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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이제 조금 마음 놓고 쉴 수 있겠네요."
원래 여자프로농구 FA는 원소속팀 우선 협상이 있어 대어들의 이적이 힘들었는데, 이번 비시즌부터 제도 변화가 있었다. FA 재자격을 얻는 선수들을 2차 FA로 분류, 원소속팀 우선 협상 없이 자유롭게 팀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우리은행의 6년 연속 통합우승과 이번 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이끈 박혜진이 시장에 나오자, 여자농구판이 들썩였다. 영입만 하면 최소 플레이오프 진출은 확보에, 우승까지 넘볼 수 있는 최강의 카드였다.
적극성의 차이는 있었겠지만, 우리은행을 포함한 6개 전구단이 박혜진 영입전에 '참전'했다. 간판스타를 지켜야 하는 우리은행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돈으로 승부를 볼 수 있다면 차라리 마음이 편했다. 여자프로농구 FA는 연봉 상한액이 3억원이다. 세간에 알려진대로 인센티브를 더해준다 해도 액수로는 큰 차이를 낼 수가 없었다. 결국 우리은행의 전략은 정성이었다.
위 감독은 "말 그대로 정성을 쏟았다. 진심을 전하고 싶었다.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을 최선을 다해 보여줬다"고 밝혔다.
실제 위 감독은 박혜진을 향해 "이제 지도 스타일을 바꾸겠다. 더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고 화도 내지 않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위 감독은 이에 대해 "박혜진은 8년간 나와 함께 하며 단 한 번도 '힘들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 그만큼 성실한 선수다. 말은 안했지만 얼마나 힘들었겠나. 이제 박혜진도 고참이고,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가 됐으니 앞장 서서 후배들을 잘 이끌어달라는 얘기를 했다. 또, 필요한 게 있으면 주저 없이 얘기를 해달라고도 말했다"고 설명했다.
위 감독 말에 따르면, 똑같이 FA 자격을 얻은 선배 김정은도 박혜진 잔류에 큰 힘이 됐다고 한다. 같이 뛰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했고, 자신의 계약보다 박혜진 계약을 우선시 해달라고 구단에 말해 후배를 기쁘게 했다.
계약을 진두지휘한 정 국장은 "솔직히 불안하기도 했다. 그래도 박혜진이 팀이 남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지난 10년간 암흑기, 영광의 시절을 모두 함께 했었다"고 말하며 "박혜진은 금전적 대우 등으로 저울질하는 선수가 아니다. FA 제도가 바뀐 후 자신이 팀을 옮기지 않으면 제도 변화의 의미가 퇴색돼 후배들에게 피해가 갈까 그 걱정을 가장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충분히 이해했다. 박혜진이 어떤 결정을 내렸더라도 존중했을 것이다. 마지막 선택을 우리와 함께하는 것으로 해줘 그저 고마운 마음 뿐이다. 구단도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우를 했다"고 했다. 정 국장에 따르면 박혜진 역시 마음 고생으로 얼굴이 상해, 협상 테이블에서 제대로 쳐다보기 힘들 정도였다고 한다.
위 감독은 계약 전까지 불면의 밤을 보냈다. 위 감독은 "우승한 것만큼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하며 웃었다. 계약을 마치고 21일 서울행 기차에 오른 정 국장은 "마음 고생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이제 한시름 놓고 쉴 수 있어 다행"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우리은행은 박혜진과 함께 베테랑 김정은, 포워드 홍보람과도 FA 계약을 체결했다. 김정은 역시 선수 상한액 3억원의 연봉을 받게 됐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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