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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옥자' 받을까 말까...극장들 딜레마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7-05-30 17:16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올해 칸영화제를 뒤흔든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국내 공개를 앞두고 극장 개봉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옥자'는 봉준호 감독이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와 손잡고 만들었다. 넷플릭스는 가입자를 상대로 영화관이 아닌 디바이스를 통해 6월28일 전세계 190개국에 공개한다. 한국 시장에선 별도로 배급사 NEW와 손잡고 극장 동시 개봉 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하지만 극장 측은 아직 흔쾌히 상영관을 내주겠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온라인 시대가 낳은 '변종 영화'를 맞아 전통적인 영화 배급 시장의 혼란, IPTV와 극장 서비스의 함수 관계 등 풀어야 할 난제들이 많기 때문이다. '옥자'는 한국 영화계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개봉 시스템의 변화

'옥자'는 비밀을 간직한 채 태어난 거대한 슈퍼 돼지 옥자와 강원도 산골에서 함께 자란 미자(안서현)의 우정과 사랑을 그렸다. 봉준호 감독이 '설국열차'(13) 이후 4년 만에 꺼내든 신작이기도 하다. 할리우드 톱스타 브래드 피트가 설립한 플랜B 엔터테인먼트가 제작했고 넷플릭스가 투자(약 600억원)를 맡으면서 일반적인 극장 개봉이 아닌 넷플릭스를 통한 스트리밍 개봉 방식을 시도했다. 업계에선 극장 스크린에서만 개봉작을 보는 시대가 끝났음을 알리는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앞서 칸영화제 경쟁작으로 초청된 '옥자'에 보수적인 유럽 영화계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에선 왜 굳이 극장 개봉을 고수하기로 했을까. 여기엔 봉준호 감독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봉준호 감독은 넷플릭스와 '옥자' 계약을 논의할 당시 한국에서만큼은 극장 개봉을 전제로 해달라 조건을 제시했다. 평소에도 디지털보다 필름을 고수하는 봉준호 감독인 만큼 스트리밍 보다 스크린이란 자신의 철학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 넷플릭스도 봉준호 감독을 존중, 한국에서는 반드시 극장 개봉도 함께 하겠다 약속했고, 한국 내 배급 파트너인 NEW는 내달 29일 스트리밍과 동시에 극장 프리미어를 발표했다. 대게 넷플릭스는 금요일 늦은 밤 개봉을 원칙으로 하지만 한국 개봉 관례에 맞춰 목요일 개봉, 북미 시간으로는 수요일 공개를 한 것도 파격이다.


▶ 극장 업계의 우려

자체 멀티플렉스가 없는 NEW가 극장 개봉을 발표함에 따라 공은 CGV, 롯데엔터테인먼트, 메가박스 등 극장으로 넘어온 상태다. NEW 측은 '옥자'의 화제성과 높은 수익 가능성을 들어 극장 측을 설득하고 있다. 하지만 극장들은 "(옥자의 극장 개봉이) NEW의 일방적인 발표일 뿐 아직 명확히 협의되거나 확정되지 않은 사안"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단기적인 수익만 보고 덥석 물기엔 그 뒤에 올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특히 '선 극장 개봉 후 IPTV 방송'이라는 전통적인 배급 질서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깊다. 영화의 극장 개봉 시점과 IPTV 방송 시점 사이의 기간을 두는, 소위 '홀드백' 시스템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옥자'를 받아들이는 경우, 향후 다른 영화들도 '극장 개봉과 IPTV 등 부가판권 시장을 동시에 열게 해달라'는 요구에 직면할 수 있어 극장들의 파이가 전체적으로 감소할 위험이 크다. 또 다른 극장 관계자는 "이같은 딜레마 때문에 개봉을 결정 하더라도 관을 많이 내어주기는 힘든 형편"이라면 "발생이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협의한 뒤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영화 '옥자' 포스터 및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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