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기자가 본 남자 예능 진단서.."유재석에게 바란다"

기사입력 2014-04-11 05:54


사진제공=KBS '나는 남자다'

남자 예능이 대세다.

피터팬부터 슈퍼맨, 그리고 사나이까지. 타이틀만 들어봐도 남자가 주인공이다. 남자들끼리 여행가는 '1박2일 시즌3'부터 남자들의 군대 이야기 '진짜 사나이'는 물론 엄마가 아닌 아빠들의 육아를 다룬 '아빠, 어디가'와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주말 프라임 시간대를 주름잡고 있다. 파일럿 프로그램들도 '남자'가 키워드다. 유재석의 새 예능 프로그램으로 화제를 모았던 '나는 남자다', 신동엽 윤종신 등 40대 중년 남자들이 주축이 된 '미스터 피터팬'까지 브라운관은 '남자' 탐구에 푹 빠졌다. '남자'를 전면에 내세워 여성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다. 즉, 여성 시청자의 눈이 중요하다. 그래서 여자의 눈으로 준비했다. 잘 나가는 남자 예능의 인기 이유와 하락 요인을 스포츠조선 여기자들이 꼼꼼하게 뜯어봤다. '여기자가 본 남자 예능 진단서'. 지금부터 공개한다.



진짜 남자 세계를 보는 여자들의 속마음? '1박2일'vs '진짜사나이'

여자은 남자들만의 진짜 세계를 궁금해 한다.

솔로 남자가 아닌 진짜 남자들의 세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능 프로그램. KBS2TV '1박2일 시즌3'와 MBC '진짜사나이'였다. '1박2일'은 7명의 남자 스타들의 1박 2일동안의 여행기라면 '진짜사나이'는 군대 이야기다. 말 그대로 여자들은 낄 수 없는 남자들의 세계다. 그래서 여자들은 남자들이 지들끼리 있을 때 무엇을 하고, 무슨 이야기를 하는 지 귀를 쫑긋 세운다. 국민 예능으로 불렸던 '1박2일 시즌1'의 최고 히트 상품은 강호동과 '복불복'이었다. 너무도 마초스러운 강호동 대장과 피할 수 없는 고통을 주는 '복불복'을 보는 여자들은 남자들의 말도 안되는 유치한 힘 겨루기에 어이 없어하면서도 낄낄댄다. 까나리 액젓과 냉수 입욕, 야외 취침은 '고생 버라이어티'의 시초가 됐던 '1박2일'을 대표했다. 하지만 시즌2에서 예능인들이 대거 빠지고, 배우들과 가수로 이뤄진 상황에서 '1박2일'은 초심을 잃었다. 악덕 PD때문에 고생스런 1박2일을 보낸다기보다 쪽수와 논리를 앞세워 PD를 이겨먹는 멤버들에 재미는 반감됐다. 여자 시청자들은 남자들의 용기있는 고생에 박수를 보내지 논리적이며 피해가려는 남자에는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결국 '일밤'의 부활과 함께 쓸쓸한 종영을 맞게된다. 그랬던 '1박2일', 시즌3로 돌아오면서 확 바뀌었다. 더 가혹한 복불복과 냉정한 제작진 참견은 멤버들을 더욱 유치하게 만들었고, 이는 시청률로 이어졌다. 급기야 지난 3월 9일 금연여행으로 최고 시청률을 찍었던 '1박2일'은 점잖았던 영화배우 김주혁도 '니코틴패스(니코틴+소시오패스)'로 만들어버렸다. 여자들은 금연이 주는 남자들의 고통의 리얼함에 빠져들었다. 고생 버라이어티의 초심으로 돌아간 순간이다. 이로써 옛 명성을 되찾았다.


여자들이 지독히도 싫어한다는 남자들의 군 이야기를 다룬 '진짜사나이'. 여성들이 주시청층이다. 아들을 군에 보낸 엄마들이나, 애인을 군에 보낸 고무신녀에게 '진짜사나이'는 예능이면서도 고급 정보 프로그램이다. 매회 군대 생활과 관련된 용어들과 지침이 등장하는가하면 병사들끼리 전우애는 남자들의 진한 우정을 보여준다. 거기에 군대 식단, 군대리아 음식들은 여성 시청자들의 관심을 듬뿍 받았다. 아들이나 남자친구가 휴가나오면 함께 이야기할 꺼리가 생긴 것이다. 여기에 '구멍병사' 샘 해밍턴, '긍정병사' 류수영, '열혈병사' 장혁 등 캐릭터도 매력적으로 자리매김했다. 시즌2로 이어오며, 헨리의 등장은 화룡점정이라 할 만하다. '상사가 곧 법이다'라고 할 정도로 엄격한 내무반에서 헨리의 귀여운 행동은 여성 시청자들의 호감을 샀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시즌1부터 남아있는 출연자들이 병풍으로 전락했다. 비록 5박6일의 촬영을 마친 후에 돌아오는 멤버들에게 '리얼'을 바라는 것은 무리일테지만, 적어도 상병을 단 김수로 앞에 선 이등병 헨리와 케이윌은 긴장해야하는 게 아닐까. 연예인 선후배가 아니지 않는가. 계급장을 뗀 군 이야기는 더이상 군대 이야기가 아니란 것쯤은 여성 시청자도 안다.

