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3년 만에 배우로 돌아온 김규리(44)의 '그린마더스 클럽'은 매 순간이 진심이었다.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직접 스타일링을 했고, 서진하이자 레아 브뉘엘을 동시에 연기해내며 1인 2역에도 완벽한 도전을 마쳤다.
초반의 서진하는 충격 그 자체였다. 의미심장한 모습으로 이은표를 흔들어놓는가 하면, 5회에서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모든 시청자들을 충격에 빠지게 했다. 김규리는 "진하의 죽음은 저도 너무 충격이었다. 처음 제의를 받았을 때에도 1인 2역인데, 중간에 빠졌다가 들어온다고 들었다. 다만, 몇 회에 빠졌다가 몇 회에 나오는지는 몰랐고 대본을 받은 뒤 알게 됐다. 5회에 죽는 것은 정말 극비였다. 마지막회 진하의 죽음 신은 11월, 12월에 촬영했던 거다. 그 촬영 대본이 나왔을 때 감독님과 몇몇의 아주 주요 스태프만 대본을 받았고, 카메라 감독님, 저, 제 남편 루이(최광록)만 받았고, 스태프들은 대본 자체도 없었다. 다른 배우들은 또 제가 그 촬영을 했는지도 몰랐다. 촬영이 끝나고 스태프들이 받았던 대본들도 다 회수했다. 제가 1인 2역이라는 것도 다른 배우들에게 얘기하지 않았다. 메인 캐릭터들도 제가 1인 2역인지 모르고 왔고, 12월까지도 모르는 분들도 많았을 거다. 또 어떤 분들은 레아라는 인물이 대본에 나올 때 그게 전줄 몰랐다더라"고 귀띔했다.
|
|
|
|
이렇게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준비한 덕에 김규리의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김규리는 "연기를 할 때 대본을 외워서 현장에 가서 연기만 하면 됐는데, 이번에는 패션, 신발, 가방, 액세서리, 머리까지 모든 것을 다 준비한 상태에서 관여를 하면서 제 만족감이 다른 작품보다 더 컸던 것 같다"며 "너무 재미있게 즐겼다. 사실 오랜만에 작품을 하면 불안하다. '내가 늙지 않았을까. 주름이 생기지 않았나' 외모적으로 불안함이 크고, '내가 연기를 잘 했나' 하는 스스로의 불안감도 크다. 저도 그런 상태였지만, 물리칠 수 있는 계기가 있었다. 처음 술에 취해서 은표에게 실려서 집에 들어오는 신이 있었는데 짧은 몇 개의 지문을 제 나름 해석해 비틀거리며 연기했는데 감독님의 '컷'이 들리는 순간 갑자기 박수 소리가 들리더라. 동네 분들이 제 연기를 보고 '너무 잘한다'고 기립박수를 쳐주시고 칭찬을 해주시더라. 그게 너무 감사했고 반가웠고 상을 받은 것 같아서 '감사합니다!'했다. 나는 그냥 내가 하던대로 연기했는데, 보시는 분들이 박수를 치니 힘이 됐다. '너 지금 괜찮아'라고 해주고 믿어주는 것 같아서 거기서 만족감과 에너지를 얻었다. '의심하지 말자'고 생각하고 더 집중해서 했다"고 말했다.
|
|
오랜만에 에너지를 풀어낸 김규리는 다음 작품을 기다리는 시간으로 돌아갈 예정. 이 시기를 현명하게 이겨내는 것은 김규리의 '그림'. 개인전을 낼 정도로 화려한 실력을 갖춘 김규리는 한국화를 그려내며 자신의 마음을 달랠 수 있었다고. 김규리는 "다음 작품이 언제 올지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건강히 관리하며 지내야겠다. 다행히 저에게는 그림이란 도구가 있다"며 "지금은 못 그렸던 호랑이가 몇 가지 있고, 사자도 그려보고 싶다. 또 지금 준비 중인 것은 그리다 완성 못한 팔폭 병풍 두 벌을 중간쯤 하다가 멈췄는데, 다시 작업하고 싶고,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탱화도 해보고 싶다. 호랑이가 기가 센 그림인데 다른 방식으로 정화해야 하지 않나 싶다. 연기를 위해 쌓아왔던 것들을 작품이나 캐릭터로 만나지 못하면 너무 무겁다. 연기를 할 수 없으니 계속 들고 있는데, 결국은 끄집어내서 표현을 해야 하는 거다. 그림을 그리면 뭔가가 드러나서 그림 안으로 들어가게 되니 그림으로 마음을 푸는 게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김규리는 40대를 맞이하며 변화하는 중이라고. 김규리는 "한 해 한 해 나이가 든다는 것 중 좋은 점은 감사한 것이 많아지는 거다. 그냥 잘 몰라서 한동안은 배우고 경험하는 것으로 20대가 지나갔다면, 30대는 인생을 어느 정도 알 것 같은 때에 굴곡을 겪었고, 지금은 그래서 감사함을 깨닫게 됐다. 너무 당연했던 것들이 사실은 당연하게 오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제 삶이 더 풍성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규리는 다시 화가로 돌아가 작품 활동에 매진할 예정. 3년 만에 연기로 돌아와 시청자들을 만났던 그가 다음에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관심이 쏠린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 당신은 모르는 그 사람이 숨기고 있는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