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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알려진 항일운동가와 달리 박열은 생소한 항일운동가이자 아나키스트인데, 이준익 감독은 이런 기이하고 낯선 박열을 자신만의 위트와 감동으로 129분을 가득 채웠다. 고정관념 깨뜨리는 파격적인 시대극, 이준익 감독의 또 다른 인생작이 탄생한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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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을 열기 전 '박열'은 말 안 듣는 조선인 중 가장 말 안 듣는 조선인이었던, 역사상 가장 버릇없는 피고인 박열에 대한 서사를 펼쳐낸 줄 알았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박열의 항일 정신도 정신이었지만 이 과정에서 만난 영원한 동지이자 연인이었던 가네코 후미코의 사랑 이야기가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박열'은 시대극의 탈을 쓴 진한 로맨스, 러브스토리였던 것.
"내가 정말 보여주고 싶은 대목이 바로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의 플라토닉 사랑이다. 사실 영화를 찍으면서 '박열'에 헤드카피를 붙이고 싶었다. '제국도 막지 못한 사랑'이라는 부제를 붙이고 싶었는데 너무 촌스러웠는지 홍보팀에서 극구 말리더라(웃음). 실제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 박열이 22세, 가네코 후미코가 20세였다.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이건 사랑 이야기였다. 나 역시 러브스토리로 '박열'을 촬영했다. '동지로서 동거한다'라며 못을 박을 정도로 두 사람은 육체적인 사랑이 아닌 정신적으로 사랑한 것이다. 이제 막 사랑을 꽃피운 청춘이 안타깝게 떨어지면서 더 깊어지는 감정을 따라가는 서스펜스 심리극이다. 전국의 많은 사랑꾼들이 꼭 보길 바라는 작품이기도 하다. 하하."
이준익 감독은 '박열'에 대해 "여러 번 보면 볼수록 다른 지점이 보이는 독특한 영화"라고 평했다. 물론 대부분의 많은 관객이 '항일운동'이라는 큰 서사를 기대하고 '박열'을 관람하겠지만 분명한 지점은 항일운동 속 인류애, 사랑 등의 다양한 메시지 또한 관심을 가져달라는 것. 앞서 이준익 감독은 '왕의 남자' '동주'를 통해 반복관람 열풍을 일으키며 '재관람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는데 이번 '박열' 역시 '재관람 필수' 영화로 신드롬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재관람으로 힘을 얻은 전작들이 많다. '왕의 남자'도 그렇고 최근 '동주'도 많은 관객이 여러 번 재관람한 사랑받은 작품이다. '박열'도 그럴 것이라 확신한다. 일단 이제훈을 사랑하는 여성팬들이 여러 번 봐줄 것이고 처음에 사랑이란 코드를 놓친 관객은 다시 극장을 찾아 제대로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 두 번째 볼 때부터는 손수건 없이 볼 수 없는 슬픈 러브스토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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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