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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죄책감과 책임감으로"…'항거' 고아성이 눈물로 그려낸 열사 유관순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9-02-19 14:22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유관순 열사님과 단 10분만 만나 이야기할 수 있다면..." 스크린에 유관순 열사의 혼을 불러낸 배우 고아성(26)의 뜨거운 눈물은 멈출 줄 몰랐다.

1919년 3.1 만세운동 후 세평도 안되는 서대문 감옥 8호실 속, 영혼만은 누구보다 자유로웠던 유관순과 8호실 여성들의 1년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조민호 감독, 디씨지플러스·조르바필름 제작, 이하 '항거'). 극중 열일곱 유관순 열사 역을 맡은 고아성이 1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에서 가진 라운드 인터뷰에서 작품 공개 소감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OCN '라이프 온 마스', MBC '자체발광 오피스' 등 드라마와 영화 '괴물', '설국열차', '오피스'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등 TV와 스크린을 넘나들며 다양한 장르를 통해 평단과 관객의 사랑을 받아온 배우 고아성. 그가 영화 '항거'를 통해 배우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선택과 연기를 했다.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 누구보다 모르고 있는 역사 속 인물, 독립운동의 상징 유관순 열사 역을 맡았기 때문이다.

1919년 3월 1일 서울 종로에서 시작된 만세운동 이후, 고향 충청남도 병천에서 '아우내 장터 만세운동'을 주도한 유관순이 서대문 감옥에 갇힌 후 1년여의 이야기를 담은 '항거'에서 고아성은 유관순의 나라 잃은 서글픔, 그럼에도 꺽이지 않는 강인한 의지를 눈빛과 표정을 통해 진진하게 담아낸 냈다. 표정과 걸음걸이는 물론 생각까지 그 시절 유관순이 했을 고민을 마음으로 느끼며 진심으로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는 고아성의 진심이 관객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된다.
인터뷰에 앞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눈물을 쏟아낸 고아성.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질문이 '어떻게 연기를 준비했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그 질문에 답하려는 순간 눈물이 나오더라. 사실 그날 반성을 많이 했다. 프로 답지 못한 모습이었던 것 같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촬영하면서 마음 고생을 많이 한 거냐"고 묻자 "굉장히 즐겁게 촬영한 기억도 있고 또래 배우들과 함께 해서 더 즐거웠다. 또래배우들과 촬영한 기회가 많이 없었는데 그래서 더 특별했다. 그렇게 힘든 작품은 아니었다"고 답했다. 그리고는 "다만 이런 이야기를 드리긴 부끄럽지만 촬영 때 기도하듯이 연기했다. 촬영이 끝나고 숙소를 들어와서 생각하면서 기도드린 모습이 생각나서 울컥했다. 연기를 하면 사실 영화를 만드는게 목적이지만 이번 작품은 뭔가 마음을 전하는 느낌이었다"며 시사회에서 흘린 눈물의 이유에 대해 전했다.

하지만 이날 고아성은 인터뷰 도중 시사회에서처럼 오열에 가까운 눈물을 쏟아냈다. 촬영 전과 후, 유관순이라는 인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떻게 변했냐고 묻자 "제가 성스러움과 존경심 외에 다양한 감정이 생겼다"고 가까스로 입을 열며 눈물을 흘렸다. "처음 이 작품을 하기로 나서 서대무 형무소에 갔었을 때 독립운동가분들 사진을 빼곡하게 붙여놓은 방이 있었다. 정말 어린 분들도 많더라. 이 주인공, 유관순 열사님 뿐만 아니라 정말 많다는 걸 알게 됐다"며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입을 연 고아성은 "유관순 열사님은 '왜 이렇게 까지 합니까'라는 질문에 '그럼 누가 합니까'라는 답변이 바로 돌아올 정도로 준비가 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항거'라는 작품을 택하게 된 이유에 대해 "시나리오를 받아봤는데 한 일주일 정도 고민을 했다. 감독님과 미팅을 하고 바로 하게 됐다"고 입을 뗐다. 이어 "예전부터 인터뷰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냐고 질문을 받으면 '실존인물'을 연기해보고 싶다고 했었다. 제 소원이기도 했다"며 "그 전까지의 연기는 실존인물을 연기해본 적이 없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100% 상상이었다. 모티브를 주변에서 얻거나 그런 경험이 있지만 실제 인물의 베이스가 있는 건 다른 느낌이었다. 하지만 실존 인물의 영화가 다가오니까 기분이 다르더라. 마냥 소원을 이루는 기분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존인물을 연기하고 싶었던 이유를 묻자 "어떤 연기를 해도 실제 이런 사람이 있을거라고 생각은 한다. 그래서 오는 죄책감 같은 게 있다. 어떤 사람이 이런 상황을 비슷하게 겪었을 텐데 내가 이렇게 연기를 하는게 맞나라는 의심이 항상 있었다"며 "그런데 실존인물을 연기하는 건 죄책감이 있더라. 그런데 감독님이 힘을 정말 많이 힘을 주셨다"고 답했다.

