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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망한 신인상' KBL 신인드래프트 연초 개최론 힘실린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20-04-09 06:07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과거로의 회귀? 복고풍도 있지 않은가.'

남자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 시기를 가을에서 연중 초·중반으로 변경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선수 신인 드래프트는 2012년 1월 개최 이후 10월(11월)로 변경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과거로의 회귀지만 10월 개최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

신인 드래프트 개최 시기 변경론의 도화선이 된 것은 2019∼2020시즌 '민망한 신인상'이다. 이번 시즌 신인상 자격을 얻은 선수는 DB 김 훈(23경기), LG 박정현(20경기), 오리온 전성환(17경기) 등이다. 그런데 생애 한 번뿐인 신인상을 주기에는 개인 성적이 너무 초라하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가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2019∼2020시즌이 42∼43경기 만에 조기 종료돼 정규리그 11∼12경기를 덜 치렀다. 신인왕 후보들은 개인성적을 만회할 기회를 그만큼 잃었다. 김 훈의 경우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까지 감안하면, 잃어버린 기회는 더 늘어난다. 신인상의 권위가 떨어진 사태는 지난 2003∼2004, 2015∼2016시즌에도 있었지만 올해는 코로나19까지 맞물려 가장 심하다는 여론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주요 원인은 매년 정규리그 초반에 신인 드래프트를 열고, 신인들을 2라운드부터 출전토록 하기 때문이다. 2019년에도 2라운드를 막 시작한 11월 4일 신인 드래프트를 가졌고 며칠 뒤 일부 신인은 출전했다. 그것도 '몸이 되는' 신인만 가능했다. 당시 문경은 SK 감독이 "대학에서 얼마나 혹사당했는지 체력 테스트를 해보니까 나보다 못한 선수도 있더라. 이번 시즌에 기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한탄한 데서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이번 시즌에도 총 22명의 신인이 뽑혔는데 자격을 갖춘 이가 3명밖에 안됐을 정도다. 1, 2월 열리던 신인 드래프트가 10, 11월로 변경된 것은 2012년이다. 그해에는 드래프트가 1월, 10월에 두 번 열렸다. 당시 힘을 얻은 논리는 '대학 4학년 신인 선수들은 대학 졸업하고 대략 8개월 뒤에야 프로에서 뛰게 되는데 공백 기간을 줄여 프로 데뷔하는 기회를 빨리 주는 게 낫다'는 주변 여론이었다. 하지만 세상이 달라졌다. 특히 '최서원(옛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때 딸 정유라의 대학생활 특혜가 불거진 이후 대학 특기생의 학사일정 관리가 엄격해졌다. 대학 선수들은 일반 학생과 똑같이 학사일정을 소화하고 대회를 치르느라 사실상 만신창이가 된 채로 프로에 입단할 수밖에 없고 결국 팀에서는 '계륵'이 된다. 프로팀의 A감독은 "프로 선배들은 비시즌 기간 체계적인 준비 기간을 거쳐 시즌을 맞이한다. 성적을 내야 하는 팀 입장에서 이미 갖춰진 조직력에 신인을 당장 끼워넣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래서 떠오른 연초 회귀설


A감독의 말대로 과거처럼 김승현 양동근 오세근같은 '대어'가 나오는 시절도 아니다. 최근 농구 자원 추세로 볼 때, 신인들은 1년 동안 꾸준히 '프로선수'로 만들어놓아도 식스맨 자리에서 제몫을 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이런 가운데 '공부하는 선수' 체제가 굳어지면서 대학리그가 끝나자마자 드래프트에 선발돼 프로에서 당장 뛰는 것은 더욱 힘들다. 오히려 선수를 혹사시켜 선수생활을 망칠 우려가 커진다. 신인 드래프트를 연초에 개최할 경우 구단들은 육성 계획에 따라 다음 시즌을 바라보며 신인을 키워갈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된다. 2019∼2020시즌 처럼 극소수 신인만 리그 중간에 선보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기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비슷한 조건에서 '신인들의 잔치'를 보여줄 수도 있다. B구단 관계자는 "당장 시기를 변경했을 경우 신인상 대상자가 겹치는 문제도 어려운 게 아니다"면서 "2012∼2013시즌 사례가 있다. 1월과 10월 신인을 함께 묶어 신인상 대상자를 가릴 수 있고, 올해 10월 드래프트를 내년 1, 2월로 연기하면 겹치는 문제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구단 관계자는 "굳이 과거처럼 1, 2월이 아니더라도 어떤 방식으로는 드래프트 시기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신인들이 시즌 중간에 합류하는 게 아니라 온전하게 한 시즌을 치른 뒤 평가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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