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스타즈가 여자 프로농구 정규리그 6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시즌 최종전에 가서야 우승을 확정지을 정도로, KB에겐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만년 하위팀 하나은행이 이상범 감독 부임 이후 시즌 중후반까지 1위를 달리는 엄청난 돌풍을 일으킨 영향도 컸지만, 그만큼 시즌 전부터 '절대 1강'으로 꼽혔던 KB의 전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뜻도 됐다.
하지만 9할이라는 압도적인 승률로 1위를 달성했던 2년전과 달리 이번엔 7할에 머물렀음에도 불구, KB의 응집력이 더 무섭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가드 허예은, 포워드 강이슬, 센터 박지수로 이뤄진 이른바 '허강박 트리오'의 존재감 때문이다.
사실 그동안 KB는 '박지수의 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센터에 대한 의존이 절대적이었다. 가뜩이나 여자 프로농구에서 외국인 선수 제도가 없어지면서, 박지수의 위용은 더 커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박지수가 해외진출로 빠졌던 지난 시즌 KB는 강이슬과 허예은을 중심으로 똘똘 뭉쳤고, 1년만에 컴백한 박지수의 합류 후 비로소 처음으로 '트리오'라는 말을 붙일 수 있을만큼 이들의 시너지 효과는 남다를 수 밖에 없었다.
지난 30일 BNK전 승리로 우승을 확정지은 후 홀가분한 마음으로 인터뷰에 나선 이들 3명은 "팀에 우여곡절이 참 많았지만, 그래도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준 덕에 기쁨을 맛볼 수 있는 것 같다"며 같은 목소리를 냈다.
주장 박지수는 "벼랑 끝 승부에서 고통스럽기도 했지만 결국 정규시즌 정상에 올랐기에 재밌는 시즌이었다"고 웃으며 "동료 선후배들이 궂은 일을 정말 잘해줬기에, 3명의 활약을 팬들에게 보여드릴 수 있던 것 같다"고 공을 돌렸다. 강이슬 역시 "최고참 혹은 주장으로서 선수들을 잘 다독이고, 솔선수범 해야 하는데 매번 그러지는 못했다. 또 뭔가 안 맞을 때 엉뚱한 경기와 플레이를 보여드린 것 같아서 죄송하다. 하지만 이날 경기처럼 모두 한마음이 되고 팀워크를 다진다면 뭐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허예은도 "두 언니들과 5년 이상 함께 하면서 이제 말을 하지 않아도 통하는게 있다. 또 막내지만 가드이기에 내 얘기를 잘 들어준다. 여기에 사카이 사라 언니가 올 시즌 볼 핸들링을 많이 맡아주고, 힘을 내주면서, 부담을 덜어준 덕에 공격도 집중할 수 있었다. 모든 동료 선후배 덕이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직 시즌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이들 3명은 블록슛(박지수) 3점슛(강이슬) 어시스트(허예은) 등 3개 통계 부문에서 사실상 1위를 확정지었다. 그만큼 각자의 장점을 확실하게 발휘한 땀의 산물이기도 하다.
물론 역대 3번째 통합우승을 위해선 아직 플레이오프와 챔피언 결정전이 남아 있다. 이들 역시 정규시즌 1위에 만족하지 않았다. 허예은은 "BNK전을 마친 후 (박)혜진 언니가 '수고했다'고 말해주셨을 때 뭔가 뭉클했고 고마웠다. 하지만 통합우승을 하지 않으면 기쁨이 반감되기에 반드시 마지막에 웃겠다"고 힘줘 말했다. 박지수도 "(2023~2024시즌에) 압도적 승률로 정규리그 정상에 올랐지만, 챔프전에서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나가 허무하게 우승컵을 내준 쓰린 기억을 반복하지 않도록, 전술적으로 심적으로 많은 준비를 해서 나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에겐 아직 'We are still hungry'(우린 여전히 배고프다)인 것 같다.
부산=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