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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④] 김혜수 "'캐릭터보다 김혜수 보인다' 부담감, 어렸을 때 콤플렉스였다"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20-11-05 14:14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김혜수(50)가 "캐릭터보다 김혜수가 먼저 보인다는 부담감, 어렸을 때 늘 콤플렉스였다"고 말했다.

미스터리 휴먼 영화 '내가 죽던 날'(박지완 감독, 오스카 10 스튜디오·스토리퐁 제작)에서 사라진 소녀 세진(노정의)의 흔적을 추적하는 형사 현수를 연기한 김혜수. 그가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내가 죽던 날'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처와 고통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는 용기와 위로를 건네는 '내가 죽던 날'. 삶의 이유를 찾아가는 인물의 내면을 세밀하게 포착하고, 사건 이면의 사람을 들여다본 '내가 죽던 날'은 삶의 벼랑 끝에 선 인물들의 보이지 않는 연대를 세밀하고 깊이 있게 담아내며 기존 장르 영화의 문법을 탈피한 섬세한 감성 드라마로 강렬한 울림과 여운을 남긴다.

여기에 '내가 죽던 날'은 충무로 대표 여배우로 존재감을 드러낸 김혜수와 칸국제영화제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사로잡은 이정은, '괴물 아역'으로 떠오른 노정의의 쫀쫀한 앙상블이 돋보인 작품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특히 김혜수는 삶의 벼랑 끝에서 자신과 닮은 소녀 세진의 사건을 수사하면서 점차 몰입되는 캐릭터 현수로 변신, 감춰진 진실에 다가갈수록 점차 자신 내면에 변화가 일어나는 진폭이 큰 인물의 감정을 완벽히 소화했다. 2016년 방영돼 많은 사랑을 받았던 tvN 드라마 '시그널'에 이어 '내가 죽던 날'에서 다시 한번 형사 캐릭터를 맡은 김혜수는 사건 이면에 진실을 파헤치는 형사의 집요함은 물론 평범한 일상이 무너져버린 인물의 복잡한 심경을 섬세하고 디테일한 열연으로 채우며 '충무로 톱 클래스' 품격을 입증했다.

이날 김혜수는 "그동안 '극 중 인물보다 김혜수가 먼저 보인다'라는 평이 더러 있었다. 그런 지점이 숙제였다. 무의식적으로 스스로 배제하려는 것이 있었다. 그런데 '내가 죽던 날'에서는 그런 부분에서 자유로웠다. 나의 어두운면, 상처, 고통을 감추고 시작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됐다. 너무 자연스럽게 심도 있게 했던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어릴 때 그런 부담감이 컸다. 또래 나이에 비해 많이 미숙했다. 캐릭터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점에 늘 콤플렉스였다. 워낙 어릴 때 데뷔를 하다 보니 무언가 나이에 맞게 제대로 갖춰져야 할 것들이 많이 비워져 있었다. 어른들을 향한 동경의 시선이 있었어 어른을 흉내내기 바빴다. 그런 부분을 보는 이들은 불편함이 있었고 전문가들이 지적을 많이 했다. 지나고보면 배우로서 활용할 수 있는 소스가 너무 단조로웠고 배우를 하기엔 갖춰져 있지 않았더라"며 "배우로서 나를 드러낸다는 것이 정말 숙제였고 해내고 싶었다. 영화 속 인물이 되는건 정말 어려운 일인걸 안다. 사람들에게 김혜수는 목소리만 들어도 아는데. 그래도 결국은 김혜수이지 않나? 새로운 것들을 찾아보기도 어렵고. 스스로 매너리즘에 빠져있기도 하다. 연기를 잘하고 못 하고의 문제도 있지만 내가 캐릭터를 매개로 카메라 앞에서 어느 정도까지 얼마나 솔직할지가 관건이다. 그런 과정에서 '내가 죽던 날'은 내가 정직할 수 있는 캐릭터였다. 내가 이 캐릭터를 통해 카메라 앞에서 얼마나 정직할 수 있느냐의 문제였다. 테크니컬하게 하는 것보다 나는 그게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는 대표작을 잘 모르겠다.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다. '타짜'(06, 최동훈 감독)를 많이 이야기하지만 그건 본 분들이 말하는 것이다. 최동훈 감독 작품에서의 김혜수다. 그렇지만 이번 작품은 박지완 작품 안에서의 김혜수는 아닌 것 같다. 대표작은 보는 분이 정해주면 그 정도인 것 같다. 오래 연기해서 대표작이 꼭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대표작이 없어봐서 대표작이 있으면 기분이 어떨까 그정도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내가 죽던 날'은 유서 한 장만 남긴 채 절벽 끝으로 사라진 소녀와 삶의 벼랑 끝에서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그리고 그들에게 손을 내민 무언의 목격자까지 살아남기 위한 그들 각자의 선택을 그린 작품이다. 김혜수, 이정은, 노정의, 김선영, 이상엽, 문정희 등이 가세했고 박지완 감독의 첫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오는 12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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