? 황당한 KBL, 하루만에 외인교체 횟수 유지 발표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9-04-03 11:44



"단순 착오였습니다.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정말 단순 착오로 벌어진 일일까. 아니면 또 다른 배경이 있는 것일까. '착오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설명은 결국 스스로의 무능함과 안일함을 자인하는 이야기다. 충분치 않은 설명이라 계속 의혹은 커진다.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이 하루 사이에 어처구니 없는 정정 발표를 했다. 불과 하루 만에 다음 시즌 외국인 제도의 근간을 180도로 뒤집은 것. 2일 오후에는 '무제한 교체'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가 3일 아침에 이를 다시 '2회 제한 유지'로 번복했다. '단순 행정 착오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KBL은 지난 2일 오후 2시 서울 논현동 KBL센터에서 제 24기 제4차 이사회를 열었다. 여기서 다음 시즌 프로농구에 영향을 미치게 될 매우 중요한 내용들이 논의됐다. 핵심 내용은 두 가지다. 2019~2020시즌 샐러리캡을 이번 시즌보다 1억원 인상된 25억원으로 인상하며, 70% 이상 의무소진 규정을 폐지한다는 것. 그리고 기타 사유로 인한 외국인 선수의 시즌 대체 시 횟수 제한(종전 2회)을 없애겠다는 내용이다. 두 가지 모두 구단 운영에 밀접하게 관계돼 있는 내용이다. 다음 시즌 판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사항인 셈이다.

이런 내용이 이사회에서 의결된 후 KBL이 보도자료로 정리해 각 언론사에 배포한 시각은 2일 오후 5시 49분이었다. 회사나 개인의 시스템 환경에 따라 1~2분 정도 차이가 있을 순 있다. 어쨌든 KBL 측은 "이사회가 끝난 뒤 최대한 빨리 30~40분 안에 보도자료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후 약 17시간이 지난 3일 오전 10시 26분에 KBL은 또 다른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이 보도자료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외국선수 기타 사유로 인한 시즌 대체 시 횟수 제한 없이 교체가 가능한 것으로 발표했으나 이는 회의 결과를 정리 하는 과정의 착오로써 KBL은 현행과 동일하게 2회를 유지하기로 하였음".


결국 다음 시즌에도 부상이 아닌 기타 사유에 의한 외국인 선수 교체는 이번 시즌처럼 딱 2번만 가능하다는 뜻이다. 전날 보도자료 발표 이후 나왔던 다음 시즌 달라진 제도로 인한 외국인 영입 및 운용 계획에 대한 전망이나 예상은 전부 부질없는 일이었다.


외국인 선수 교체 횟수에 대한 내용은 단순 착오로 치부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구단의 선수 운용 방식과 시즌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화다. 게다가 '유지와 폐지'는 너무나 극명한 대척점에 있는 관념이다. 혼동을 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흑과 백', 'go와 stop'이 헷갈릴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실 보도자료가 정정 발표되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대부분 명칭이나 장소, 날짜 및 시간 등이 헷갈리거나 잘못 전달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소한 건 아니지만, 충분히 착오가 발생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그리고 이런 경우 정정은 금세 이뤄진다. 첫 발표 이후 빠르면 몇 분내에 수정이 되거나 오래 걸려도 두 세 시간을 넘기지 않는다.

하지만 KBL은 두 가지 점에서 큰 실책을 범했고, 의혹을 남겼다. 하나는 절대 단순 착각하기 어려운 내용, 즉 '유지와 폐지'를 착각했다. 착각하기도 어렵고, 설령 처음에 착각해서 내용을 잘못 전달했더라도 충분히 수정될 수 있다. 제도가 완전히 바뀌는 데, 내부적으로 재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을까. 보도자료 작성 후 기본적으로 몇 단계 결제를 거치는 게 통상적이다. KBL도 그렇게 한다. 첫 보도자료가 틀리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의혹이 여기서 발생한다.

두 번째로는 이런 큰 오류를 정정하는 데 무려 17시간을 소비했다. '2일 오후→3일 오전'으로 사실상 하루를 날려버렸다. 단순 착오라면 수정하는 데 과연 이렇게 긴 시간이 필요했을까가 의문이다. 일단 결의된 사항이 모종의 이유로 밤 사이에 다시 변경됐을 수도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사회 회의록이 대중에 무수정본으로 전면 공개될 필요성이 있다.

KBL 관계자는 "의혹이 들 수는 있겠지만, 정말 보도자료를 빨리 만들려는 과정에서 행정적 착오에서 벌어진 일일 뿐이다. 우리도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럽다"고 말했다. 이어 제4차 이사회 회의록 공개 요청에 관해 "사안이 중요한 만큼 회의록 공개에 대해 내부적으로 건의하고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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