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사랑놀음'에 식상함을 느끼는 시청자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지만 불멸의 소재를 빼고 드라마를 만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러브라인이 없는 드라마는 사실상 찾기 힘들다.
김명민이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됐던 드라마 '하얀거탑'이 러브라인 없이 인간의 본성을 깊이 파고든 작품으로 유명세를 떨쳤지만 그 안에서도 불륜 코드는 존재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들도 남녀의 애타는 사랑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환심을 사고 있다. 드라마 속 남녀간의 '밀당'에 시청자들까지 감정을 이입해 "두 사람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를 끝없이 외치고 있다.
이들의 사랑을 가로막는 갈등의 유형도 다양하다.
먼저 가장 흔히 등장하는 설정인 신분의 차이가 있다. KBS2 주말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하 넝굴당) 속 '천방커플'이 그 예다. 5일 방송된 '넝굴당'에서는 방이숙(조윤희)이 천재용(이희준)에게 이별 선언을 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아직 제대로 된 연애를 시작한 것도 아닌 이들 앞에 놓인 장벽은 바로 서로 다른 집안 환경. 부잣집 아들로 귀하게 자란 천재용과 달리 방이숙은 평범하다 못해 어릴 적 잃어버린 오빠 방귀남(유준상) 때문에 가족들로부터 설움을 당하며 살아온 인물이다.
더욱이 극중 재용의 누나들이 느닷없이 나타나 이숙에게 경계심을 드러내는 등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의 폭이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이 서로의 환경 차이를 극복하고 어떻게 사랑의 결실을 맺을 수 있을 지가 드라마의 주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신품' 방송화면
사진제공=tvN
'넝굴당'에는 이들과 달리 코믹 커플도 등장한다. 오연서와 강민혁이 연기하는 이른바 '말세커플'. 드라마는 겹사돈이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소재를 끌어들이고도 방말숙-차세광 커플에겐 웃음코드를 좀 더 많이 가미했다.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정서상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문제를 무겁지 않게 그리고자 한 제작진의 의도가 엿보인다. 이는 곧 겹사돈이 안방극장에서 흔히 그려질 수 있는 소재가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SBS 주말극 '신사의 품격'은 나이 차이를 사랑의 갈등 요소로 그리고 있다. 극중 임메아리(윤진이)는 오빠 태산(김수로)의 친구인 최윤(김민종)을 오랫동안 좋아하고 있지만 17살 나이 차이 때문에 두 사람의 사랑은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최윤은 결혼을 했다 아내를 먼저 떠나 보낸 상처까지 안고 있다. 이들의 사랑은 현실에서도 충분히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이야기라 더욱 눈길을 끈다. 실제로 나이 차이 때문에 집안의 반대에 부딪혀 어렵게 결혼에 골인하는 커플들을 주변에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시청자들은 최윤-임메아리 커플에게 열렬한 응원을 보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tvN 수목극 '로맨스가 필요해 2012'는 다소 무거운 소재를 다루고 있다. 남자주인공 윤석현(이진욱)이 집안의 희귀 유전병 때문에 오랜 연인인 주열매(정유미)와 일부로 헤어지지만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만은 변함이 없다. 사연을 몰라 윤석현을 그저 원망하던 주열매는 새로운 남자친구인 신지훈(김지석)과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듯했지만 뒤늦게 모든 사실을 알고 옛 남자친구에게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두 사람의 사랑은 해피엔딩을 맞는다. 주열매를 한 없이 아끼며 그녀의 마음까지도 이해해준 신지훈도 이별은 힘든 법. 드라마는 지독한 사랑의 열병을 그린 셈이다. 김명은 기자 dram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