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에서 '시트콤 전쟁'을 벌이고 있는 MBC '스탠바이'와 KBS2 '선녀가 필요해'. 두 작품은 개성 있고 친근한 캐릭터와 과장되지 않은 코미디로 호평받으며 시트콤 마니아들의 기대와 지지를 한몸에 받고 있다. 하지만 시청률은 여전히 요지부동. 둘 다 전국 시청률 4~5%대(AGB닐슨)를 멤돌고 있다. 지난 1일 시청률도 '스탠바이'가 4.9%, '선녀가 필요해'가 4.8%로 고만고만했다. '스탠바이'가 지난 달 9일 첫 방송에서 7.1%를 기록하고, '선녀가 필요해'는 2월 27일 8% 시청률로 출발한 것과 비교하면 시청률이 절반 가까이 떨어진 상태다. 그래서 일부 시청자들은 벌써부터 '비운의 명작'이란 표현을 쓰기도 할 정도다. 체감 인기와 반비례하는 시청률, 대체 이유가 뭘까?
나들이철이라는 시기적 요인, 동시간대 '선녀가 필요해'의 가세로 인한 시트콤 시청층의 분산, 모바일 시청 패턴 등 여러 원인이 지적되지만, 작품 내 중견배우 캐릭터의 부재를 이유로 꼽는 목소리가 꽤 크다. 한 방송 관계자는 "우리 방송가엔 '하이킥' 시리즈처럼 가족 단위를 중심으로 인물이 구성되고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시트콤들이 많다. 가족 구성원의 중심에서 신구조화를 이끌고 코미디의 무게중심을 잡는 역할을 중견배우들이 담당했다. 그런데 최근의 시트콤에는 구심점을 잡아줄 중견배우 캐릭터가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앞서 시청자들의 인기를 끌었던 시트콤들의 경우, '파격'에 가까울 만큼 코믹하게 이미지 변신을 선보인 중견배우들이 작품 성공에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이같은 분석은 꽤 타당해 보인다.
실제로 '하이킥'이 시트콤의 대명사로 자리잡으며 시리즈로 제작될 수 있었던 데는 이순재와 나문희 같은 중견배우들의 공이 컸다. 시즌 1인 '거침없이 하이킥' 당시 이순재는 기존의 근엄한 이미지를 차용한 가부장적인 할아버지 캐릭터를 선보이면서, 동시에 이 이미지를 색다르게 비트는 코믹 변신도 마다하지 않았다. '야동순재'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어린이 시청자들에게까지 사랑받았을 정도다. 이어진 '지붕뚫고 하이킥'에서도 정보석과 장인-사위 콤비로 작품을 이끌면서 김자옥과 달달한 노년의 로맨스도 펼쳤다. 지난 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몽땅 내 사랑'의 김갑수 또한 정극의 카리스마를 벗고 소시지에 집착하는 짠돌이 학원장 역할로 인기를 끌었다.
신구는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똑바로 살아라' '김치 치즈 스마일'까지 세 편의 시트콤을 모두 성공 반열에 올려놓았고, '순풍 산부인과'의 오지명과 선우용녀 캐릭터는 지금도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성대모사의 단골 소재로 쓰일 만큼 전설적인 캐릭터가 됐다. '안녕 프란체스카'의 김수미도 아들 뻘인 이루와 극 중에서 키스신을 선보이는 등 방영 내내 큰 화제를 몰고 다녔다.
이들은 시청층을 중장년까지 확대하는 데도 견인차 역할을 했다. 가족 시청층을 겨냥한 시트콤 본연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촉매제가 된 셈이다. 앞서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 기대에 못 미치는 시청률로 고전했을 당시, 이순재의 부재를 아쉬워하는 시청자들이 많았던 것도 그래서다.
'스탠바이'의 류진과 김정우, 박준금, '선녀가 필요해'의 차인표와 심혜진이 능청스러운 코믹 캐릭터로 사랑받고 있지만 이순재와 신구, 김갑수의 막강한 존재감을 대체하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