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들이 안방극장에 봇물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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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시탈'은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를 배경으로 일제에 맞서는 한국판 슈퍼히어로 각시탈의 활약상을 그린다. 허영만 화백의 만화가 원작. 제작비만 100억원을 쏟았다. 하지만 처음 '각시탈'의 드라마화 소식이 전해졌을 땐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도 꽤 많았다. 원작이 무려 38년 전인 1974년 작품이라 자극적인 소재에 길들여진 요즘 시청자들의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70년대에 유년기를 보낸 40~50대 중장년층과 허화백 마니아층의 지지를 바탕으로 수목극 왕좌에 올랐다. 원작을 가진 드라마의 흥행 불패 신화가 또 한번 입증된 셈이다.
이처럼 오랜 시간 독자들의 검증을 거친 탄탄한 스토리라인은 원작 있는 드라마들의 최대 강점이다. 원작에 힙입어 극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고, 그만큼 실패 확률은 낮출 수 있기 때문. 사극의 경우 역사적 사실과 시대 고증에서도 상당 부분 원작의 도움을 받는다. 기존 드라마의 전형적인 소재와 문법에서 벗어난 참신한 소재, 색다른 이야기 전개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만화의 경우 소설보다 영상문법에 가깝다는 점에서 최근에 더욱 주목을 받고 있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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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원작의 존재는 그 드라마의 한계로 작용하기도 한다. 만화나 소설 특유의 상상력을 모두 드라마로 표현하는 건 상당히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영 내내 원작과의 끊임없는 비교 평가를 당해야 하고, 이것은 드라마만의 고유한 장점을 보지 못하게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곤 한다.
원작이 만화와 드라마 모두 있을 경우엔 더욱 그렇다. 10년 넘게 연재된 일본의 인기 만화 '타임슬립 닥터진'은 일본에서 '진'이란 제목의 드라마로 시즌2까지 만들어졌다. 일본의 에도시대를 개화기 조선으로 옮겨와 새롭게 그려진 '닥터진'은 만화팬과 드라마팬 모두를 충족시켜야 하는 부담을 안았다. 이 드라마의 한 관계자는 "드라마가 아니라 만화가 원작인데도 일부 팬들은 일본 드라마와 비교하면서 한일 드라마 사이에 서로 다른 점들을 지적하기도 하더라"며 "판타지 설정이 가미돼 있긴 하지만 의학적 사실과 역사 고증은 감수를 받으면서 국내 사정에 맞게 각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작을 가진 드라마의 가장 큰 고민은 바로 스포일러와의 싸움이다. 원작 자체가 스포일러이기 때문이다. '해를 품은 달'은 방영 초반부터 원작의 주요 장면과 설정들이 지나치게 많이 공개된 탓에 드라마에선 오히려 감흥이 덜했다. 결말 부분에서 양명의 반란이 사실은 연극이었다는 '반전'도 다소 맥이 빠져 버렸다. 반면 '뿌리 깊은 나무'는 스포일러로 몸살을 앓았지만, 원작에는 없는 설정을 가미한 덕분에 결말에선 충격적인 반전을 안겼다. 원작을 능가하는 재해석이 있었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소설이나 만화를 드라마로 옮길 때에도 기획이 반드시 필요하다. 단순한 영상화에 그치지 않고 드라마만의 독창성을 구현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각색 작업은 드라마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