김겨울 기자 winter@sportschosun.com


사진제공=KBS '미스터 피터팬'
신동엽 유재석의 남자 예능에 대한 여성의 바람?

KBS2 새 파일럿 프로그램 '미스터 피터팬'과 '나는 남자다' 모두 '남자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웠다.

두 프로그램은 모두 남자를 전면에 내세우지만, 그 속에는 여성 시청자들을 '관찰자' 입장으로 참여하게끔 하는 의도가 깔려있다. TV의 주시청층은 여성이 아닌가. 거기에 톱MC인 신동엽과 유재석이 메인으로 등장한다. '미스터 피터팬'은 신동엽의 첫 리얼 버라이어티로, '나는 남자다'는 유재석이 4년 만에 신규 예능 프로그램을 맡는 것만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우선 '미스터 피터팬'은 신동엽 정만식 김경호 한재석 윤종신 등 철부지 중년 남자 스타들이 아지트에 모여 다양한 놀이와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첫 성적표는 나쁘지 않다. 4일 방송분은 4.4%(닐슨코리아, 전국기준), 5일 방송분은 4%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반응도 좋다. RC카(무선 조종 자동차)에 도전하면서 RC카 플래시몹으로 일반인 169명이 동호회에 신규 가입하는 성과를 냈다. 또 가족의 무게를 짊어진 40대 가장들의 놀이와 여행기가 시청자들의 공감을 끌어냈다는 호평도 이어졌다.

그럼에도 아쉬움은 남는다. 철부지 중년 스타들의 놀이 찾기, 즉 키덜트는 MBC '나 혼자 산다'의 이성재를 통해 이미 접했다. 남자들이 하고 싶은 걸 찾고, 그에 도전하는 모습은 KBS2 '남자의 자격'에서도 봤던 그림이다. '미스터 피터팬'이 정규 프로그램으로 안착하려면 그 이상이 있어야 한다. 그들이 보여주는 놀이와 모임이 수박 겉 핥기 식이나 나열하기 식으로 전락하지 않고, 보다 치열한 열정과 노력, 팀워크가 있어야 한다. 피터팬은 영원히 늙지 않는 동화 속 생명체다. 미스터 피터팬으로 불리려면 출연자들이 무지하고 준비도 부족한 RC카를 등장시킬 게 아니라, 젊은 시절 즐겨했던 취미나 음악 이야기를 하는 것이 더 와닿지 않을까. 그렇다면 피터팬을 바라보면서 웬디나 팅커벨이 되고 싶다는 여성 시청자도 생길 텐데 말이다.

'나는 남자다'는 남자의, 남자에 대한, 남자를 위한 토크쇼다. 남중 남고 공대 출신 남자 방청객 250명과 호흡을 맞춘다. 9일 첫방송 시청률은 4.1%. 무난한 출발이다. 장동민의 도발, "야동으로 일본어를 배웠다"는 등 '예능 초보' 임원희의 핵직구 화법, 노홍철의 서포트 모두 잘 어우러졌다. 특히 일반인 방청객들의 활용은 눈여겨볼 만하다. '남자도 뽀샵을 한다'는 사실을 알려준 것만 해도 여성 시청자들에게 충분한 어필이 됐다.

