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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인터뷰] "이준호♥이세영, 다시 만날 운명이길"..'옷소매' 정지인 감독의 디테일 (종합)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22-01-12 11:51 | 최종수정 2022-01-12 13:17


사진=MBC 제공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옷소매 붉은 끝동' 정지인 감독의 디테일이 명작을 만들었다.

1일 종영한 MBC 금토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정해리 극본, 정지인 송연화 연출)은 지난해 MBC에서 가장 흥행했다는 평을 받은 작품. 5.7%로 시작했던 이 작품은 최종회 시청률 17.4%(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역대급 기록을 세워냈고, 여기에 화제성 지표에서도 줄곧 1위 자리를 유지하는 등 드라마의 인기를 확고히 지켰다. 자신이 선택한 삶을 지키고자 한 궁녀와 사랑보다 나라가 우선이었던 제왕의 애절한 궁중 로맨스 기록을 담은 작품인 '옷소매 붉은 끝동'은 지난해 열렸던 '2021 MBC 연기대상'에서 올해의 드라마상을 포함해 이세영, 이준호의 최우수 연기상, 베스트 커플상, 이덕화의 공로상, 정해리 작가의 작가상, 장혜진의 조연상, 강훈의 남자 신인연기상 등 8관왕을 차지하는 대성과를 얻었다.

정지인 감독은 스포츠조선과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과몰입에 빠진 '옷소매' 시청자들을 달랬다. 2018년 동명의 원작 소설 엔딩을 보자마자 드라마화를 결정했다는 정지인 감독은 실제 방영됐던 '옷소매 붉은 끝동'의 엔딩에도 같은 장면을 활용하며 시청자들의 과몰입지수를 높였다. 정 감독은 "이 드라마를 연출하는 목표는 원작의 마지막을 살리는 데 있었다. 원작의 엔딩을 읽자마자 다음 날 회사에서 '이 작품으로 드라마를 하겠다'고 했다. 꿈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이 마지막 장면을 위해 드라마가 달려가는 게 중요하다고 정해리 작가님께도 여러 번 강조했다. 이 장면을 위해 달려온 만큼, 마지막을 이렇게 마무리한 데에는 전혀 후회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옷소매 붉은 끝동'은 지난 6년간 MBC가 만들었던 어떤 드라마 중에서도 가장 수치가 좋았던 작품. 시청률은 물론이고 화제성 지수에서도 결코 타 드라마에 밀리지 않으며 화제를 모았다. 정지인 감독은 "이제까지 했던 드라마 중 첫 방송이 나가고 제일 연락이 많이 와서 놀랐다. 방송이 나갈수록 시청률이 오르고 화제성이 유지하는 걸 보고 신기하기도 했고, 신도 났다. 끝나고 나서도 많이들 봐주시고 게신 것 같아 감사하다"며 "이렇게 반응이 뜨거운 드라마가 처음이라 좋으면서도 많이 낯설고 얼떨떨하다.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 줄 몰랐고,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열심히 할 걸 그랬다는 생각도 든다. 다들 반응이 좋은 건 얼마 안 가니 있을 때 즐기라고들 하는데, 어떻게 즐겨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옷소매 붉은 끝동'은 사극으로서의 촬영, 조명, 화면 색감, 그리고 음악을 포함해 의상까지 디테일들을 최대한 살리며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었다. 정지인 감독은 프리프로덕션 기간을 최대한 길게 잡아가며 각 분야의 스태프들과의 회의도 여러 달에 걸쳐 할 정도로 디테일에 공을 들였다. 특히 영상미에도 힘을 많이 줬다. 연출의 획을 그었다는 평을 받았던 드라마 '카이로스'의 김화영 촬영감독이 사용했던 360도 트래킹 장비들을 적재 적소에 사용하며 호평을 받았다. 이후로도 계속해서 언급됐던 용 병풍의 위용에 압도 당하는 이산, 덕임의 이야기를 듣고 영빈의 처소로 돌아간 영조의 모습들이 이 장비를 활용해 촬영됐다. 또 성덕임이 뛰어가는 수많은 순간들 역시 김 감독이 직접 장비를 메고 함께 뛰며 만들어낸 명장면이었다.


