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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택시운전사' 출연을 자청했던 배우 최귀화. 그 에겐 5·18은 유년시절부터 가슴에 남아 있는 통증 같은 것이었다.
한국 영화로는 15번째, 국내외 영화 포함 통산 19번째 1000만 돌파작에 이름을 올린 영화 '택시운전사'(장훈 감독, 더 램프 제작)에서 악랄한 사복조장 역을 맡은 배우 최귀화. 그가 22일 오후 스포츠조선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 속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택시운전사'의 1000만 관객 돌파 소감을 전했다.
이날 최귀화는 '1000만 관객 돌파' 소감을 묻는 질문에 "기쁘다. 하지만 마냥 신이 난다기 보다는 보람이 더 크다"라고 입을 열었다.
"기쁘죠. 하지만 '기쁘다'라는 감정보다는 '보람 된다'는 감정이 더 커요. 우리 영화는 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시대적 아픔을 그린 영화잖아요. 이 영화를 통해서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분들이 진실과 아픔을 알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민주화운동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청소년들이 알게 돼 기뻐요. 제 페이스북에 어린 친구들이 '영화를 통해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알게 해줘서 감사하다' '좋은 영화를 보여주셔서 감사하다' 이런 댓글을 남기는데, 정말 뿌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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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택시운전사' 이전에도 5.18을 다룬 영화들이 있었죠. '택시운전사'가 다른 5.18 영화들과 달랐던 게 있다면 너무 직접적이고 노골적이지 않았다는 것 같아요. 이전 5.18 영화들이 표현하는 면에 있어서 굉장히 잔인한 면들이 있었잖아요. 물론 그것이 진실이긴 하지만 영화로서 보기에 괴롭고 힘든 측면이 있었죠. 그런데 '택시운전사'는 진실을 녹이면서도 그 안에 소소한 웃음과 유머도 들어있어요. 그런 면들 덕분에 조금 더 많은 분들이 '택시운전사'로 5.18의 아픔을 나눌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난 2012년 5.18를 다룬 영화 '26년'(조근현 감독)에 출연했던 최귀화. 그는 '26년'에 이어 또 다시 5.18을 다룬 영화인 '택시운전사'에 출연하게 된 이유를 '꼭 해야만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라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최귀화는 어렸을 때부터 5.18에 대한 이야기와 사진 자료를 쉽게 접할 수 있었다. 학교 가는 길 길 가, 혹은 터미널에 지난 광주민주화운동의 아픔을 알리기 위해 누군가가 붙여놓은 사진 자료들을 봤던 그는 "그런 자료들이 남아있는 데도 아직도 광주민주화운동이 폭동이었다, 혹은 북한이 개입됐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영화로서라도 진실을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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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공 조장이라는 캐릭터상 유난히 다른 배우들에게 폭력을 가하는 장면이 많았던 최귀화. 그는 촬영장에서도 누군가를 때려야 한다는 것 때문에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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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사' 속 완벽하게 살벌했던 연기 덕에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시선까지 바뀌었다는 최귀화. 따뜻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부산행' 개봉 이후와 '택시운전사' 이후 달라진 사람들의 반응에 대해 말하면 웃어보였다.
"아무래도 많은 분들이 저를 '미생'이나 '부산행'으로 기억해 주셨잖아요. 예전에를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미생' 박대리님~ 사진 찍어요~"라면서 편안히 다가와주셨는데, 지금은 "혹시 '택시운전사'..?"라고 하면서 조심스럽게 물으시더라고요.(웃음)"
한편,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서울의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가 통금 전에 광주를 다녀오면 큰 돈을 준다는 말에 독일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우고 아무것도 모른 채 광주로 향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정재근 기자 cj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