유재석은 역시 유재석이었다. "야유 아니면 환호"라는 극단적인 반응으로 보이는 방청객을 참여시키는 그만의 방법은 놀랍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남는다. MBC '트루맨쇼'와 JTBC '마녀사냥'을 보는 듯한 세트 구성이 식상하다. 게스트 선정도 안타깝다. 미쓰에이 수지의 등장에 환호는 남성들의 모습은 '진짜사나이'에서 일회성 여신으로 사용되는 걸그룹과 차별점이 없다. 오히려 '여신'이 아닌 '여자'를 등장시켰더라면 어땠을까. 남자가 여신을 동경한다는 사실은 여자들도 이미 안다. 굳이 TV를 보면서까지 알 필요 있을까. 거기에 추첨, 토크, 여러 게스트의 출연 등 한꺼번에 많은 것을 보여주려는 욕심 때문에 정작 방송 의도가 무엇인지 본질이 흐려졌다. 보다 확실한 주제를 잡아 남자들만의 시각으로 풀어나가야겠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사진제공=MBC '아빠!어디가?'
'아빠 어디가'와 '슈퍼맨…'의 명암, 사랑스러운 아빠에게 달렸다

여성 시청자들은 MBC '아빠 어디가'(아빠)와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슈퍼맨)에 담긴 아빠들의 리얼한 모습에서 이상적인 남편감을 발견하고, 미래에 꿈꾸는 가정 생활을 그려보기도 한다. 상남자든, 애처가든, 공처가든, 무엇이라도 상관없다. 아빠들은 제각각 다른 매력으로 여성 시청자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아이만큼 사랑받는 아빠가 탄생해야 '아빠 예능'의 새로운 전환을 가져올 수 있다. 아빠 육아 프로그램 성패의 핵심 요소다. 동시간대 격돌한 '아빠'와 '슈퍼맨'이 자리바꿈을 했다. 미묘하게 갈린 명암은 사랑스러운 아빠를 만들어냈느냐, 그렇지 못했느냐에서 갈렸다. 여성 시청자의 눈에서 말이다.

육아예능 열풍의 후발주자로 출발한 '슈퍼맨'은 야금야금 시청률을 올리더니 마침내 원조를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일등공신은 역시나 아이들이다. 이름처럼 사랑스러운 사랑이, 신비로운 매력의 하루, 귀여운 서언-서준 쌍둥이. '훈남 형제' 준우-준서. 아이들의 순진무구한 매력에 미혼 여성들이 더 열광한다. 통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예기치 못한 상황은 신선한 재미를 주고, 한국말이 부쩍 늘어난 사랑이와 첫 돌을 맞이한 쌍둥이 형제처럼 나날이 쑥쑥 자라는 아이들의 모습은 흐뭇함을 안긴다.

아이들이 자란 만큼 아빠도 성장했다. 쌍둥이를 안고 행복에 겨워 눈물을 훔쳐내는 이휘재와 애교 넘치는 목소리로 딸과 대화하는 힙합 뮤지션 타블로의 모습을 예전에는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슈퍼맨' 아빠들은 방송을 통해 다른 아빠에게서 육아법을 배우고 실천한다. 여기에 이 프로그램의 진짜 미덕이 있다. 아빠와 아이에게 '슈퍼맨'은 단순한 방송이 아니라, 놓치고 싶지 않은 소중한 일상이자 일종의 육아 커뮤니티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래서 시청자까지 육아에 동참해 함께 아이를 키우는 것 같은 보람을 느낀다.

'슈퍼맨'에게 추월당한 '아빠'는 아쉽게도 이런 성장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 기대감 속에 2기가 출범했지만 동시간대 최하위로 뒤쳐지고 말았다. 개구쟁이 민율이, 왈가닥 성빈, 순수한 찬형이, 엉뚱한 리환이, 수줍은 규원이 등 아이들의 캐릭터는 나쁘지 않지만, 맏형 윤후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지웠다. 윤후의 리더십에 초반 관전 포인트를 두다 보니, 아빠들의 이야기가 아이들의 에피소드와 조화롭게 어울리지 못했다.

베테랑 아빠로 거듭난 성동일-김성주-윤민수, 육아 초보 류진-안정환-김진표의 대조적인 상황에서 빚어지는 다양한 재미거리도 놓쳤다. 아빠들의 매력과 개성이 상대적으로 밋밋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또한 아빠들이 아이와 함께 하며 어떻게 변해가는지 섬세하게 관찰하지 못한 탓에, 매회 에피소드가 하나의 성장 이야기로 연결되지 못하고 일회성으로 그치고 말았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진행한 '튼튼캠프'와 '가족캠프'는 일상 속에서 아빠와 아이의 관계를 포착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획이었다. 어쩌면 시골여행을 고집하지 않는 것에서부터 새로운 변화가 시작될 수도 있다. 앞으로 김진표 부녀의 뒤를 이어 아빠 정웅인과 여덟살 세윤 양이 합류한다. 한국의 '수리 크루즈'라 불리는 세윤 양과 '추블리' 추사랑의 매력대결, 동갑내기 찬형이와 오빠 윤후 사이에서 펼쳐질 러브라인에도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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