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앨리스' 이상한 나라의 한세경

기사입력 2012-12-06 13:34


사진=SBS '청담동 앨리스' 방송캡처

여긴 어디고 나는 누구인가, 이상한 나라의 한세경

국내 유명 명문 여대 디자인 전공에 차석 졸업. 각종 공모전 입상 경력 보유. 독학으로 따낸 불어 자격증이 있고, 회화도 그럭저럭 가능. 싹싹하고 긍정적인 성격의 스물 일곱 청춘. 꽃다운 나이만큼 상큼하고 해사한 외모. 해외 어학 연수나 유학 등의 경험은 없지만 이만하면 정말 괜찮은 스펙이다. 이 스펙의 주인공은 패션 디자이너를 꿈 꾸는 한세경(문근영). 그러나 입사 면접에서 세경의 점수는 꼴찌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경은 꿈 꿔 왔던 의류 회사에 계약직으로 합격한다. 디자이너가 아니라, 사모님 서윤주(소이현)의 명품 셔틀 심부름꾼인 명목 상의 인턴으로 말이다.

<청담동 앨리스>의 첫 인상은 당연히 말랑말랑한 신데렐라 로코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오산이었다. 포장만 보고 달콤한 밀크 초콜릿일 줄 알았는데, 막상 포장을 뜯어서 먹어 보니 이건 밀크가 아니라 씁쓸한 다크 초콜릿인 느낌. 기대 이상으로 은근히 현실을 아프게 꼬집을 줄 아는 듯 하다. 장띠엘 샤 -aka 차승조- (박시후)는 폭풍 언변으로 현대인의 허영심에 아주 그냥 돌직구를 던지고, 명품을 극존칭 화법으로 모시는 백화점 직원들은 우스꽝스럽고, 울컥해서 너와 내가 결혼할 수 없는 이유를 말하던 세경의 남자 친구 소인찬(남궁민)의 모습에서는 삼포 세대 -취업, 결혼, 출산 포기- 의 막막함이 짙게 묻어 난다. 얄밉지만 능력 있는 남자 만나서 취집에 성공한 서윤주도 마찬가지.

L'effort est ma force, 노력이 나를 만든다는 좌우명대로 살아 온 세경에게 세상은 너무나 가혹하다. 상사인 신인화 팀장(김유리)은 세경이 가진 안목으로는 디자이너가 결코 될 수 없다고 뼈 아픈 독설을 퍼붓고, 세경의 앞에서만 아르테미스 회장 비서 코스프레 중인 차승조 역시 세경의 taste를 조롱하며, 예고 시절에 대한 복수를 펼치는 윤주는 세경의 기를 팍팍 죽이는데 아주 재미가 들린 기세. 이렇게 힘들 때 기대고 싶은 남자친구 소인찬은 바닥까지 추락해 가는 자신의 삶이 고달파 세경에게 이별을 선언한다. 이것만으로도 견디기 힘들 만큼 괴로운데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것이 함정. 사는 집도 차압 직전이다. 왜 나쁜 일들은 한꺼번에 몰려오는 걸까.

세경의 쓰릴한 사회 초년생 라이프는 지금 이 사회에서는 노력해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고, 애초에 그럴 수가 없다는 걸 온 몸과 마음으로 절감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렇게 맥 빠진 세경에게 아버지는 이렇게 말한다. 노력하면 달라질 수 있다는, 그 희망을 가지고 살아 가는 것이라고. 노력한 만큼 대우 받을 수 없는 불공평한 세상. 모태 금 수저 옵션이 아니어서 선택할 수 있는 그나마 최선의 방법이 정직하게 노력하는 것 밖에 없었던 살아 온 인생들을 가차 없이 냉랭하게 대하는 이상한 나라. 한세경은 지금 이 이상한 나라의 중심에 서 있다. 그리고 세경은 결심한다. 얄밉상 서윤주를 롤 모델로 해서 노력의 노선을 발칙한 신데렐라가 되는 걸로 바꿔 보자고.

한번에 1~2회를 내리 정주행하면서 이 정도면 매끄러운 시작이었다고 생각했다. 캐릭터들 성격 확실하고, 그들의 언행들도 납득이 가고, 그들간의 관계 설정도 벌써 아웃 라인을 어느 정도 잡은 느낌. 무엇보다도 세경의 고난과 함께 변주되던 승조에 대한 떡밥들이 붕 뜨지 않아 좋았다. 그런데 어째 벌써부터 승조와의 멜로는 둘째 치고, 하루 빨리 세경이 보란 듯이 성공했으면 좋겠다. 안 그래도 정말 각박하고 팍팍한 세상에서 세경이 노력하면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이 아이콘이 되어 줬으면 좋겠다. 속단하긴 이르지만, 세경이 지금은 성공을 위해 취집을 꿈꾸고 있더라도 결국 그걸 맹신해서 어리석은 선택을 하진 않을 것 같다. 일단 그렇게 믿고 싶다. 무튼, 그러니 한세경 너 화이팅!


│여담

1. 세경이가 울 때 가슴이 어찌나 찌르르 하던지. 취업난을 경험한 20대라면 누구나 절절히 세경의 심정에 폭풍 공감할 듯싶다.


2. 박시후씨에게서 서변이나 구본부장이나 이강석이 보일 줄 알았건만 이건 뭐 상찌질이+촐싹+병신미 폭발 캐릭. 완전 신세계다. 빵 터짐!

3. 오랜만에 주말 드라마를 열심히 보게 될 것만 같은 느낌. 부디 <청담동 앨리스>가 드한기에 불을 지펴주었으면! <토오루 객원기자, 暎芽 (http://jolacandy.blog.me)>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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