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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다소 키치한 녀석으로 시작해 리얼한 그놈에 이어 이번에는 처절하기까지한 박쥐인간이 왔다. 팀 버튼 감독과 배우 마이클 키튼의 '배트맨'은 독특했다는 평이 많다. 이후 등장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배우 크리스찬 베일의 '다크나이트' 트릴로지는 땅에 발을 디딘 배트맨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다크나이트 라이즈' 이후 10년 만에 등장한 '더 배트맨'은 그저 가면을 쓴 한사람의 인간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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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런 면이 패틴슨표 배트맨의 매력이기도 하다. "나는 복수다"라고 말하고 다닐 정도로 '더 배트맨'에서 웨인이 배트맨으로 활동하는 이유는 복수심에 불타서다. 부모를 죽게 만든 범인에 대한 적개심, 막대한 부를 가졌으면서도 사람을 믿지 못하고 알프레드(앤디 서키스)에게까지 "당신은 내 아버지가 아니다"라고 어리광을 부리는 성장형 배트맨의 모습이 색다르게 다가온다. 그리고 마지막 진정으로 '사람을 구하는' 배트맨이 되는 모습에서 관객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더 배트맨'은 '다크나이트' 트릴로지가 판타지로 느낄 정도로 슈퍼히어로라기보다는 동네 자경단에 가깝다. 초인적인 힘도 없고 배트맨 수트의 장치 역시 큰 볼거리를 제공하지 못한다. '언제 사람들 모르게 수트로 갈아입었지'라는 의문도 조금은 풀린다. 여기에 패틴슨의 퇴폐적인 미모는 여성 관객들의 환호를 불러일으킬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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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물의 특성이지만 좀처럼 리들러를 앞서지 못하고 뒤만 따라가는 것이 조금은 답답한 느낌이 든다. 배트맨의 수사 역시 고든 반장(제프리 라이트)이나 카일 없이는 힘들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하지만 속편이 나온다면 패틴슨표 배트맨은 얼마만큼 성장했을까 기대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더 배트맨'은 볼만한 작품이다.
옥에 티라면 배트맨의 가면을 벗길 기회가 있었음에도 왜 경찰들까지 벗기지 않고 기다려주는지는 의문이다. 늘 배트맨을 배려해 가면 뒤에서는 공격하지 않는 악당들의 매너는 어쩔 수 없다쳐도 말이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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