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이하 롤)은 한국의 국민게임이다. 과거 3040세대가 스타크래프트에 빠졌다면, 요즘 1020세대는 롤에 열광한다. 고향인 미국을 제패하고, 거대시장 중국에서도 흥행 1위다. 매년 한 번씩 열리는 '롤드컵'은 전 세계 게이머들에게 월드컵 이상의 흥분을 안긴다.
라이엇 게임즈 브랜던 벡 대표
라이엇 게임즈 마크 메릴 사장
이 위대한 게임은 두 대학생의 사소한 의문에서 시작했다. 미국 남가주대(USC) 대학동창인 '브랜던 벡'과 '마크 메릴'은 친한 친구이자 지독한 게임광이다. 그들은 스스로를 김치중독자(Kimchi addict), 게임 쓰레기(game juncky), e스포츠 동경자(eSport wannabe)로 불렀다. 틈만 나면 한인 타운 PC방에 들려 게임을 즐기곤 했다. 하루 종일 스타크래프트를 하다가 배고프면 순두부찌개를 시켜 먹는 게 일상의 낙이었다. 한번은 재미삼아 교내 스타리그를 열기로 했다. 그러나 거절당했다.
게임은 스포츠가 아니라는 이유 때문이다. 농구나 야구는 되는데, 스타크래프트는 왜 안 되지? 그들은 학교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졸업 후 각자의 삶을 살던 중에도 늘 이런 의문이 따라다녔다. 결국 그들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뭉쳤다. 그리고 조그마한 벤처 게임회사를 차렸다. 회사의 목표는 명확했다.
게임을 스포츠로 인정받게 하는 것. 다른 건 몰라도 e스포츠에 어울리는 게임을 만들어야 했다. 당시 e스포츠 시장을 이끌던 게임은 스타크래프트(이하 스타)였다. 스타와 비슷한 게임을 만들어선 승산이 없었다. 때마침 인디게임 개발자 '스티브 픽'이 회사에 합류했다. '구인수'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한 그는 워크래프트3 지도편집기로 '도타'라는 게임을 만들어 히트 쳤다. 그는 게임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제작단계부터 달랐다. 비싼 제작비를 쏟아 붓는 대신, 이용자의 요구에 맞춰 효율적으로 제작했다. 캐릭터 디자인 하나하나에도 이용자의 의견을 들어 반영했다.
2008년, 라이엇게임즈는 '리그오브레전드: 운명의 충돌'을 내놓았다. 롤은 여러모로 스타와 달랐다. 스타는 부대전체를 컨트롤 하지만, 롤은 캐릭터 하나만 움직이면 된다. 축구로 비유하자면 스타가 감독 입장이라면, 롤은 선수 입장이다. 스타는 경쟁하는 방식이지만, 롤은 협동이 우선이다. 롤은 시장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스타' 이후 침체된 e스포츠 시장을 키웠다. 전 세계 145개국에서 매달 7천만명이 플레이하는 초대박 게임으로 성장했다.
급기야 세계적인 스포츠 경기장 'LA 스테이플즈 센터'에서 당당히 롤드컵 결승전을 치렀다. '스포츠가 아니다'는 이유로 교내 게임대회를 거부당한지 15년 만의 일이다. 라이엇게임즈는 '우리는 관습에 저항한다'를 개발이념으로 삼는다. 그만큼 시대의 고정관념과 싸웠다. 리그오브레전드는 두 젊은이의 '저항'과 '혁신'으로 창조된 최고의 흥행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