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남자에 올인하지 않는 '예쁜누나' 손예진의 선택은 정해인과의 이별, 그리고 새 남친이었다. 현실에서 도망치지 않는 그녀의 선택지에는 함께 가는 것도, 기다리는 것도 없었다.
윤진아는 서경선(장소연)에게 "난 하고싶은 일이 많다. 준희에게 올인 안한다"고 설명했다. 서경선은 "서준희 혼자 윤진아랑 살고 싶어서 저러는 거야?"라며 오랜 친구의 지나친 이기심에 실망감을 토로했다.
뒤늦게 윤진아의 독립을 알게 된 서준희는 "또 내가 신경쓸까봐 숨겼냐. 뭐가 그리 급했냐"며 답답함을 토로하는 한편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윤진아는 "경선이 더 실망시킬 수 없다"고 난처해했고, 서준희는 "제풀에 나가떨어지겠지 기대하는 사람들, 더 이상 못 봐주겠다"고 괴로워했다.
결국 회사 측은 정영인(서정연)부터 금보라(주민경)까지 윤진아 주변 인물들을 일제히 승진시키면서, 윤진아는 급조된 물류센터로 승진 발령냈다. 사실상의 좌천이자 징계였지만, 윤진아는 애써 웃어보이며 "끝까지 버텨보겠다"는 결심을 다졌다.
엄마 김미연(길해연)은 윤진아의 승진 축하 겸 생일파티에서 "승진했으니 이제 서울대 나온 남자 골라서 결혼만 잘해라. 준희는 죽었다 깨어나도 우리집에 한발자국도 못 들여놓는다"고 말해 딸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 하지만 윤진아도 지지 않고 "엄마 생각 바꾸는 거 불가능한 거 안다. 그런데 나도 안 굽힌다. 불가능하다"면서 "준희 보고 싶은데 엄마는 들여놓지 않겠다니 내가 나가겠다"며 박차고 일어섰다.
이날 서준희는 윤진아에게 직접 디자인한 목걸이를 선물하며 다시 미국 동행을 간절하게 요청했다. 서준희는 "회사 일 덮자는 거 아니다. 처벌받게 해야지. 그런데 꼭 여기서 해야되는 거 아니잖아"라며 "누가 봐도 도망가는 거 같으니 자존심도 상하지. 근데 무시하자"고 강조했다. 하지만 윤진아는 "예전 나였음 따라나섰을 거다. 이제 서준희가 날 어른으로 만들었다"며 거절했고, 두 사람은 결국 이별했다.
그리고 윤승호의 결혼식으로 시점이 갑작스레 전환됐다. 윤진아는 "동생 먼저 보내는 기분이 어떠냐"는 금보라의 말에 "우리도 내일이면 마흔"이라고 답했다. 3-4년의 시간이 흘렀음을 보여준다.
놀랍게도 윤진아에겐 새로운 남자친구가 있었다. 새 남친은 회사 일로 윤승호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하게 됐고, 이 때문에 윤진아는 마음이 상했다. 윤진아 앞에 윤승호의 결혼식을 찾은 서준희가 나타났고, 두 사람은 서로를 외면한채 지나쳤다.
방송 초반과 후반 윤진아의 행동을 보면, '예쁜누나'가 당초 제시된 시놉시스처럼 윤진아의 성장스토리가 맞는지 의문스럽다. 윤진아가 말하는 '어른'은 대체 뭘까. 이별을 강요하는 엄마에게 "나도 준희와 헤어지는 거 불가능하다"고 외치던 당당함은 어디로 간 걸까. "난 너만 있으면 돼"는 누가 한 말이었던가.
남친에게 올인하지 않는 성격상 새 남친에게 끌려다니는 모양새인 것도 어쩌면 당연해보인다. 남친에게도 선을 긋고, 선의라지만 숨기는 것도 많은 그녀를 위해 헌신하는 서준희 같은 남자가 흔하겠는가. 그런 현실을 견디고 버티기 위해선 결국 남자가 필요한 걸까. 이제 와서 서준희의 미국행이 윤진아가 아닌 스스로를 위한 도망이었다고 주장할 셈인가. 내 문제는 나 스스로 해결하겠다던 방법이 새 남친인가. 새 남친이 서울대 출신인지도 궁금해진다.
'예쁜누나'는 19일(오늘) 16화를 마지막으로 종영한다. 이별 후 혼자 살던 윤진아와 서준희가 재회했다면 진부해도 해피엔딩이라 부를만 하다. 하지만 현재로선 윤진아와 서준희가 이대로 헤어져도, 다시 마음을 돌려 맺어져도 '사이다 해피엔딩'이라고 부르긴 어렵지 않을까. 손예진과 정해인 외에도 정유진, 서정연, 오만석 등 열연을 거듭해온 배우들만 안타까울 뿐이다.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