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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리뷰] '보통사람' 손현주가 만든 가장 평범하고 특별한 이야기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7-03-18 11:07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특별한 배우 손현주가 모처럼 평범한 이야기로 극장가 문을 두드렸다. 그동안 쫓고 쫓기는 스릴러로 관객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던 그가 이번엔 묵직하고 뜨거운 메시지로 뭉클함을 자아낸다. 손현주가 만든 가장 평범하지만 가장 특별한 이야기가 춘삼월 극장가를 평정할 수 있을까?

88서울올림픽을 1년 앞둔 1987년 봄, 보통의 삶을 살아가던 강력계 형사 강성진(손현주)이 나라가 주목하는 연쇄 살인사건에 휘말리며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휴먼 영화 '보통사람'(김봉한 감독, 트리니티엔터테인먼트 제작). 직선제 거부, 4.13 호헌조치 등 국민의 민주화 요구를 묵살하고 군사독재정권을 유지하려던 1987년의 격동기를 고스란히 스크린에 담아냈다.


일단 영화는 시대극답게 당시 유행이었던 장발은 물론 디테일한 의상, 추억의 소품 등 1980년대 보통사람들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고 여기에 자유와 정의를 위해 치열하게 살아갔던 80년대 시대상을 현실적으로 다뤘다. 특히 김봉한 감독은 '보통사람'에 대한민국 최초의 연쇄 살인마 사건과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등을 녹여내며 픽션과 팩트의 경계를 오가는 재미를 더했는데, 이런 지점이 보는 이들의 몰입감을 높이며 흥미를 유발한다. 젊은 관객층에겐 복고 열풍을, 중·장년층에겐 향수를 불러일으킬 소재와 배경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것.


그리고 이러한 '보통사람'의 탄탄한 스토리는 명품 배우들의 명품 연기로 더욱 빛을 발하게 됐다. 1991년 데뷔 이후 지금까지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인 손현주. 그는 영화 '숨바꼭질'(13, 허정 감독)로 스릴러 물꼬를 텄고 이후 '악의 연대기'(15, 백운학 감독) '더 폰'(15, 김봉주 감독)까지 연달아 메가 히트를 터트리며 명실상부 충무로 최고의 '스릴러 킹'으로 등극했다. '장르가 곧 손현주'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스릴러 장르에 있어서 독보적인 배우로 거듭난 것. 하지만 이번 '보통사람'에서는 스릴러가 아닌 휴먼 드라마로 노선을 틀어 변화를 안겼고 이는 완벽한 선택이었음을 '보통사람'으로 입증했다.

다리 아픈 아들, 말 못하는 아내를 위해 비루한 현실에서 깡과 근성으로 버티는 형사 강성진을 연기한 손현주. 그 시절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보통의 인물을 그만의 진득한 페이소스를 더해 특별한 인물로 빚어냈다. 우리네 아버지 모습을 강성진이란 인물에 그대로 투영시킨 손현주는 첫 등장부터 마지막 퇴장까지 매 신 '미친 존재감'을 드러내며 관객을 웃고 울게 만든다. 특히 아들과 아내에게 바나나를 나눠주고 자신은 아쉬움에 껍질을 긁어먹는 손현주의 애드리브는 영화가 끝난 뒤에도 여운을 남기는 명장면 중 하나. 또한 손현주는 아내 송정숙 역의 라미란과 애틋한 부부 케미스트리를, 절친한 형이자 진실을 찾아 헤매는 자유일보 기자 추재진 역의 김상호와는 묘한(?) 브로맨스를 과시해 재미를 더한다. 그야말로 손현주는 어떤 장르, 어떤 캐릭터, 어떤 파트너와도 환상의 앙상블을 펼치는 '연기 신(神)' 그 자체였다.

이밖에 국가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뼛속까지 냉혈한인 최연소 안기부 실장 최규남을 연기한 장혁은 현실 속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떠올리게 만드는 연기로 시선을 강탈하고 기획수사의 최대 피해자 김태성 역을 맡은 조달환은 기존의 보여준 이미지와 180도 다른 연기 변신으로 감탄을 자아낸다.


'미녀와 야수'(빌 콘돈 감독) '콩: 스컬 아일랜드'(조던 복트-로버츠 감독) '로건'(제임스 맨골드 감독) 등 극장가를 점령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사이에서 호기롭게 출사표를 던진 '보통사람'은 같은 날 '프리즌'(나현 감독) '밤의 해변에서 혼자'(홍상수 감독) '히든 피겨스'(데오도르 멜피 감독)까지 등판, 만만치 않은 경쟁을 펼치게 된 상황이다. 유례없는 3월 극장가 빅매치에서 보통사람의 이야기로 특별한 성적을 얻을 수 있을지 영화계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한편, '보통사람'은 손현주, 장혁, 김상호, 조달환, 라미란, 정만식, 지승현 등이 가세했고 '히어로'의 김봉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3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영화 '보통사람' 스틸 및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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