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삼국지'를 이끌었던 지상파 3사가 바짝 긴장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케이블 채널의 드라마들의 안방극장 역습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케이블 드라마의 인지도가 넓어진 데는 CJ E&M의 공이 크다. CJ E&M 계열의 tvN, OCN, 채널CGV 등에서 선보인 '막돼먹은 영애씨' '신의 퀴즈' '로맨스가 필요해' '꽃미남 라면가게' 'TV방자전' '뱀파이어 검사' 같은 드라마는 마니아 시청층을 형성하며 시청률 숫자 이상의 인기를 체감했고, 안방극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입증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지상파 계열의 케이블 채널에서도 자체제작 드라마를 속속 선보이며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지난 7일부터 매주 토요일에 방송되는 KBS 드라마 채널의 '자체발광 그녀'는 방송국 예능작가 진지현(소이현)과 스타 PD 노용우(박광현), 톱스타 강민(김형준)의 삼각 로맨스를 발랄하게 그렸다. 지금까지 4회밖에 방송되지 않았지만 해외 드라마 전문 케이블인 TVB 코리아에서도 방송되면서 해외팬들의 관심이 쏟아지는 등 인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3월엔 일본에서도 방영될 예정이다.
MBC 에브리원에서도 드라마는 아니지만 자체제작 시트콤을 내놓는다. 독립영화 '은하해방전선'의 윤성호 감독이 2010년 5월 런칭한 인터넷 시트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를 새롭게 구성한 동명의 9부작 시트콤이다. 연예기획사를 배경으로 배우, 매니저, 방송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재기발랄하게 그렸다. 김성령, 박희본, 혁권, 개그맨 황제성, 윤동환, 윤박, 나수윤 등이 출연하며, 2월 4일 첫 방송을 앞뒀다.
이같은 케이블 드라마들은 지상파에서 쉽게 시도할 수 없는 장르와 내용으로 차별화에 성공했다. 거침없는 묘사로 30대 직장 여성들의 공감을 얻은 '막돼먹은 영애씨'와 '로맨스가 필요해'처럼 특정 타깃을 공략한 트렌디물이나, '신의 퀴즈' '특별수사본부 TEN' '뱀파이어 검사' 같은 미스터리 수사물이 대표적이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같은 경우도 인디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지상파 시트콤보다는 장르적 성격이 짙다. 'TV방자전'과 '소녀K'처럼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던 19세 관람불가 등급의 드라마도, 규제가 비교적 덜한 케이블이기에 편성의 묘미를 발휘하는 것이 가능했다. 이들 모두 영화 못지 않은 영상미와 탄탄한 대본이 기초가 됐음은 물론이다.
시즌제도 케이블 드라마만의 장점이다. 시즌제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에피소드 각각의 완결성과 '열린 결말'이 중요하다. 과거 MBC에서도 시즌 드라마를 시도하며 '옥션 하우스' '비포앤애프터 성형외과' '라이프 특별 조사팀' 등이 제작됐지만 시청률 부진으로 결국 폐지됐다. 하지만 케이블에서는 '막돼먹은 영애씨'가 벌써 시즌 9를 마쳤고, '신의 퀴즈'도 시즌 3 방송을 앞뒀다. 얼마 전 종영한 '특수사건전담반 TEN'도 열린 결말을 선보여 시즌 2 제작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고, 30일 첫 방송 되는 '닥치고 꽃미남 밴드'는 '꽃미남 라면가게'의 계보를 잇는 '보이 콘텐츠'를 표방한다. 시즌제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시청자들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그와 반대로 시즌제가 시청자들의 충성도를 높이기 때문에 드라마의 성공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지게 된다.
케이블의 편성 전략은 이들의 성공을 돕는다. 평일엔 오후 9시나 11시에 편성해 지상파 드라마와의 맞불 대신 영리한 피해가기를 택하고, 금요일과 토요일엔 케이블 TV 황금시간대인 오후 11~12시 편성으로 힘을 싣는다.
올해 CJ E&M은 총 26편의 드라마에 총 87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하는 등 드라마 제작에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OCN에서는 2000만원 상금을 내걸고 시나리오 공모전도 실시하고 있다. 월화극 '닥치고 꽃미남 밴드', 수목극 '일년에 열두 남자'를 비롯해 첫 일일극 '노란 복수초'를 선보이며 지상파 못지 않은 위용도 갖췄다. 케이블 드라마의 거침없는 공세가 '드라마 왕국'에 어떤 지각변동을 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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