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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리뷰] '더배트맨' 리얼하다 못해 처절한…가면쓴 인간의 분투기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22-03-01 11:53 | 최종수정 2022-03-02 07:16



[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다소 키치한 녀석으로 시작해 리얼한 그놈에 이어 이번에는 처절하기까지한 박쥐인간이 왔다. 팀 버튼 감독과 배우 마이클 키튼의 '배트맨'은 독특했다는 평이 많다. 이후 등장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배우 크리스찬 베일의 '다크나이트' 트릴로지는 땅에 발을 디딘 배트맨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다크나이트 라이즈' 이후 10년 만에 등장한 '더 배트맨'은 그저 가면을 쓴 한사람의 인간에 가깝다.

'클로버필드' '혹성탈출'의 감독 맷 리브스가 만들어낸 배트맨은 슈퍼히어로라고 부르기 힘들 정도로 처절하고 현실적이다. 단적으로 브루스 웨인(로버트 패틴슨)이 눈 밑으로 그린 다크 분장만 봐도 그렇다. 키튼의 배트맨에서는 가면을 벗을 때 갑자기 다크 분장이 사라진다. '다크나이트' 트릴로지에서도 다크 분장은 어물쩍 넘어간다. 눈 주위에 검은 칠을 해야, 가면 속 눈 주위가 도드라져보이지 않기 때문에 배트맨에게 다크 분장은 필수적이다. 그래서 '더 배트맨'은 실제 브루스 웨인이 눈 주위에 검은칠을 하고 가면을 썼다고 설정해버렸다.



영화 '더 배트맨' 스틸컷.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

이외에도 현실적인 묘사는 많다. 배트맨이 된지 2년이 지나 가죽으로 된 가면은 여기저기 찢어져 있다. 동네 건달들과 주먹 액션을 할때도 화려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현실적인 막싸움 같다.

하지만 그런 면이 패틴슨표 배트맨의 매력이기도 하다. "나는 복수다"라고 말하고 다닐 정도로 '더 배트맨'에서 웨인이 배트맨으로 활동하는 이유는 복수심에 불타서다. 부모를 죽게 만든 범인에 대한 적개심, 막대한 부를 가졌으면서도 사람을 믿지 못하고 알프레드(앤디 서키스)에게까지 "당신은 내 아버지가 아니다"라고 어리광을 부리는 성장형 배트맨의 모습이 색다르게 다가온다. 그리고 마지막 진정으로 '사람을 구하는' 배트맨이 되는 모습에서 관객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더 배트맨'은 '다크나이트' 트릴로지가 판타지로 느낄 정도로 슈퍼히어로라기보다는 동네 자경단에 가깝다. 초인적인 힘도 없고 배트맨 수트의 장치 역시 큰 볼거리를 제공하지 못한다. '언제 사람들 모르게 수트로 갈아입었지'라는 의문도 조금은 풀린다. 여기에 패틴슨의 퇴폐적인 미모는 여성 관객들의 환호를 불러일으킬만하다.


리들러 역의 폴 다노는 감탄사를 자아내는 악역이다. 짐 캐리의 리들러는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현실에서 있을 법한 빌런을 만들어냈다. 또 그가 왜 고담을 피로 물들일 수밖에 없는지도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매력적인 글씨체와 함께…. 캣 우먼 셀레나 카일(조 크라비츠)도 꽤 유혹적이다.

추리물의 특성이지만 좀처럼 리들러를 앞서지 못하고 뒤만 따라가는 것이 조금은 답답한 느낌이 든다. 배트맨의 수사 역시 고든 반장(제프리 라이트)이나 카일 없이는 힘들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하지만 속편이 나온다면 패틴슨표 배트맨은 얼마만큼 성장했을까 기대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더 배트맨'은 볼만한 작품이다.

옥에 티라면 배트맨의 가면을 벗길 기회가 있었음에도 왜 경찰들까지 벗기지 않고 기다려주는지는 의문이다. 늘 배트맨을 배려해 가면 뒤에서는 공격하지 않는 악당들의 매너는 어쩔 수 없다쳐도 말이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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