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개그맨들의 입담 개그로 큰 인기를 누렸던 KBS2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개콘'은 개인기나 슬랩스틱보다는 입담을 통해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내는 식이었다. 특히 슬랩스틱의 대명사였던 '달인'이 끝난 후에는 더 그랬다. '비상대책위원회'는 김원효의 '속사포' 입담과 김준현의 반전이 웃음코드였고 최효종의 '애정남' 역시 일상 속에 늘 겪지만 전혀 생각지 못했던 이야기들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감사합니다'는 겉으로는 음악과 함께하는 슬랩스틱이 있지만 핵심은 이야기의 반전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개콘'의 웃음 코드가 변하기 시작했다. 과장된 몸짓으로 웃음을 주는 '슬랩스틱' 코미디가 '개콘' 웃음의 중심에 서기 시작한 것. 이 변화의 시작은 '꺾기도'부터다.
처음 '꺾기도'를 본 시청자들은 반으로 나뉘었다. "저게 뭐야"라는 시큰둥한 반응과 함께 "재미있다"는 반응이 공존했다. 하지만 '꺾기도'는 그 중독성으로 인해 초등학생들부터 인기를 얻기 시작하며 '개콘'의 인기 코너로 자리잡았다. '꺾기도'는 이야기의 특별한 반전이나 재미 요소를 찾기 보다는. 말 끝에 문장과 전혀 상관없는 단어를 붙여 우스꽝스런 몸짓과 함께 보여주는 것이 주를 이루는 슬랙스틱 코미디의 변종 장르다.
여기에 지난 10일 방송한 '산 넘어 산'이 합류하면서 첫 방송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산 넘어 산'은 개그맨들의 몸을 활용하는 전형적인 슬랩스틱 코미디다. 베짱이 이동윤은 아무 행동도 없지만 이상훈은 벼룩인 덕분에 코너 시작부터 끝까지 '펄쩍' 뛰어야 한다. 애벌레 김정훈은 계속 거꾸로 매달려 있어야 하며 거미 김혜선은 몸을 거꾸로해서 다녀야 한다. 쇠똥구리 유민상은 짐볼 위에서 몸을 엎드려 이동해야하는 불편함이 있다. 유준상이 등장하자 마자 "왜 이 코너를 한다고 했지? " "코너를 빨리 빨리 진행하자"고 외치는 것은 계획된 개그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산 넘어 산'은 방송 후 각종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오르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슬랩스틱 코미디에 목말랐던 시청자들에게 '가뭄에 단비' 같은 코너로 등극한 것. 게다가 이날 '개콘'에서는 그동안 인기를 모았던 '비대위'와 '감사합니다' '교무회의'가 막을 내렸다.
사진제공=KBS
예전 '마빡이'라는 코너는 개그맨들의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통해 큰 웃음을 선사했고 '달인'은 철저히 개그맨 김병만의 능력을 통해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사라졌던 '개콘'의 슬랩스틱 코미디가 다시 살아나려는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것. 한 방송 관계자는 "슬랩스틱 코미디는 '개콘'에서 주기적으로 만들어지는 장르 중 하나이지만 최근 주춤했다. 요즘처럼 스탠딩 코미디가 인기를 얻는 시기에는 개그맨들이 대부분 입담에 의존하는 개그를 짜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가운데 '산 넘어 산'팀이 생각지 못했던 슬랩스틱을 만들어내 관심을 모으는 것 같다. 분위기에 반전을 꾀하면서 호응을 얻는 것 같다"고 평했다. tvN '코미디 빅리그'에서도 슬랩스틱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졸탄의 '싸움의 기술' 정도다. 개그계에서 슬랩스틱이 아직은 각광받지 못하는 가운데 '꺾기도'나 '산 넘어 산'이 어느 정도 인기를 얻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