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년 만에 방송에 복귀한 주병진이 결국 씁쓸하게 물러났다.
'주병진 토크 콘서트'는 지상파 방송3사 토크쇼 중에 MC의 이름을 내건 거의 유일한 프로그램이다. 이름에 걸맞게 '예의를 갖춘' 정통 토크쇼를 표방하며 다른 프로그램들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첫 방송에는 박찬호 선수를 초대해 경쟁 프로그램인 KBS2 '해피투게더 시즌3'의 시청률을 떨어뜨리기도 했다.
정치인, 기업인, 문화예술인 등 사회 각계 각층의 파워 피플을 게스트로 초대해 국민적인 교감을 이루겠다는 제작진의 포부는 좋았다. 그러나 제작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방송 초기부터 섭외에 공을 들였던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과 홍준표 전 새누리당 대표의 출연은 끝내 불발됐고, 사회 저명인사들을 게스트로 초대해도 파급력은 기대에 못 미쳤다. 신설 코너를 만들고 세트를 벗어나 야외에서 촬영하는 등 여러 차례 개편을 시도했지만, 풍랑을 만난 배처럼 계속 방향성을 잃고 흔들렸다.
최근엔 1990년대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서 주병진과 호흡을 맞췄던 노사연을 공동 MC로 투입해 또 한번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지난 10일 첫 녹화도 진행했다. 이런 상황에서 주병진이 백기투항하듯 갑작스럽게 자진 하차를 선언한 이유는 제작사를 통해 그가 남긴 하차의 변을 통해 짐작해볼 수 있다. 21일 주병진은 "저는 MBC '주병진 토크 콘서트'를 그만 하려고 합니다. 그동안 아껴주신 시청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저는 앞으로 새로운 방송 환경과 시청자들에 대해서 좀 더 배우고 연구하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라며 "제가 '주병진 토크 콘서트' 진행자로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습니다. 부족했던 저를 사랑해주신 시청자 여러분들, 저를 믿고 큰 힘이 돼주셨던 제작진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방송 환경과 시청자들에 대해 배우고 연구하겠다"는 주병진의 다짐은 결국 새로운 방송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다고 스스로 판단했다는 얘기다.
진중함과 위트를 모두 갖춘 명MC이지만 주병진의 진행 스타일은 현재의 방송 트렌드와 화학작용을 일으키지 못했다. 12년의 공백기 탓이었다. 배철수, 구창모 등 30년지기를 초대했을 때는 목욕탕에서 옷을 벗고 진행하는 등 나름의 진정성과 진솔함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시청자들의 시선을 오래 고정시키기에는 지나치게 담백하고 밋밋했다. 왁자지껄한 집단 MC 체제가 보편화된 상황에서 단독 MC로 프로그램을 이끌어가기에 다소 힘에 부쳤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게스트-MC-시청자로 이어지는 호흡과 소통의 연결고리가 느슨해졌고 점점 시청자들의 관심권에서 멀어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여기에 10년 장수 프로그램인 '해피투게더 시즌3'와 맞대결을 붙인 MBC의 편성 전략도 결과적으로 패착이었다.
제작사 관계자는 "주병진이 그동안 시청률 부진으로 마음고생과 스트레스가 심했고 여러 고민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제작진 또한 프로그램의 갑작스러운 폐지에 상심이 크다.
'주병진 토크 콘서트'의 제작사는 MBC와 총 52회를 계약했다. 제작사와 주병진의 계약도 마찬가지다. 3자는 다 채우지 못한 계약 기간과 조건에 대한 해법을 조만간 협의할 예정이다. 제작사는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별다른 갈등 없이 서로에게 좋은 방향으로 결론 지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병진의 토크 콘서트' 후속 프로그램은 공식적으로 결정되지 않은 상태이지만, 관계자들은 '주얼리 하우스'의 정규 편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현재 '주병진 토크 콘서트' 녹화 분량은 5월말까지 확보된 상태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