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민의 앨범을 꺼내면 자켓 속 꼬마 숙녀가 해맑은 웃음으로 가장 먼저 인사를 건넨다. 아빠를 꼭 닮은, 조원민의 딸 연서다. 5곡의 트랙은 슬프고도 아름다운 한 편의 러브스토리로 이어진다. '첫눈'에 알아본 사랑, 그리고 그 사랑을 추억한 '그땐', 이별의 아픔을 그린 '사랑이 아프게 기억된다'와 '미워하자 사랑하자', 마지막은 그리움을 담은 '배웅'이다. 조원민도 "오래된 다이어리 같은 앨범"이라고 했다. 그 다이어리 속 주인공은 4년 전 사별한 아내다. 그래서 조원민의 목소리는 귀가 아닌 가슴을 파고든다.
녹색지대 활동을 마치고 솔로로 변신한 그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힘을 보탰다. 수영선수 박태환은 '첫눈'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사랑의 설렘을 풋풋한 느낌으로 표현했다. 20년지기' 박승화는 이번 앨범의 디렉팅과 코러스, 세션에 참여했을 뿐 아니라 타이틀곡 '그땐'을 함께 불렀다. 고마워하는 조원민에게 박승화는 이렇게 화답했다. "사나이는 원래 벌거벗고 돕는 거다. 언제든 도울 테니 연서를 위해서 더 힘내자."
주변 뮤지션들은 노랫말을 선물했다. "직접 가사를 쓰면 슬픈 이야기만 하게 될 것 같아서 부탁한 건데도 알아서 저의 이야기를 써왔더라고요. 가사를 받아든 순간 '정말 미치겠다'는 말이 툭 튀어나왔죠. 가슴이 먹먹해서 어떻게 노래를 불러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사랑은 때론 기적 같은 순간을 선사한다. '그땐' 뮤직비디오 촬영 다음날, 오래된 외장하드에서 아내가 휴대전화로 촬영한 영상을 우연히 발견했다. 아내와 갓 걸음마를 시작한 딸의 행복한 모습이 담겨 있었다.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조원민의 이야기를 들은 뮤직비디오 감독은 그 영상을 뮤직비디오에 넣었다. 딸의 첫 돌을 앞두고 폐암 말기를 선고받은 아내는 2년 투병 끝에 2009년 세상을 떠났다. "바보 같은 약속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 아이가 엄마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당신밖에 없을 거라고 아내에게 말했어요. 이 앨범이 상업적으로 어떤 성과를 거둘지는 모르겠지만 제 얘기를 마음껏 들려드렸기 때문에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조원민은 이번 활동을 계기로 후배 양성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그래서 본인의 이름으로 회사도 꾸렸다. "대형 기획사에서 중견급 가수들을 위해 음반을 낼 일도 없고, 저 역시 기획사와 타협해서 내 음악을 망가뜨리고 싶지 않아요. 그렇다고 아이돌을 무시하는 건 아니에요. 다만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음악하는 사람들이 설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서정적인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분명히 있거든요. 눈여겨 보는 후배들도 있고요."
그 후배들이 누구인지 물어보자 뜻밖의 이름이 나온다. Mnet '슈퍼스타K' 출신 김그림과 신지수다. "김그림은 곡도 잘 쓰고 연주도 잘해요. 신지수는 녹색지대 팬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음악적으로도 잘 통해요. 너무나 예뻐하는 후배들이죠. 우연히 카페에서 음악을 듣고 반하게 된 인디뮤지션 정밀아와 힙합뮤지션 일통은 제 콘서트에 게스트로 초대했어요."
3월부터 5월까지 매주 주말 서울 장충동 스테이지팩토리홀에서 열리는 조원민의 소극장 콘서트에는 박학기, 신효범, 박승화, 정서용, 모세, UFC 선수 김동현, 천상혁, BMK, 이재수, 장철웅, 개그맨 윤형빈, 박혜성 등 다양한 게스트가 찾아올 예정이다. "우리 세대는 쉴 곳이 없거든요. 그런 분들이 음악과 함께 교감하면서 속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