사진=MBC 제공
의상 역시 호평이 자자했다. 정 감독은 "가장 애착이 갔던 옷은 옥색 나인복"이라며 "의상 회의에서 가장 오랜 시간에 걸쳐 고민한 복장이다. 의상팀에서 보낸 50개 이상의 옥색 중에서 색을 정해야 했고, 덕임과 궁녀들은 본인들의 처소를 포함해 거의 모든 세트에 있기 때문에 세트장 벽 색과도 대보는 과정이 있었다. 이 옥색과 가장 어울리는 붉은 끝동도 수십가지를 대보고 결정했다. 궁녀들의 댕기 색도 끝동 색에 맞췄다. 오랜 고민 끝에 나온 복장이고, 덕임이 가장 오래도록 입은 옷이기에 가장 마음에 남는다"며 "그 외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복장은 산의 하늘색 편복이다. 처음 본 순간 제일 마음에 들었다. 덕임에게 푹 빠진, 가장 사랑스러워 보이는 산의 순간들에 오래도록 입도록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배우들의 열연은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였다. 특히나 정조 이산에 녹아든 이준호와 성덕임의 모습을 눈빛만으로도 표현해낸 이세영의 열연이 시청자들을 웃고 울게 만들었다. 특히나 두 사람의 첫 리딩 만으로도 이미 "이건 완전 대박이다"라는 생각까지 했다. 정 감독은 "준호 씨는 전역 후 처음으로 연기하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예민하고 강단 있는 산의 감정선을 세세히 살렸고, 세영 씨는 덕임이가 진짜 살아있었으면 이러지 않았을까 하는 생생함을 전달했다. 시경을 낭독하는 5부의 장면을 둘이 읽을 때는 저도 모르게 울컥했다. 현장에서 어떻게 촬영하게 될지 가장 기대가 되는 신이었고, 촬영과 결과도 기대 이상이었다"고 했다.

정 감독은 성덕임을 연기한 이세영의 생각이 바로 그 나침반이었다며 "원작을 바탕으로 세영 씨가 생각하는 덕임의 마음을 나침반으로 삼았다"고 했다. 그는 또 "언제나 대본을 들고 다니며 뭔가를 잔뜩 적어놓고, 리허설 중에도 계속 메모를 한다. 스스로 연기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제가 오케이를 해도 다시 찍고 싶다고 꼭 얘기한다. 이유가 명확하고 새로운 걸 보여주고 싶은 배우의 요구를 거절할 감독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다른 배우들과 달리 모니터링은 따로 하지 않는다. 이유를 물으면 감독님이 알아서 할 테니 본인은 안 봐도 된다고 한다. 최선을 다해 표현하고 감독에게 최대한 많은 선택지를 안겨주는 연기자다"라고 칭찬했다.
사진=MBC 제공
이준호에 대해서도 "그냥 이준호가 이산"이라는 극찬을 내놓은 정 감독은 "언제나 완벽히 대본을 숙지하려 하는 스타일이었고, 모든 걸 준비해서 나타난다. 촬영이 끝나면 언제나 본인 연기가 어땠는지에 대해 묻는데, '너무 좋았고, 오늘 이 신 완전 찢었고, 아까 찍은 커트는 꿈 속에 나오겠다'고 말해도 언제나 아쉬워하는 눈빛이었다. 내가 뭘 놓친 게 아닌지 편집실에 가서 또 확인하게 만드는 연기자"라고 할 정도. 특히 로맨틱한 정조를 완성한 것은 제작진의 의도가 아닌, 이준호의 눈빛과 연기 그 자체였다고 밝혀 놀라움을 자아냈다.


이들뿐만 아니라 '진정성'으로 연기한 이덕화를 포함해 원작에는 없던 역할인 태호를 효과적으로 만들어낸 오대환, 그리고 장혜진, 강훈, 장희진, 강말금, 박지영, 이민지, 하율리, 이은샘 등에게도 정 감독은 공을 돌렸다.

욕심내지 않은 합방신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실제 방송 장면보다 다소 짙었던 승은신을 대신해 입맞춤으로 마무리한 것도 정 감독의 섬세한 아이디어였다. 정지인 감독은 "옷고름을 푸는 느낌이 예쁘게 느껴지지 않았다. 청연군주 사가에서 산이 덕임의 옷고름을 잡으며 겁박하는 느낌의 장면을 찍은 뒤라 덕임에게 있어 옷고름을 푸는 건 유쾌한 경험이 아닐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는 이유를 밝혔다.
사진=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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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소매 붉은 끝동'은 완벽한 엔딩으로 시청자들의 '환생 버전' 요청을 부른 작품. 정 감독은 "산과 덕임의 이야기는 원작과 마찬가지로 완결이 됐다"며 "배우와 작품을 하는 것은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작품에서는 이준호, 이세영 배우와 인연이 닿아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었고, 이 인연이 앞으로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다. 사실 사극 분장을 벗은 두 배우를 가끔 현장에서 못 알아봤기에 현대극을 할 경우에는 어떤 모습을지 상상이 잘 되질 않는다. 언젠가 또 만날 수 있다면, 또 다시 즐겁게 작품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시 만날 운명이길 기대한다"고 했다.

정지인 감독의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도 이어지지만, 당분간은 블루레이 작업에 대한 의지를 더 불태웠다. 정 감독은 "당장 차기작을 준비하지는 않을 것 같다"며 "하게 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마지막까지 살아 있는 드라마가 하고 싶다. 이번의 성공이 앞으로 연출을 할 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는 좀 궁금해진다. 일반 블루레이 작업을 마치는대로 휴가를 내고 재충전을 하며 그간 소흘히 했던 고양이와 남편이 있는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그리고 정해리 작가님이 다음 작품도 꼭 사극을 하라고 하셨는데, 저는 당장은 못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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