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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SBS 월화극 '귓속말'의 멜로 전개는 득이 될까, 독이 될까.
하지만 신영주가 문제였다. 아버지 신창호(강신일)가 폐암 선고를 받고 태백에서도 해고되자 형집행정지를 도와주겠다는 강정일의 손을 잡으려 했다. 살기 위해 신념을 버리려는 신영주의 모습에서 연민을 느낀 이동준은 그를 돕고자 강정일이 놓은 덫에 스스로 들어갔고 신영주는 이동준을 구하기 위해 달려갔다. 그리고 칼에 찔려 의식이 혼미한 상태에서도 자신의 위치를 노출시키고자 말을 이어가는 이동준의 입을 막기 위해 키스를 했다.
더 큰 적을 잡기 위해 증오의 대상과 손잡았던 신영주와 이동준이 수많은 위기를 겪으며 서로에 대한 죄책감과 연민이 싹텄음을 암시하는 키스신이었다. 이처럼 '귓속말'은 "진짜 어른 멜로를 그리겠다"는 각오처럼 적에서 동지로, 동지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두 사람의 관계를 착실히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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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영과 이상윤의 멜로는 분명 전형적인 멜로와는 결이 다르다. 처음부터 호감을 느끼고 불꽃같은 사랑에 뛰어드는 케이스가 아니라 동지애와 연민, 죄책감 등이 혼합된 복잡한 감정선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보영과 이상윤의 케미가 좋다. 이보영은 모든 것을 잃고 나락으로 떨어진 여자의 절박한 상황을 실감나게 그려내고 있고, 이상윤은 물이 오른 카리스마로 확실한 존재감을 어필한다. 정반대의 위치에 서있는 두 사람이 절체 절명의 위기를 겪어가며 감정을 싹튀우는 과정은 '귓속말'만의 차별화된 로맨스다.
그래서 이번 방송 엔딩을 장식한 키스신 또한 마냥 설레기보다는 설렘과 긴장감이 공존하는 묘한 느낌을 준다. 덕분에 이날 방송된 '귓속말' 5회는 15.27%(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리얼타임 평균 시청률을 기록했다. 또 키스신이 담긴 마지막 장면은 18.02%의 시청률을 내며 최고의 1분으로 등극했다.
그러나 '기승전 로맨스' 전개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는 쪽도 상당하다. '추적자' '황금의 제국' '펀치' 등 박경수 작가는 물고 물리는 남자들의 파워게임을 그려내며 큰 호응을 이끌어낸 바 있다. 숨막히는 배신과 반전이 계속되며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하는 게 박 작가의 시그니처다. 그래서 박 작가의 골수팬들은 '귓속말' 또한 그러한 전개를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핑퐁게임보다 멜로가 더 진득하게 다뤄지면서 박 작가 특유의 긴장감이 반감되고 권력 핑퐁 게임도 한층 약해졌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어쨌든 '귓속말'은 현재 월화극 시청률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갈수록 짙어지는 멜로가 작품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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