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K-POP, 이제는 숙성이 필요할 때다

기사입력 2012-02-21 16:10



그룹 블락비. 사진제공=브랜뉴스타덤

'아직 철없는 나이'라고 넘기기엔 너무나 대형사고다.

'블락비 태국 인터뷰' 동영상을 보다보면 절로 얼굴이 후끈 달아오른다. 이들이 과연 자신들의 이름 뜻 처럼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뻗어나갈 '블록버스터급' 스타를 꿈꾼다고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 철없는 신인가수들의 해프닝이라 웃어넘기기에 블락비 태국 인터뷰의 파장은 너무나 크다.


블락비. 사진제공=브랜뉴스타덤
케이팝, 본격 수확 전에 된서리?

최근 블락비는 태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하며 취재진을 등지고 엉덩이를 내밀고 소파에서 두 다리를 들어 박수를 치는 등 무례한 태도를 보였다. 특히 태국 현지의 홍수 피해와 관련해 블락비 리더 지코는 "홍수로 인해 많은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저희들의 금전적인 보상으로 마음의 치유가 됐으면 좋겠다. 가진 게 돈 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이에 다른 멤버가 "이번에 얼마 한다고 했어?"라고 묻자 "7000(원)?" 라는 등 적절하지 못한 농담을 일삼은 것. 파문이 커지자, 블락비 소속사 브랜뉴스타덤(BNS)이 2월 20일 오전 블락비 공식 팬카페에 사과문을 게재했고, 지코는 사죄의 뜻으로 삭발 의사까지 밝혔다.

그러나 물은 이미 엎질러졌고, 국내외 비난여론은 차갑다. 블락비 팬들조차 "무조건 감싸주는 게 능사는 아닌 듯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태국 네티즌들은 "다시는 태국에 오지 않았으면 한다" "너희를 정말 차단(Block) 하겠다" 며 분노했다. "태국의 언론과 팬들을 경멸하는 듯했다"는 현지 비난 여론도 거세다. 이 동영상을 접한 또 다른 아시아 팬들도 놀람과 분노를 표현하고 있다.

말 그대로 본격 불기 시작한 K-POP 훈풍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블락비. 사진제공=SBS E!
익기 전에 수확부터 하려는 가요계 제작 관행이 만들어낸 국제적 망신

할리우드의 세계적인 톱스타 톰 크루즈는 한국팬들에게 '친절한 톰 아저씨'로 통한다. 내한 행사때마다 경호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몇시간씩 사인을 해주는 등 친절한 모습을 보여준 덕이다. 물론 어찌보면 이 또한 고수다운 철저히 계산된 이미지 관리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의도가 어떠했든지간에, 그의 카메라 앞 모습에 수많은 팬들은 환호성을 보냈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 톰 크루즈 입장에선 조금의 피로를 감수하고 시간을 투자해 몇배의 인기를 누리게 된 것이다.


K-POP의 미래를 만들어간 아이돌 그룹들에게 이처럼 '역전의 고수'다운 모습을 기대하기엔 무릴까. 블락비 멤버들 대부분이 90년생. 리더인 지코 등은 92년생이다.

성숙한 사회인으로서 기본 자세를 익히기 전에 이들은 화려한 스타덤을 먼저 맛봤다. 이번 사태로 미뤄보면, 그간 이들이 공인으로서 기본 자세를 고심해온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노래보다는 비주얼, 인성보다는 스타성만을 강조해온 풍토에서 태어나 인기만을 위해 달려온 결과라 할 수 있다.

브랜뉴스타덤 또한 공식홈페이지의 통합공지를 통해 "블락비를 제작하며 멤버들의 인성 관리와 태도, 나아가 인터뷰질문에 대한 사전 체크와 확인이 미흡했습니다. 아직 철없는 나이에 녹음과 방송, 공연스케줄에 시사적인 상식과 가치관이 여물지 못한 아이들을 가르치지 못한 회사의 불찰이 컸습니다"고 인정했다.

준비되지 않은 스타, 예고된 대형사고 부른다?

인기가 높아지면 적도 많아지는 법. K-POP의 열풍만큼이나 이에 흠집 내려는 시도 또한 만만치 않다. 이럴 때 일수록 철저한 사전 준비만이 안티팬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정반대다.

2000년대 초반부터 남자 아이돌 그룹을 집중적으로 만들어온 10년차의 한 가요 관계자는 "요즘 남자 그룹은 (일본에) 내보내기만 하면 무조건 돈을 벌어온다는 말이 가요 관계자들 사이에서 암묵적으로 돌곤 한다. '먼저 만들어 먼저 내보는게 장땡'이라는 생각에 미처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진출부터 시키고 보자는 식의 관행에 경종을 울려야한다"고 지적했다.

또 해외무대를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듯한 현장 분위기도 개선되어야 한다. 요즘 아이돌 가수들의 해외 나들이엔 일부 소속사에서 이사나 실장급의 책임자가 아닌 현장매니저 등을 '딸려' 보낸다. 그만큼 해외 무대에 대해 현장에선 '공연만 성공시켜 수익만 맞추면 된다'는 식의 사고를 한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때로는 문제가 터지기전에, 또는 문제가 생긴뒤라도 현장 수습으로 마무리 될 수 있는 문제가 일파만파 커지기도 한다.

논란이 된 블락비의 인터뷰 동영상을 보면 멤버들이 무례한 행동을 할 때 옆에서 제지를 한다거나 조언을 해주는 스태프가 보이지 않는다. 데뷔 2년차에 불과한 '철부지'들을 내보내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얼굴로서 어떠한 사전교육도 하지 않았음은 물론, 현장에서 사건사고를 조율할 대비를 전혀 하지 않았음이 여실히 드러난다.

또 다른 가요 관계자는 "해외 무대에서 스타들의 일거수일투족은 곧 한국을 대표하게 된다는 사실을 숙지해야한다. 주먹구구식의 매니지먼트가 아닌, 철저한 준비와 전문가적 시스템만이 또 다른 대형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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