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SC현장] '자산어보' 설경구X변요한X이정은, 그리고 장인 이준익..명작의 품격은 이런 것(종합)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21-03-18 16:56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사극 장인' 이준익 감독과 '연기 장인' 설경구, 변요한, 이정은이 만나 또 하나의 품격 높은 명작이 탄생했다.

흑산으로 유배된 후 책보다 바다가 궁금해진 학자와 바다를 벗어나 출셋길에 오르고 싶은 청년 어부가 만나 '자산어보'를 집필하며 벗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그린 사극 영화 '자산어보'(이준익 감독, 씨네월드 제작).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자산어보'(이준익 감독, 씨네월드 제작)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 됐다. 이날 시사회에서는 흑산도로 유배된 후 바다 생물에 눈을 뜬 학자 정약전 역의 설경구, 물고기 잡는 것보다 글공부를 더욱 중시하는 청년 어부 창대 역의 변요한, 지낼 곳 없는 정약전을 물심양면 도와주는 흑산도 주민 가거댁 역의 이정은, 그리고 이준익 감독이 참석했다.


'자산어보'는 '사도'(15) '동주'(16) '박열'(17) 등 역사 속 사람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시대극의 대가' '사극 장인' 이준익 감독의 14번째 신작이자 '동주' 이후 두 번째 흑백 영화로 제작 단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목민심서' '경세유표' '여유당전서' 등을 저술한 실학자 정약용의 형이자 멘토였던 정약전이 유배 생활 중이었던 1814년 흑산도 연해에 서식하는 물고기와 해양 생물을 기록해 만든 어보(魚譜)의 서문을 바탕으로 영화화한 '자산어보'는 신분과 나이를 초월한 진정한 벗의 우정을 나눈 정약전과 창대의 교감은 물론 '자산어보'가 탄생한 아름다운 흑산도 바다의 풍경까지 수묵화 같은 흑백의 묵직한 힘으로 담아내 특별한 울림을 선사한다. 화려한 색채를 배제해 인물이 가진 본질적인 형태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만든 흑백의 '자산어보'는 이준익 감독의 깊어진 스토리텔링과 설경구, 변요한, 이정은의 농후한 열연을 더욱 짙게 만들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적신다.

특히 매 작품 장르를 불문한 선 굵은 연기를 선보이는 '연기 신(神)' 설경구는 1993년 데뷔 이후 28년 만에 '자산어보'로 첫 사극 연기에 도전했다. 한계 없는 연기력으로 무장, 정약전 그 자체로 완벽히 녹아든 설경구는 또 한 번 역대급 파격 변신하며 대표작을 경신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다양한 작품에서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이는 '대세' 변요한은 '자산어보'에서 어부 창대로 변신, 역사책을 찢는 싱크로율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기생충'(19, 봉준호 감독)으로 칸국제영화제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쓸며 전 세계가 주목하는 배우로 거듭난 '심(心) 스틸러' 이정은 역시 설경구, 변요한 사이에서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전매특허 '생활 연기'로 '자산어보'의 완성도를 200% 끌어올렸다.


이날 이준익 감독은 "실존 인물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라 현장에서 촬영할 때 함부로 촬영을 이어갈 수 없었다. 조선의 서학이 들어오면서 벌어진 사건의 인물을 중심으로 하는 영화다. 정약전과 정약용은 기록이 돼 표현할 수 있었지만 창대는 기록이 없었다. 창작으로 만들어진 캐릭터다. 역사적 사실과 상상력을 합쳐 만든 창작물이다. 또 조선시대를 흑백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었던 것 같아 고집을 피워 흑백 영화로 선택하게 됐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그는 "정약전과 정약용의 대립이 아닌 차이를 말하는 작품이다. 그 사이에서 창대가 선택하는 이야기를 다룬 이야기다. 개인주의의 현대성을 '자산어보'에서 찾아가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준익 감독은 '자산어보' 이전 흑백 영화였던 '동주'와 비교에 대해 "'동주'는 어둡지만 생생하게 그리려고 했다. '자산어보'는 어둠보다 밝음이, 흑보다는 백이 많이 담겨있다. 우리는 늘 시대와 불화를 겪고 있는데 그럼에도 삶은 재미진다. 이렇듯 '자산어보'는 흑보다 백을 더 많이 느낄 수 있는 영화가 되지 않았나 싶다. 오히려 흑백이지만 더 많은 색을 느꼈다. 자산의 색을 느꼈다"고 의미를 더했다.


설경구는 "실존, 게다가 큰 학자의 이름을 배역으로 쓴다는 게 정말 큰 부담으로 온다. 약전에 대해 큰 공부를 했다기 보다는 섬에 들어가 이준익 감독, 스태프, 배우들과 함께 즐겁게 촬영하며 놀자는 생각으로 임했다. 이준익 감독의 빈말인지 모르겠지만 '잘 어울린다'라는 말을 믿고 몰입했다"고 밝혔다.


그는 "어떤 영화 시상식 시상을 하러 갔다가 이준익 감독의 책을 받았다. 사극 영화라고 하고 그게 '자산어보'였다. 일단 이준익 감독이라 선택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그동안 몇 번 제의가 있었지만 사극이 어렵다는 이유로 몇 번 미뤘다. 나이가 좀 더 먹고 난 뒤 사극이 편하게 받아들여졌다. 이준익 감독의 사극을 한 번 더 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변요한은 "서툴지만 진실되게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내가 연기하고 내가 눈물을 흘려버렸다. 죄송하다.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영화가 너무 좋아 눈물이 났다"고 머쓱해했다.

그는 "배를 타는 장면은 수조 세트장에서 촬영을 했다. CG 촬영이 많아 멀미가 없었다. 개인적으로도 뱃멀미가 없다. 촬영 전 흑산도를 찾아가 공부했다. 영화를 봤을 때 배를 타고 가는 정약전과 창대의 모습이 굉장히 쓸쓸해 보이더라. 홍어 해체 등 이정은 선배와 같이 배웠다. 특별히 어렵지 않았다. 그저 약전 선생을 어떻게 바라보고 마을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가 내게 가장 큰 숙제였다"고 답했다.


'자산어보' 속 정약전과 가거댁의 사랑스러운 로맨스 장면도 언급됐다. 이정은은 "학창시절부터 설경구 오빠와 학교를 같이 다녔다. 그런데 영화 속에서 이런 로맨스 연기를 하게될지 몰랐다. 더 친해서 어떤 장면이라도 할 수 있더라. 오붓하게 앉아 있는 신 등 여러 장면을 도전해 볼 수 있었다. 좋은 장면을 얻은 것 같다"고 수줍게 웃었다. 이에 설경구 역시 "담백하고 깔끔한 로맨스 장면이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자산어보'는 설경구, 변요한, 이정은, 민도희, 차순배, 강기영, 그리고 정진영, 김의성, 류승룡, 조우진 등이 가세했고 '변산' '박열' '동주'를 연출한 이준익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31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2021 신축년(辛丑年) 신년 운세 보러가기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