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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칸 인터뷰]"필모 0개"…'버닝' 전종서는 어떻게 이창동의 신데렐라가 됐나(종합)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8-05-19 09:34



[스포츠조선 칸(프랑스)=이승미 기자] 단편영화, 독립영화, 연극 그 어떤 작품에 출연해 본 적이 없는 그야 말로 '생 신인' 전종서. 그는 어떻게 수백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거장 이창동 감독의 신데렐라가 됐을까.

한국 영화로는 유일하게 제71회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것도 모자라 전 세계 유수의 작품을 재치고 유력한 황금종려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이창동 감독의 8년만의 복귀작 '버닝'(파인하우스필름 제작). 이창동 감독을 비롯한 주연배우 유아인, 스티븐연, 전종서는 18일(현지시각) 오전 프랑스 칸 마제스틱 비치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생애 첫 영화로 '버닝'으로 칸 영화제 레드카펫까지 밟게 전종서는 소감을 묻는 질문에 "좋다가도 어떨떨하다"며 "그치만 칸도 너무 좋고 이렇게 예쁜 곳(해변)에서 인터뷰하는 것도 좋다"며 웃어보였다.

이창동 감독의 복귀작으로 제작단계부터 엄청난 기대를 모았던 '버닝'. 앞서 '박하사탕'(1999), '오아시스'(2002) 등의 작품을 통해 현재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인 설경구, 문소리 등 굵직한 배우들을 발굴해 낸 바 있는 이창동 감독의 '버닝'의 여주인공을 맡은 신인 배우를 찾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수많은 신예들이 오디션을 봤고 그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전종서가 '버닝'의 해미 역을 따내게 됐다. 필모그라피, 연기 경력이 하나도 없는 그야말로 신인 중인 신인인 전종서의 오디션은 과연 어땠을까.
"처음 오디션을 봤을 때 그 자리에 이창동 감독님은 안계셨어요. 다른 분께서 6mm 카메라로 제 연기를 찍어가셨어요. 오디션 자리에서는 제가 준비한 자유 연기와 지정해주신 연기를 선보였어요. 이후 감독님께서 만나보고 싶다고 연락이 왔고, 그때 감독님과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오디션이라기 보다 정말 대화였어요. 제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저의 앞으로의 꿈과 계획이 뭔지를 물으셨어요. 제가 어떤 아이인지를 궁금해 하셨어요."

오디션을 마친 후 '붙은 것 같다'는 좋은 느낌을 받았냐는 질문에 전종서는 "많은 분들이 오디션을 보고 나면 좋고 나쁘고를 느낀다는 데 저는 오디션 경험이 많지가 않아서 사실 그런 기분은 몰랐다"고 답했다. "그냥 오디션 끝나자마자 배가 고파서 밥먹으러 갔던 기억이 나요. 사실 저는 제가 '버닝'에 출연해 이렇게 관심을 받고 칸 영화제에 오고 그런 걸 바랐던 게 아니에요. 그냥 그 오디션을 보고 싶었고 그 오디션 자체에 임했을 뿐이에요. 그냥 제 본연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렇다면 전종서가 이창동 감독에게 보여준 '전종서 본연의 모습'은 무엇이었을까. 전종서는 "제가 감독님께 말씀드렸던 제 경험을 통한 생각 등이 감독님이 보시기에는 어떤 '한 이야기'로 보였던 것 같다"고 답했다.
"감독님이 제가 살아온 인생을 많이 궁금해 하셨어요. 특정 사건이라기 보다는 그냥 제가 살어온 과정, 사소한 경험, 그리고 그 경험들을 통해 지금 만들어진 나. 저는 저의 지금의 모습에 대해 대화하고 또 저의 사고방식이나 생각을 말씀드리는 것에 있어서 거침이 없는 편이에요. 감독님께도 그렇게 말씀드렸고요. 그리고 제가 이렇게 감독님께 모든 걸 진솔하게 말씀드릴 수 있었던 건 감독님이 감독으르로서 신인배우를 상대하신다는 느낌을 받기 보다 아버지 같은 어른이 아버지 같은 어른이 저라는 인격체에 관심을 가지고 귀 기울여 주신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버닝'의 오디션을 보기 전에 연기에 대한 갈증이 최고조에 달해 있었다는 전종서는 극중 삶의 의미에 굶주려 있는 극중 해미와 자신이 공통점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해미처럼 저도 항상 굶주려 있다. 사람에, 사랑에, 외로움에, 미(美 )에, 꿈에, 과거에 굶주려 있어요. 그런데 그건 누구나 그런 것 같아요. 현재의 삶을 살면서도 의미를 찾아 내야만 그 순간을 만족하게 되니까요. 많은 사람들은 굶주려 있으면서 그것을 채우기 위해 실행을 잘 하지 못해요. 하지만 해미는 실행하는 인물이었죠."
태어나서 처음 받아보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번뜩이는 스포트라이트에 적응하지 못해 대중으로부터 의도하지 못했던 전종서는 "직업의 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모르고 서툴렀다고 말씀드리기에는 이제 (배우로서) 뿌리를 내려야 할 것 같다"며 앞으로 배우로서의 목표에 대해 서 말했다.


"나의 시간으로, 내가 느끼고 통찰한 것을 내 연기를 통해 말하고 또 관객들의 공감을 사고 싶어요. 제 연기 안에 언제나 제 진심을 담고 싶어요. 단순히 어떤 척, 쇼를 하고 싶진 않아요. 제가 하고 싶은 얘기를 연기로 승화할 수 있는 배우이고 싶어요."

한편, '버닝'은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 '헛간을 태우다'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 온 세 젊은이 종수(유아인), 벤(스티븐연), 해미(전종서)의 만남과 이들 사이에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통해 불타버린 청춘의 공허함에 대해 이야기 하는 작품이다.

16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공식 스크리닝을 통해 전 세계 영화인들에게 공개되자마자 유력 영화지에서 최고 평점을 받고 세계 영화인과 언론의 극찬을 이끌며 황금종려상에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AFPBBNews = News1, CGV아트하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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