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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권 기자의 광화문연가 After Story]김성령은 '나이' 덕분에 행복하다.
벌써 꽤 많은 시간이 지났다. 요즘 제일 잘 나가는 여배우인 김성령과 만난 건 2012년 3월 중순. 시트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mbc에브리원) 촬영을 마치고, 영화 '아부의 왕' 개봉을 기다리고 있었다. 드라마 ' 신드롬'(jtbc)엔 출연 중이었고, 드라마 '추적자'(SBS) 출연을 앞두고 있었다. 작품 수만 나열해도 한창 바쁠 시기였다. 그래서 평소 친분이 있던 소속사를 통해 일찌감치 김성령 인터뷰 섭외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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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출전할 때 '내가 일등할거다' 이런 생각은 없었고 그냥 '8명 안에는 들겠지' 이런 생각을 가지고 나갔어요. 합숙을 20일 정도 하면 분위기가 몰려요. 주위에서 '언니가 될거 같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8명 안에는 들겠구나 생각은 했는데 뜻하지 않게 1등인 진이 됐죠. 정말 진은 생각도 못했기 때문에 얼떨떨했죠. 그런데 한동안 다른 친구가 제가 진이 된 거 때문에 저를 미워하기도 했죠. 아무래도 경쟁상대였으니까요. 재미있는 건 진이든 미든 8명 안에 된 모든 사람들이 자부심이 있고, 자기가 제일 예쁜줄 알아요. 자기가 제일 예쁜데 그날 운이 안 좋아서 8등을 한거고 미가 된거지 내가 진보다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거 같아요. 그리고 우스갯소리로 하는데, 그때는 서울 시내 카퍼레이드도 했어요. 요즘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그때는 길을 다 막고, 꽃차에 타서 카퍼레이드했어요. 진이라고 제일 높은데 서서 시민들한테 손 흔들고 그랬죠."
김성령은 미스코리아 대회에 대해 세세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에겐 꽤 오래 전의 일이겠지만 김성령에겐 인생에서 가장 중요했고, 행복했고, 자랑스러웠던 최고의 순간이었을 것이다. 20대 초반, 눈 부시게 아름다웠던 시기. 김성령의 소심한 자랑을 듣고 있는 게 즐거웠다.
미스코리아 진으로 화려하게 연예계에 데뷔한 김성령은 한동안 승승장구했다. 미스코리아가 되고 곧바로 KBS 간판 연예정보 프로그램인 '연예가중계'의 MC를 맡았고, 스포츠뉴스도 생방송으로 진행했다. 심지어 연기자 도전작이었던 영화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로 대종상, 백상예술대상, 춘사나운규영화예술제의 신인상을 휩쓸었다.
"그때는 성과가 나오니까 '연기가 쉽네' 이렇게 생각했어요. 첫 작품에서 상을 다 받고 감독님이 시키는대로 한 거 같은데 '연기가 그냥 뭐 이런거구나', '나는 하면 되는구나'란 생각에 자신감이 아니고 그런 결과가 너무 자연스러웠어요. 그런데 그 다음에 작품이 없잖아요. 그때는 '적당히 활동하다가 결혼하고 그냥 집에서 살림하면 된다'라고 생각했어요. 지금까지 제가 긴 시간 활동을 할거라고 생각도 못했죠. 그런데 활동을 해보니 조금 더 젊었을 때 악착같이 했었어야 되는데 생각이 들어요. 생각하면 되게 아쉬운데, 그때는 너무 욕심이 없었어요. 신인상 받은 게 그게 끝이에요. 드라마는 꾸준히 그냥 했었요. 대표작이라는 것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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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어 달고 액션연기 해보고 싶긴한데 너무 늦었잖아요. 젊었을때 해야되는데 왕비 역을 해서...(웃음) 그런데 신기해요, 제 자신이 헷갈릴 때가 있어요. 어릴 때부터 부유한 집에서 자란 것도 아니고 정말 평범하게 살았는데 의사, 변호사 아니면 CEO 이런 역할만 하니까. 저도 헷갈리는거에요. 왜 다들 그런 이미지로 보는지? 사실 진짜 털털하고 떨어진 거 주워먹고 그러거든요. 화면에서 보면 '나한테도 저런면이 있나?' 제 자신을 새롭게 생각할 때가 있죠. 지금은 막 망가지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말로는 '연기 욕심 없다'고 하면서도 실은 다 하고 있잖아요. 연기 욕심이 있는거죠.(웃음) 전 아직도 칸국제영화제의 레드카펫을 걷는 꿈을 꾸고 있어요. 칸에서 드레스 입고 레드카펫을 걷고 싶어요. 요즘은 우리나라 배우들이 해외에서 상도 받고 하잖아요. 부러워요. 전도연씨 상 받을 때 정말 부러웠죠."
자존심이 절반인게 여배우들이다. 그런데 김성령에게서 '누군가가 부럽다'는 솔직한 얘기를 들을 지는 생각지도 못했다. 게다가 주인공으로 사는 여배우인 줄 알았던 김성령이 주연 욕심을 당당히 밝혔다.
"사실 지금도 만족하고 감사하고 영화, 드라마를 할 수 있다는 것에도 감사해요. 정말 감사하긴 한데 '주인공이 해보고 싶다' 이런 느낌이 있어요. 조연도 나름대로 자기 역할이 있죠. 그렇지만 내가 주인공이 돼 작품의 98%이상의 장면을 책임져야 된다는 게 무거운 짐이고 너무 힘들거 같고, 겁이 나긴 하지만 한번 해보고 싶은 거죠. 쉬는 날이 하나도 없잖아요. 전 몇일만 밤새도 죽을 거 같거든요. 그래도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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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요. 지금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건 나이 때문인거 같아요. 나이가 들면서 여유라는 것도 생겼고, 굉장히 마음이 오픈마인드가 된 거 같아요. 많이 받아들일 준비가 됐고, 많이 담을 준비가 됐기 때문이에요. 젊었을 때는 안 그랬던거 같아요. 많이 차단했죠. 지금은 세상을 넓게 보게 되고, 받아들이니까 충만한 느낌이 드는거 같아요. 그래도 나이 들면서 조심해야 할 부분들이 있더라구요. 많이 안다라고 착각을 하는 거예요. 실제로 나이가 드니까 저절로 알아지는 게 있어요. 굳이 공부하지 않아도 살면서 알아지는 게 있더라구요. 그러다보니까 '내가 많이 안다'라고 생각해서 남을 자꾸 비판하고, '내가 옳다'라고 계속 주장하고 말이 많아져요. 저도 가끔 촬영 현장에서도 조심하려고 노력해요. '왜이러지? 왜이러지?' 할 때가 있죠."
'행복하냐?'는 질문에 '가족 덕분에 행복해요'라는 상투적인 대답이 나오진 않을까 했는데, '나이 때문에 행복하다'는 말은 진심으로 느껴졌다. 40대 여배우가 '나이'를 직접 얘기했다는 건 분명하게 무언가를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자신을 충분히 인식하고 느끼고 있다는 의미다. 김성령은 현재의 자신을 충분히 사랑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