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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유나 기자] "날 우아진 당신처럼 만들어줘. 그럼 나도 회장님 살릴께"
이날 방송에서 아진은 복자에게 전화로 "간병인 구해요. 이게 당신이 속죄할 기회야.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 놓으라"고 했고, 박복자는 "조건이 있어야쥬"라고 말했다. 이에 우아진은 "마티스와 칸딘스키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좋겠다"라고 말하며 지난 날을 회상했고, 이에 박복자는 오열했다.
그래도 복자의 대답은 "NO"였다. 영민한 우아진은 "복자가 계획적으로 시아버지 안태동(김용건)에게 접근한 사실을 알고 있다"며 치매인 상태에서 주식을 넘긴 진단서까지 이중으로 압박했다. 이에 복자는 "이미 그 집안을 떠난 사람이 나에게 왜 이러느냐"고 물었고, 우아진은 "내가 당신을 그 집안에 들였기에 책임지려고 한다. 전 남편이 외도한 여자도 내가 들였지 않느냐. 난 그 책임을 이혼으로 졌다"고 말했다.
심리적으로 위축된 박복자는 이혼 후 집 한 채 겨우 가지고 새로 사업을 시작하는 우아진의 행복한 모습에 몸이 달았다. 복자는 "왜 저 여자는 다 잃었는데도 하나도 꿇리지 않아. 왜 난 다 가졌는데도 하나도 당당하지가 않아 왜! 저 여자처럼 되려면 내가 뭘 해야되지? 난 왜.. 저 여자 처럼 웃을 수 없는 거지?"라며 자괴감에 빠졌다.
결국 시아버지 병실에서 다시 재회한 두 사람. 박복자는 안태동이 치료받는 병원에 도착했고 우연히 마주친 우아진에게 "그렇게 하겠다, 회장님 살리겠다"며 "근데 조건이 있다 날 우아진 당신처럼 만들어달라"고 거래를 걸었다. 복자를 빤히 쳐다보던 아진은 "그렇게 해주겠다. 아버님을 일으키라"며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결국 박복자는 돈 많은 상류층이 되고 싶은 게 아니었다. 늘 품위있는 우아진을 꿈꿨다. 극 마지막을 장식한 복자의 '덕밍아웃'이 이를 드러냈다.
드라마는 새삼 '품위'의 정의를 알려주고 있다.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고, 늘 당당하며, 자신을 사랑하는 것. 행복한 삶을 위해 주체적으로 노력하는 우아진은 상류층이든 서민이었든 스스로 빛나는 존재였을 것이고, 충분히 행복했을 것이다. 작가가 추구하는 메세지가 여기에 있다.
악녀지만 밉지않은 박복자를 연기하는 김선아의 뛰어난 연기도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김선아는 넘치는 돈을 펑펑 쓰면서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감을 술로 채우는 박복자의 일상이나 안태동 집안 사업체를 다 빼앗아놓고 집까지 사기 당하는 모습을 안쓰러워하는 복자의 양면성을 확실하게 표현하며 측은지심까지 들게 했다.
좋은 투자 제안에 뒤에서 좋아하는 코믹한 몸연기까지 소화하는 김희선 또한 '역시 김희선'이라는 찬사를 유발케 했다. 두 여배우의 쌍끌이 활약에 '품위녀'를 보는 재미가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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