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먼 영화 '우리집'(아토ATO 제작)을 연출한 윤가은(37) 감독. 그가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우리집'에 대한 연출 의도와 비하인드 에피소드를 밝혔다.
특히 '우리집'은 친구와의 관계를 다룬 '우리들' 보다 외연을 넓힌 가족을 주제 삼아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아 눈길을 끈다. 윤가은 감독 특유의 섬세하면서도 사려 깊은 시선으로 풀어낸 '우리집'은 마법 같은 울림을 전하며 '우리들'에 잇는 또 하나의 인생작, 띵작(명작) 탄생을 예고한 것.
물론 '우리집'은 아이들이 주인공인 만큼 아역 배우들의 활약도 상당하다. '우리들'에서 최수인, 설혜인, 이서연, 강민준 등 걸출한 아역을 발굴한 윤가은 감독은 '우리들' 역시 김나연, 김시아, 주예림, 안지호 등 만만치 않은 내공을 과시하는 천재 아역들을 캐스팅해 눈길을 끈다.
이날 윤가은 감독은 '우리들'을 연출하게된 계기에 대해 "'우리집'은 '우리들' 편집할 때부터 개발 했던 이야기다. 사실 지금 '우리집'과는 완전 다른 이야기였다. 가정 폭력과 학대를 다룬 이야기에서 시작했는데 시나리오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어떤걸 더 이야기하고 싶은지 생각하다보니 가족이라는 테두리만 남았다. 소재가 많이 바뀌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우리들' 이후 차기작을 만들기까지 생각보다 부담됐다. 첫 번째 영화가 선보이기까지 사실 내부적으로는 개봉을 목표로 하고 만든 영화는 아니었다. 너무 감사하게도 '우리들'은 결과가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그래서 '우리들'을 끝낸 뒤 소화가 잘 안 되기도 했다. '나는 어떤 감독이 되어야 하나?' 싶었다. 답이 잘 안나왔다. 선배 감독들의 조언을 듣고 '빨리 차기작을 만들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다음은 하고 싶은 이야기에 집중했다. 고민을 너무 깊게 하면 안 될 것 같았다. 가장 큰 걱정이 '전작과 똑같은 작품 만들었다는 평을 들으면 어떡하지?' 생각했었다"며 "첫 번째 작품과 달리 다른 고민이 있었다. 첫 작품 때는 이창동 감독이 멘토였고 제자의 입장에서 나는 배우면서 해야하는 제자의 입장이었다. 그런데 '우리집'은 이창동 감독의 도움 없이 만들어야 했던 작품이다. 그런 지점이 개인적으로는 제일 많이 달라졌다. 이창동 감독이 내일(13일) '우리집'을 보게 되는데 어떻게 보실지 걱정된다. 잊고 있었는데 갑자기 떠올라서 너무 무섭다. 이창동 감독은 그냥 떠올려도 무섭다. 무섭다는 부분이 나를 혼내서가 아니라 나를 너무 정확히 꿰뚫어 보는 선생님같은 존재다. 그런 지점에서 차기작을 보여드리기 무섭기도 하다.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든다"고 고백했다.
|
그는 "흥행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흔히 '우리들'이나 '우리집'은 돈이 안 되는 영화지 않나? '우리들'이 정말 예상보다 잘 나온 스코어지만 그렇다고 많은 돈을 번 것은 아니다. '우리들'도 최근에 5만명을 돌파했는데 주변에서는 나를 두고 떼돈 번 줄 알더라. 그런데 실제로 나는 '우리들' 개봉하고 나서 아르바이트를 찾기도 했다. 수익이 되려면 훨씬 더 많은 관객수가 나와야 했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소정의 수익을 내긴 했다. 월세를 메꾸는 정도였다. 정말로 소규모의 수익이 있었다. 당시에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월세, 생활비 고민을 하고 있을 때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같이 해온 팀들과 다음 작품도 같이 하고 싶은데, 어떤 영화를 해야 하지 고민이 많았다. 다음 영화에 대한 예산이나 규모도 내가 책임질 수 있어야 했다. 그런 지점을 계속 생각하면 너무 긴 시간의 고민이 될 것 같았다. 할 수 있는 이야기며 좀 더 많은 관객이 볼 수 있는 영화가 없을까 고민하다 '우리집'을 만들게 됐다. 나름은 '우리집' '우리들' 모두 대중 영화라고 생각하면서 찍었다. 많은 곳에서 지원을 받아서 만들 수 있었던 영화였다"고 덧붙였다.
|
|
이와 관련해 윤가은 감독은 '우리집'에서 정한 촬영 수칙에 대해 "사실 너무 부끄러운 일이다. 솔직하게 말하면 나 역시 수칙을 만들었지만 100% 지키지 못했다. 촬영 수칙이 회자가 됐지만 함께한 배우들에게 너무 미안하다"며 부끄러워했다.
그는 "'우리들' 촬영하면서 배우들에게 굉장히 미안한 순간들이 많았다. 그런 미안한 마음이 '우리집'에서 촬영 수칙을 만들었던 것 같다. 현장에서 스태프에게 화를 낸 적도 있었는데 내가 순간적으로 설명도 안 하고 화부터 냈더라. 그런 걸 떠올리면 부끄럽다. 촬영 수칙을 만들 때는 내가 못 지켰던 것을 문서화해놓으면 내가 못 볼 때 서로 체크가 될 것 같아서 만들려고 했다. 무슨 규칙을 하면 좋을까 스태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았는데 그걸 정리했다. 제발 지키자며 약속 같은 것이었다, 스스로의 다짐 같은 것이었는데 그럼에도 많이 미안하다"며 "실제로 촬영하면서 아이들에게 많은 부분을 느꼈다. 아이들에게 기운 주고 싶은 마음에 무의식적으로 '예쁘다'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기준에 의한 예쁨이 아니라 존재 자체가 예쁘다고 생각해 말했던 상황이었다. 우리는 아이들 그 자체의 존재에 대한 감상 같은 것인데 그런 말도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다고 하더라. 생각보다 다양한 고민을 한다고 하더라. 가뜩이나 어렸을 때부터 배우라는 꿈을 키운 아이들인데 의도하지 않아도 그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굉장히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러웠다. 갈수록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
'우리집'은 누구나 갖고 있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는, 숙제 같은 가족의 문제를 풀기 위해 어른들 대신 직접 나선 동네 삼총사의 빛나는 용기와 찬란한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 김나연, 김시아, 주예림, 안지호가 출연하고 '우리들'의 윤가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2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사주로 알아보는 내 운명의 상대
▶눈으로 보는 동영상 뉴스 핫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