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대역전극이다. KBS2 '적도의 남자'(이하 적남)는 방송 10회만에 수목극 꼴찌에서 1위로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19일 방송한 '적남'은 13%를 기록하며 10.5%를 기록한 MBC '더킹 투하츠'는 물론, 12%를 기록한 SBS '옥탑방 왕세자'까지 넘어서며 '무서운' 힘을 보여줬다.
이같은 상승세의 힘은 우선 탄탄한 스토리라인에 있다. 지난 19일 방송에서는 선우(엄태웅)가 태주(정호빈)를 돕기 위해 실제 적도에 가서 힘들게 일하며 사업에 성공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게다가 미국에서 눈 수술도 성공해 시력을 되찾고 대학교까지 마치며 고난의 세월을 '한방'에 만회할 기회를 맞았다.
'적남'은 10회부터 주인공 선우의 고난에 찬 인생을 리얼리티 있게 그리려고 애썼다. 그래야만 대반전이 시청자들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선우와 장일(이준혁)이 친해지는 과정이 다소 억지스러운 면도 있었지만 진노식(김영철) 회장이 선우의 아버지를 살해하고 자살로 꾸미는 것이나 장일이 선우를 버린 것, 선우와 장일, 지원(이보영)의 삼각 관계 등 선굵은 전개가 짜임새 있게 그려지며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했다. 이같은 점이 정통극에 목마른, 또 로맨틱 코미디에 식상해진 시청자들에게 구미를 당긴 것이다.
또 이같은 상승세는 김인영 작가의 전작 '태양의 여자'에서도 찾아볼 수 있어 더욱 흥미를 끈다. '태양의 여자' 역시 저조한 시청률로 시작했지만 탄탄한 스토리로 상승세를 타다 '웰메이드 드라마'로 성공한 바 있다. 작가가 선보이는 특유의 복수극이 다시 한번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 이런 이유에서다.
사진캡처=KBS
게다가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력도 한 몫 했음은 물론이다. '엄포스' 엄태웅의 '동공 연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시각 장애인 연기를 하면서 이같이 리얼리티를 살린 배우는 찾기 힘들었다. 때문에 시청자들도 그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지난 방송에서 엄태웅은 미국에서 수술로 시력을 되찾았음에도 여전히 시각장애를 앓고 있는 것처럼 신들린 듯한 '거짓 연기'를 보여줘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더구나 용배-장일 부자를 만난 선우는 13년 전 비참했던 자신의 모습을 고스란히 재연해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초점 없는 멍한 눈동자에서 점점 돌아와 초점이 딱 맞는 순간에 칼날처럼 깊고도 번뜩이는 눈빛 연기를 보여줄 때는 심장 박동을 멎게 할 정도의 강한 카리스마를 내뿜었다는 평.
전작 '애정만만세'에서 왈가닥 이미지를 선보였던 이보영은 이번 드라마에서는 다시 지적이고 단아한 느낌으로 돌아와 '만인의 첫사랑'이 됐다. 자신을 피하는 선우를 만나기 위해 마사지 받는 손님으로 가장한 지원이 선우에게 했던 '백허그'는 그의 캐릭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수미 역의 임정은 역시 지난 방송에서 장일의 그림을 전시한 후 미소짓는 모습에서 섬뜩함을 자아내기까지 했다.
이준혁도 동정을 일으키는 '소시오패스' 연기를 펼치고 있다. 이준혁은 극중 오로지 자신의 야망만을 위해 외롭고 고독한 인생을 살아가는 장일 역을 소름끼치도록 디테일하고도 완벽히 소화해 내고 있다. 13년간 평탄히 살아오다 갑자기 한 번에 들이닥친 불행에 그가 어떻게 대처할지도 관심을 모으는 부분이다.
수목극은 지금 치열한 시청률 전쟁을 벌이고 있다. 때문에 '적남'이 계속 수목극 1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장담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이같은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호연을 통해 '웰메이드 드라마'로 남을 것이라는 사실을 의심하는 사람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