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중국 내 한류제한령(이하 한한령)이 강화된다는 보도가 21일 나온 가운데, SBS 수목극 '푸른바다의 전설'이 중국 내 방영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푸른바다의 전설'은 당초 SBS '별에서 온 그대'로 중국에서 한 차례 성공을 거둔 박지은 작가의 신작인데다 '천송이 열풍'을 불러온 전지현과 '신한류 4대 천황' 이민호를 캐스팅해 국내외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여기에 '닥터이방인', 중국 드라마 '비취연인' 등을 연출한 진혁PD까지 가세해 중국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둘 것이라는 예측을 하게 했다. 실제로 '푸른 바다의 전설'은 방송 전부터 중국 동영상 유통업체들로부터 회당 50만 달러(약 5억 9525만 원)선의 판권 수출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는 역대 최고였던 KBS2 '태양의 후예'(27만 달러)를 뛰어넘는 기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측의 방송 허가를 받지 못한 채 지난 16일부터 일단 국내에만 방송되고 있다.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 측의 보복이 구체적으로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
물론 '푸른 바다의 전설'의 경우 100% 한한령 때문에 중국 동시 방영이 무산됐다라고 보기는 어렵다. '푸른바다의 전설'은 100% 사전 제작 드라마가 아니다. 즉 '전편'이 검열을 통과해야 하는 중국 공안의 심의를 통과할 수 없었고, 당연히 한중 동시 방영도 불가능 했다는 얘기다. SBS 측도 12월 초 방송 분량을 촬영 중이며 중국과 동시 방송을 추진하지는 않았다고 발을 뺐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사전 제작 여부에 따라 판권 판매 수익은 어마어마하게 달라진다. 한중 동시 방영이 되지 않는다면 한국에서 드라마가 방송된 뒤 중국에서 불법 유통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은 인정하기 어려운 얘기"라고 입을 모은다. 한한령의 여파가 아예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이러한 일은 '푸른 바다의 전설'만의 얘기가 아니다. 앞서 이영애가 주연을 맡고 그룹 에이트와 홍콩 엠퍼러 엔터테인먼트 코리아가 공동 제작한 SBS '사임당, 빛의 일기'는 지난 7월 제출한 중국 심의를 아직 통과하지 못한 채 내년 1월 국내 방영을 확정했다. SBS 측은 "기약없이 심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편성이 2월 이후로 늦춰지거나 1월 국내 단독 방송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이밖에 황치열은 중국판 '아빠 어디가' 시즌4에 출연했으나 편집 당했다. 유인나는 후난 위성방송 드라마 '상애천사천년2' 주연을 맡았으나 포스터까지 공개된 지난 7월 대만 배우 곽설부로 교체됐다. 싸이와 아이콘은 8월 장수위성 예능 프로그램 '더 리믹스'에 출연했지만 모자이크 편집되는 굴욕을 당했다. KBS2 '함부로 애틋하게' 주연 배우였던 수지와 김우빈의 팬미팅도 연기된 상태다.
광고계도 민감한 반응이다. 이미 김수현 송중기 송혜교 안재현 등을 광고 모델로 기용했던 중국 기업들이 모델을 현지 연예인으로 교체했거나 교체할 것을 검토 중이다.
|
지난 7월 한·미 한반드 사드 배치 발표 이후 중국은 한류 제한령을 발표했다. 그리고 18일 한류 제한령 강화 방침이 내려왔다는 보도가 전해져 논란이 야기됐다.
시작은 웨이보 멘트 한 줄 이었다. 중국 웨이스관차성 웨이보에는 "장쑤성 방송국 책임자가 한국 연예인이 출연하는 모든 방송을 금지하라는 통지를 받았다"는 멘트가 게재됐다. 이후 현지 언론들은 일제히 한류 금지령, 즉 한한령에 대한 보도를 쏟아냈다. 특히 촨메이취안은 이번 한한령이 한국 문화 콘텐츠에 대한 투자 및 협력을 일체 제한하고 한국 연예인의 중국 활동에 대해서도 제약을 걸었다며 중국 당국이 이러한 내용을 9월 1일자로 소급 적용할 것을 지시했다고 전해 논란이 가중됐다.
더욱이 앞서 언급한 대로 피해사례들이 속출하고 있어 업계도 불안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현 가능성을 점칠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만약 한한령이 실행된다면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 전반이 흔들릴 수도 있는 문제다. 이미 중국 자본을 투자받은 기획사나 작품들이 한둘도 아니고, 스케줄이 모두 정리된 일정들도 많다. 다만 중국 당국이 공산주의 체제를 따르고 있기 때문에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이처럼 괴담처럼 퍼진 한한령이 실제로 적용된 듯한 사례들이 발생하면서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행히 피해를 빗겨간 쪽도 꽤 있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미리 심의에 통과한 작품들은 사실 문제가 없다. 웹드라마 '마음의 소리'와 KBS2 드라마 '화랑'은 지난 10월 심의에서 통과했다. 하지만 두 작품을 끝으로 더이상 심의에 통과한 작품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한령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뒤 이러한 일들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다. 쉽게 끝날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생각보다 여파가 길게 가고 있다"고 밝혔다.
'화랑' 측 관계자는 "오늘(21일) 오전까지도 변동은 없었다. 정상적으로 중국 동시 방영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계속해서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다해, 이광수 등 중국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소속사 관계자들 역시 "사실 아직까지 실질적인 제약을 받은 바는 없다. 중국에서 무리없이 출연작이 방영되고 있다. 실질적인 체감을 하진 못하고 있지만 어쨌든 추이를 지켜봐야 하는 상태"라고 입을 모았다.
|
한 아이돌 소속사 관계자는 "사실 한한령 발표 이후 중국 쪽에서의 스케줄이 많이 줄어든 것은 맞다. 뚜렷한 제재가 있었다기 보다는 현지 관계자들이 눈치를 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속사 관계자 역시 "확실하게 공식화 된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민감하다. 소속사들마다 해외팀들이 정보 수집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태"라며 "최근 중국 시장의 한류의 주된 터전이 된 상태인데 한한령이 실행된다면 한류 자체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한령의 진짜 문제는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사실 우리도 중국 쪽 반응이 어떤지 정보를 모으고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아직 정식 안건이 상정된 게 아니다. 그런데 루머성 발언들이 한국에서 너무나 공론화되고 있어 문제"라고 토로했다. 기획사 관계자는 "이런 발표가 나올 때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주가가 동시에 하락한다. 그점이 더 어렵다. 정부 차원에서 해결해야할 문제이지 우리 쪽에서 건드릴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더 난감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