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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소변까지 받아주신 부모님을 위해…."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정효근은 코트 밖에서도 한층 성숙된 자세를 보였다. 대승의 기쁨을 만끽하기 앞서 전주 KCC와의 1차전 패배에 대해 "내가 잘 못해서 그랬다"며 '내탓이오'를 외쳤다.
16일 KCC와의 홈개막전은 주말인데다, '인기남' 허 웅(KCC)이 있었기에 만원 관중이었다. 그러다 19일 경기 관중석은 상대적으로 썰렁했다. 이에 정효근은 "우리의 잘못이다. 팬들이 더 찾아오도록 노력하겠다"며 또 '반성 모드'였다.
정효근이 이처럼 '이타적인 플레이'에 재미를 들인 것은 부상을 겪으면서 얻은 가르침이 컸기 때문이다. 정효근은 처음 수술 받았을 때를 떠올리며 "'인생을 잘못 살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면서 "코트 안에서는 최고라는 자부심도 있었지만 다쳐서 코트 밖 세상으로 나갔을 땐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절감했다"고 말했다.
실의에 빠진 정효근을 이끌어 준 이가 이모부와 퍼스널 트레이닝 권위자 강성우 박사였다. 정효근은 "재활센터와 우리 집이 멀어 이모부와 함께 살면서 재활을 다녔다. 이모부가 친자식처럼 보살펴 주시는 데다, 강 박사께서도 혼신의 정성을 쏟아 성공적인 재활로 인도해주셨다"며 그들의 정성 덕에 마음의 상처도 치유됐다고 했다.
무엇보다 정효근을 감동케 한 이는 부모였다. "수술 초기에는 한동안 가만히 누워서 꼼짝할 수가 없다. 소변도 혼자 해결하기 힘들 정도였는데 부모님이 아무 거리낌없이 소변을 다 받아주셨다. 죄송스러우면서도 너무 감사했다. 나도 나중에 부모가 될텐데, '부모'라는 말의 무게를 새삼 느꼈다." 다시 떠올려도 가슴 뭉클한 듯 정효근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주변의 도움 덕에 성공적으로 복귀한 정효근은 다짐했다. "받은 은혜를 보답하면서 살자. 무엇을 하든 열심히 뛰자."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