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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영웅 기자] "지금 이 순간, 꼭 부르고 싶은 노래입니다."
'애인 있어요'로 감동을 선사한 이은미, 윤일상, 최은하는 한 마음 한 뜻으로 감성을 맞댔다. 이미 오랜 호흡을 맞췄기에, 특별한 논의 없이도 서로의 의도는 통했고 이는 그대로 노래에 반영됐다. 윤일상은 서서히 폭발하는 기존 발라드 구성에서 탈피해 절제되면서도 감동을 전달할 수 있는 멜로디에 주력했고, 최은하는 맞춤형 노랫말로 바통을 이어받았다. 단숨에 완성된 멜로디와 노랫말은 이은미 특유의 표현력으로 결국 완성된 노래다.
"황폐해진 심리상태에서 노래하기조차 힘들었는데 주말마다 광화문에 나오면서 저도 모르는 삶의 공감대가 느껴졌어요. 이제는 노래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었는데 윤일상씨를 만나 이 노래를 선물받았죠."
세 사람은 각자의 위치에서 느끼는 감정을 이 한 노래에 담았다. 묘하게 같은 생각을 품어왔던 그들이 찾은 건 '희망'이다. 특별한 사연도 있다. 시집 '악의 꽃'에서 영감을 얻은 최은하는 작업 당시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 앞에 서있었고, 이은미 역시 여행 중에 이 노래의 데모 버전을 들었다고 했다. 최은하는 "서로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음악으로 연결돼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래의 주인공이 이은미 씨였기에 가능했던 작업"이라 전했다.
이은미의 음악인생은 작곡가 윤일상을 만나기 전과 후로 나뉜다. 2004년 두 사람이 처음 만나 만들어낸 작품이 이은미의 생애 대표작인 '애인... 있어요'다. 2005년에 발표한 이은미의 6집 'Ma Non Tanto'에 실린 이 노래는 2008년 드라마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에 실리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국민 애창곡으로 불리며 이은미의 제2의 전성기를 이끌었고, 이후 '헤어지는 중입니다' '녹턴' '가슴이 뛴다' 등 이은미표 발라드를 완성했다.
이은미 역시 윤일상과 최은하 콤비와의 협업에 대해 거듭 감사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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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륜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와 특유의 감정선을 갖고 있는 이은미에게도 이 노래는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이메일로 완성된 노랫말과 멜로디를 전달받고 벅찬 마음에 바다로 향했다는 그는 "어느덧 데뷔 30년이 다 되어가는데 그동안 너무 지치고 힘들었다. 이 노래는 기존의 곡들과는 달랐기에 더 특별했다"면서 "테크닉이 아닌, 목소리의 근본적인 소리 힘 하나로 표현하는 법을 터득하는 게 중요했다. 그만큼 간절한 노래였다"고 소개했다.
이은미, 윤일상, 최은하가 함께 한 이 노래는 때마침 어지러운 시국에 희망가가 될 전망이다. '자유롭고 길을 잃은 새 / 거친 폭풍 앞에 섰을 때 날 수 있단다. 너를 던져라. 널 흔들고 있는 바람 속으로 / 그 바람이 나를 펼친다. 너무 커서 아팠던 날개. 가장 멀리 가장 높이 하늘에선 최고로 멋진 새죠.'('알바트로스' 中)
이은미는 대표적인 폴리싱어(political+singer, 정치적 의견 개진에 적극적인 가수)이기도 하다. 노무현 대통령의 추모곡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을 윤일상(작곡), 최은하(작사)와 함께 발표했으며, 지난 12월10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7차 촛불집회'무대에서 국민에게 위로와 희망을 노래하기도 했다.
그는 정치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것에 대해 "개인적으론 부담이 없지만 주변에선 만류한다. 블랙리스트 사건도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나. 하지만 대중적으로 알려진 사람들이 더 큰 책임을 느껴야 한다 생각한다. 물론 제가 책임질 수 있는 범주 안에서의 행동이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는 걸 꼭 노래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은미는 올해로 벌써 28년째 노래하고 있다. 1989년 신촌블루스 3집의 객원 가수로 참여해 부른 '그댄 바람에 안개를 날리고'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대중들에게 그녀의 이름을 알렸다. 1992년 1집 '기억 속으로'를 시작으로 2집 '어떤 그리움'(1994), 3집 '자유인'(1997) 4집 'Beyond Face', 5집 'Noblesse', 6집 'Ma Non Tanto'로 총 6장의 정규 앨범과 4장의 미니앨범 '소리 위를 걷다'(2009) '소리 위를 걷다 2'(2010) '세상에서 가장 짧은 드라마'(2012) '스페로 스페레'(2014), 3장의 리메이크 앨범 'Nostalgia'(2000), 'Twelve Songs'(2007), 'Amor Fati'(2016)를 발표했다. 어느덧 데뷔 30년을 바라보고 있는 그의 소망은 딱 하나다.
"30년 가까이 무대에서 노래하면서 정말 큰 사랑을 받았어요. 여러분께 받은 관심과 사랑을 이제 잘 되돌려 드려야겠다는 생각 뿐입니다. 대한민국이 큰 상처를 입었고 제 노래가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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