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장르불문, 캐릭터불문 다양한 변신을 꾸준히 시도한 임시완과 진구. 두 사람의 피, 땀, 눈물이 서려 있는 유쾌, 통쾌, 짜릿한 범죄 사기극이 탄생했다.
평범했던 대학생이 전설의 베테랑 사기꾼을 만나 모든 것을 속여 은행 돈을 빼내는 신종 범죄 사기단에 합류하면서 펼치는 이야기를 그린 범죄 오락 영화 '원라인'(양경모 감독, 미인픽쳐스·곽픽쳐스 제작). 은행 대출이 안 되는 사람들의 직업, 신용등급, 신분 등의 자격 조건을 조작해 은행을 상대로 대출 사기를 벌이는 '작업 대출'을 다룬 범죄 사기극이다.
'작업 대출'이라는 생소한 소재를 스크린으로 펼쳐낸 양경모 감독은 이러한 '작업 대출'의 세계를 리얼하게 담기 위해 실제 작업 대출 업자들을 만나 자료를 수집, 그들의 말투와 작은 습관까지 짚어내 '원라인'에 녹여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 실제 '작업 대출'이 성행했던 2005년을 배경으로 한 '원라인'은 플립폰, CRT 모니터 등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게 하는 소품으로 재미를 더한다.
특히 양경모 감독은 기존 범죄 영화들과 달리 사기의 타깃을 사람이 아닌 은행으로 설정했는데, 이러한 스토리를 더욱 그럴싸하게 만드는 건 역시 배우들의 명연기였다. 충무로 '미담 제조기' '예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임시완과 진구. '돈 필요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사기'를 더욱 젠틀하고 매너 있게, 또한 훈훈하게 만드는데 확실한 공을 세웠다.
앞서 임시완은 2012년 방송된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허염의 어린 시절로, 2013년 개봉한 영화 '변호인'(양우석 감독)에서 사건의 중심이 되는 박진우로, 2014년 방송된 tvN 드라마 '미생'에서 만년 을 장그래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유의 깨끗하고 말간 얼굴과 선한 이미지가 접목된 캐릭터들을 맡아온 임시완. 그가 이번 '원라인'에서는 말간 얼굴과 동시에 유들유들한 능청을 덧댄 색다른 변주를 시도해 눈길을 끈다.
비상한 두뇌와 훈훈한 외모로 여성 타깃을 주로 공략하는 '사기계의 샛별' 민대리는 순진한 얼굴과 사람 좋은 미소로 고객을 낚고 치밀한 계산으로 그들의 마음을 휘어 감아 대출 사기를 성공시키는데, 이런 민대리를 임시완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적절하게 표현해 '원라인'을 이끈다. 그간 보여주지 않았던 '능글미(美)'를 과시한 임시완은 다시 한번 '충무로 유망주'임을 입증했다.
임시완과 함께 호흡을 맞춘 진구 역시 기존의 '상남자' 이미지와 다른 변화로 관객에게 신선한 재미를 선사할 예정이다. 진구는 '원라인'에서 민대리의 스승이자 조력자인 '전설의 베테랑' 장과장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마치 '타짜'(06, 최동훈 감독)에서 고니(조승우)의 스승 평경장(백윤식)과 같은 역할을 소화한 그는 '사람을 돕는 사기'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을 가지며 영화 속 메시지를 확고하게 전달한다.
KBS2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서대영 상사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진구이지만 이후 도전한 MBC 드라마 '불야성'이 시청률 참패에 그치며 아쉬움을 남긴 상황. '연평해전'(15, 김학순 감독) 이후 2년 만에 관객을 찾은 그가 '원라인'으로 다시금 흥행 맛을 볼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밖에 작업 대출계 야심 가득 행동파 박실장 역의 박병은, S대 출신인 위조 전문가 송차장 역의 이동휘, 개인 정보의 여왕 홍대리 역의 김선영은 빈틈없는 연기로 '원라인'의 임시완과 진구의 뒤를 든든하게 받쳐준다. 그리고 특히 '원라인'의 맛을 살린 '신 스틸러'는 기태 역의 박종환. 어눌한 말투와 어리바리한 행동을 일삼는 그는 조폭 출신 사기 유망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원라인'에서 임시완과 묘한 브로맨스를 형성, 임시완·진구의 '완구커플'과 또 다른 브로맨스 케미를 선사한다.
'대세 배우'가 총출동한 '원라인'은 배우들 보는 맛으로 충분히 흥행 담보를 얻은 작품이다. 다만, 충무로 단골 장르인 범죄 사기 장르인 만큼 어디서 본 듯한 익숙한 느낌은 지울 수 없지만 '작업 대출'이라는 신선한 소재만큼은 관객들에게 흥미를 유발하기에 충분하다. 양경모 감독은 지난 20일 열린 '원라인' 시사회 당시 "여러 가지 비하인드와 사연이 있지만 횟수로 5년째 작품을 준비하면서 드는 생각은 오리지널리티를 빼앗아 갈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직접 발로 뛰면서 작업대출에 대한 자료를 수집했다"며 자신감을 드러낸바 있다.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자신감과 '작업 대출'이라는 신선한 소재가 관객의 마음을 휘어 감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원라인'은 임시완, 진구, 박병은, 이동휘, 김선영 등이 가세했고 단편영화 '일출'을 통해 제14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은 양경모 감독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오는 2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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