또한 "언론시사회 때도 말씀드렸지만 이전에는 유관순 열사님이 생각하면 존경과 성스러움 외에 어떤 감정을 감히 느낄 수 없었다"는 고아성은 "하지만 이 영화는 열사님의 인간적인 면이 많이 나온다. 영화 시작이 감옥에 들어가서부터인데, 그전까지는 이 인물이 8호실에 들어가기 전부터 이미 수인들이 있었고 이 사람이 외부인이다. 외부인으로서 겪을 낯섬의 감정을 느꼈을거다. 이런 사소한 감정들을 정리하는데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아성은 일대기가 아닌 특정 시간을 그려낸 '항거'에 대해 "첫 인상에 있어서 그 점이 가장 좋았다. 생애 전부를 그린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읽었는데 그게 아니었고 제한적인 행동을 할 수 밖에 없는 공간이다. 감독님이 첫 미팅때 해주신 말씀이 있다. '어찌보면 그것도 생애일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어떤 삶의 축약이 아니라 내면에 있었던 생애의 순간을 축약한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점을 둔 감정을 '책임감'이라고 전했다. "감옥에 들어서기 전에는 경성에서 있었던 만세운동과 아우내 장터 만세운동을 둘 다 참여한 인물이다. 경성에서 만세운동을 하고 내려와 만세운동을 이끈 사람이다"며 "그 운동이 탄압으로 끝났을 때 부모님도 돌아가시고 그 무너짐이 어마어마했을거라 생각했다. 그 상황에서 다시 행동으로 이끌어내는 힘이 책임감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명량' 개봉 당시 최민식 선배님의 인터뷰를 읽어본적이 있는데 '10분만 이순신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말을 하셨더라. 그 말에 완전히 공감했다. 열사님의 목소리가 가장 듣고 싶었다"고 말했다.

극중 유관순 열사의 상황처럼 실제로 5일간 금식까지 했다는 고아성. 그는 "처음에 약속된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감독님이 마지막에 5일 휴일을 주겠다고 하셔서 다른 장면을 촬영하고 있을 테니까 달라져 왔으면 좋겟다고 하셨다. 저도 아주 당연한거라고 생각했다. 분장 선생님과 상의를 하면서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처음에는 제 몸무게 보다 조금 찌워서 시작해서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취재진이 고문 장면을 촬영에 대해 '너무 힘들었을 것 같다'고 말하자 고아성은 "서대문 형무소에서 직접 촬영을 했다. 서대문 형무소 촬영날이면 어김없이 아팠다. 이유 없이. 그마저도 달게 받고 싶은 마음이었다. 다른 배우들한테 감독님한테 스태프들에게 물어보니 다들 똑같았다고 하더라. 그 아픈 느낌이 폭력적인 장면을 찍는 것 보다 더 힘들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유관순 연기의 준비 과정을 묻자 "감독님이 읽어보라고 하신 책이 있다. '3.1운동의 얼'이라고. 그 책을 많이 읽었다. 원래 역사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특히 유관순 열사님은 영화를 하고 더 알게 된 후 내가 정말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었구나라고 알게 됐다"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묻자 형무소에서 만세 1주년 운동을 이끄는 장면이라고 전했다. 그는 "앞으로 제가 계속 연기를 하면서도 계속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제가 일단 그렇게 긴장을 많이 한적이 없다. 유관순 열사의 책임감이 가장 끓어올려지는 장면이었기 때문에 더 그랬다"며 오열에 가까운 눈물을 흘렸다. 이어 "컷 하자마자 드는 생각이 정말 이런 풍경이 실제로 있었다고 실감이 되더라. 그때 8호실 배우들과 주고 받은 감정들이 너무 좋았다. 24명의 모든 배우들과 아이컨텍을 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3.1운동 100주년에 맞춰 개봉하는 의미있는 영화 '항거'. 고아성은 "올해 3월 1일을 목표로 만들어진 영화다. 정말 그 날이 다가온다는게 실감이 난다. 개인적으로 연기자이고 영화를 만든 사람으로서 정말 의미가 큰 작품이었다. 제 마음을 담은 만큼 보신 분들도 의미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항거'는 '정글쥬스'(2002), '강적'(2006), '10억'(2009) 등을 연출한 조민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고아성, 김새벽, 김예은, 정하담, 류경수 등이 가세했다. 2월 27일 개봉.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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