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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영웅 기자] 가요계에 예상치 못한 반전의 주인공이 올해도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한동근과 스탠딩에그, 볼빨간사춘기 등은 특별한 홍보 활동 없이 입소문만으로 차트를 역주행해 정상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아이돌 팬덤 규모가 좌우하던 차트 풍경도 크게 바뀌었다. 뚜렷한 프로모션 한 번 없이도, 소리없이 강한 이들의 음악이 하나 둘씩 입소문을 타더니 급기야 메이저 가요계 중심까지 침투하고 있다.
수란은 청아하면서 그루브 넘치는 목소리로 알앤비 힙합신에서 주목받고 있는 여성 보컬리스트다. 그동안 프라이머리, 지코, 빈지노, 얀키 등과의 협업을 통해 독특한 보컬의 매력을 뽐내며 피처링 여신이란 타이틀도 얻었다. 음지에서 활동하던 보컬리스트가 빛을 발하면서 대중들이 알아보기 시작했다. 꾸준히 활동한 그의 눈에 띄는 성과다.
수란은 스포츠조선을 통해 감격스런 소감도 전했다. 그는 "이번 기회를 통해 대중에 제 목소릴 알릴 수 있어 기쁘다"면서 "데뷔하고 첫 1위를 하게 됐다. 이건 저 혼자의 힘이 아니라 같이 곡을 만들어준 방탄소년단의 슈가와 피처링에 참여해준 창모씨 덕분이다. 모두 함께 만들어준 곡이라 더욱 뜻 깊고 감사드린다"라고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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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힙합씬의 가장 핫한 실력파로 입소문 탔던 그는 현재 일리네어 레코즈 멤버로 활동 중인 도끼, 더콰이엇이 새롭게 론칭한 레이블 앰비션뮤직의 새 식구로 영입돼 활동 중이다. 래퍼이자 프로듀서, 피아니스트이기도 한 다재다능한 뮤지션. 지난해 7월 발매된 앨범 '돈 벌 시간2'의 타이틀곡 '마에스트로'는 웅장한 분위기에 귀에 박히는 노랫말과 변화무쌍한 스트링 편곡이 인상적인 힙합곡으로 공연 관객 전체가 떼창하는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인디밴드 신현희와 김루트는 설 연휴 전날, 그야말로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됐다. 2015년 발표했던 2년 묵은 노래 한 곡이 차트 정상을 밟았다. 명랑 어쿠스틱 음악을 표방하는 곡 '오빠야'는 엠넷 차트 1위에 올랐고, 멜론 실시간 차트 20위권까지 치고 올라섰다. 이미 인디씬과 평단에서 실력을 검증받은 이들이 결국 수면 위로 오른 셈이다. 데뷔 4년차에 접어드는 이들이 올해 첫 역주행송의 주인공이 된 사연도 흥미롭다. 대부분의 역주행 송이 음악, TV예능 프로그램에 힘입어 순위가 상승하는 반면, '오빠야'는 인터넷 방송BJ가 즐겨 부르다 입소문을 세게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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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기획사에서 대규모의 자본을 투입해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해도 순위권에 진입하기 힘든 음원시장의 현실을 고려할 때, 세 팀의 활약은 고무적이다. 이 같은 활약은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콘텐츠가 입소문을 타면서 성과를 내는 것인 만큼, 장르의 고른 균형이란 차원에서 의미있는 기록이다. 알앤비, 힙합, 어쿠스틱 음악으로 대변되는 장르씬의 세 팀이 나란히 차트에 등장한 것은 여러 음악이 활성화될 수 있는 좋은 계기인 셈이다.
지난해 특별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볼빨간사춘기 역시 역주행을 넘어 스테디셀러로 자리잡고 있다. 앳된 외모에 풋풋한 음악, 무엇보다 특이한 음색에 담백한 노랫말은 솔직하다 못해 기발했다. 지난 늦여름 발표한 '우주를 줄게'는 음원차트를 휩쓸며 '역주행 신화'를 새로 썼고 신곡 '좋다고 말해'로 다시 정상에 올랐다. 예상치 못한 성과였다.
전작 '우주를 줄게'가 차트 역주행의 기록을 새로 썼다면, '좋다고 말해'는 당당히 발매와 동시에 1위에 올랐다. 여전히 볼빨간사춘기의 순수함이 돋보이는 곡. 숨겨진 음악이 대중의 관심을 받는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인데다 볼빨간사춘기가 음원강자의 계보를 잇는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게다가 신인이 음악으로만 평가받은 좋은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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