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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착오였습니다.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KBL은 지난 2일 오후 2시 서울 논현동 KBL센터에서 제 24기 제4차 이사회를 열었다. 여기서 다음 시즌 프로농구에 영향을 미치게 될 매우 중요한 내용들이 논의됐다. 핵심 내용은 두 가지다. 2019~2020시즌 샐러리캡을 이번 시즌보다 1억원 인상된 25억원으로 인상하며, 70% 이상 의무소진 규정을 폐지한다는 것. 그리고 기타 사유로 인한 외국인 선수의 시즌 대체 시 횟수 제한(종전 2회)을 없애겠다는 내용이다. 두 가지 모두 구단 운영에 밀접하게 관계돼 있는 내용이다. 다음 시즌 판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사항인 셈이다.
이런 내용이 이사회에서 의결된 후 KBL이 보도자료로 정리해 각 언론사에 배포한 시각은 2일 오후 5시 49분이었다. 회사나 개인의 시스템 환경에 따라 1~2분 정도 차이가 있을 순 있다. 어쨌든 KBL 측은 "이사회가 끝난 뒤 최대한 빨리 30~40분 안에 보도자료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외국선수 기타 사유로 인한 시즌 대체 시 횟수 제한 없이 교체가 가능한 것으로 발표했으나 이는 회의 결과를 정리 하는 과정의 착오로써 KBL은 현행과 동일하게 2회를 유지하기로 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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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선수 교체 횟수에 대한 내용은 단순 착오로 치부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구단의 선수 운용 방식과 시즌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화다. 게다가 '유지와 폐지'는 너무나 극명한 대척점에 있는 관념이다. 혼동을 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흑과 백', 'go와 stop'이 헷갈릴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실 보도자료가 정정 발표되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대부분 명칭이나 장소, 날짜 및 시간 등이 헷갈리거나 잘못 전달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소한 건 아니지만, 충분히 착오가 발생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그리고 이런 경우 정정은 금세 이뤄진다. 첫 발표 이후 빠르면 몇 분내에 수정이 되거나 오래 걸려도 두 세 시간을 넘기지 않는다.
하지만 KBL은 두 가지 점에서 큰 실책을 범했고, 의혹을 남겼다. 하나는 절대 단순 착각하기 어려운 내용, 즉 '유지와 폐지'를 착각했다. 착각하기도 어렵고, 설령 처음에 착각해서 내용을 잘못 전달했더라도 충분히 수정될 수 있다. 제도가 완전히 바뀌는 데, 내부적으로 재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을까. 보도자료 작성 후 기본적으로 몇 단계 결제를 거치는 게 통상적이다. KBL도 그렇게 한다. 첫 보도자료가 틀리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의혹이 여기서 발생한다.
두 번째로는 이런 큰 오류를 정정하는 데 무려 17시간을 소비했다. '2일 오후→3일 오전'으로 사실상 하루를 날려버렸다. 단순 착오라면 수정하는 데 과연 이렇게 긴 시간이 필요했을까가 의문이다. 일단 결의된 사항이 모종의 이유로 밤 사이에 다시 변경됐을 수도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사회 회의록이 대중에 무수정본으로 전면 공개될 필요성이 있다.
KBL 관계자는 "의혹이 들 수는 있겠지만, 정말 보도자료를 빨리 만들려는 과정에서 행정적 착오에서 벌어진 일일 뿐이다. 우리도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럽다"고 말했다. 이어 제4차 이사회 회의록 공개 요청에 관해 "사안이 중요한 만큼 회의록 공개에 대해 내부적으로 건의하고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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