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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역시는 역시다. 박찬욱 감독이 말하고자 했던 어른들의 진짜 사랑은 자극적인 격정보다 농밀한 감정이다. 촘촘히 짜인 서스펜스를 방패 삼아 교묘하고 기묘하게 숨겨진 박찬욱 표 로맨스. 한국이 낳고 칸이 키운 깐느박의 로맨스는 기대보다 더 완벽했고 품격있었으며 변태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올해 6월 최고 기대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헤어질 결심'은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수사 과정의 팽팽한 긴장 가운데 서로에게 특별한 호기심과 의외의 동질감을 느끼는 두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낸 서스펜스 멜로로 강렬한 충격을 안겼다. 그동안 파격과 금기를 넘나드는 강렬한 소재와 표현으로 관객을 사로잡은 박찬욱 감독은 전작들과 완전히 결이 다른 새로운 장르 변주에 성공, 보는 이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공간과 관계의 변화, 그리고 진실의 변화에 따라 켜켜이 쌓이는 주인공들의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은 박찬욱 감독만의 디테일한 연출로 완성돼 관객을 시나브로 젖게 만든다.
또한 '헤어질 결심'은 '만추'(11, 김태용 감독) 이후 11년 만에 한국 영화로 컴백한 탕웨이, 박찬욱 감독과 첫 호흡을 맞춘 박해일의 완벽한 앙상블로 재미를 배가시켰다.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서도 쉽사리 동요하지 않는 서래에 완벽하게 녹아든 탕웨이는 더욱 짙어진 감정과 내공으로 독보적인 매력을 끌어올렸고 늘 단정한 옷차림에 깔끔하고 청결한 성격을 가진 형사를 맡은 박해일은 맞춤옷을 입은 듯한 캐릭터와의 완벽한 싱크로율을 자랑, 기존 장르물 속 형사 캐릭터와는 차별화된 모습으로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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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물론 폭력이나 섹스 등 강한 이야기를 하는 작품도 준비 중이다. 다만 우리가 젊을 때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고 표현하면서 살아가도 되지만 나이가 들면 그런 면에서 솔직하기 어려워진다. 상황에 따라, 처지에 따라 이것저것 고려해야 할 것이 많아지고 참아야 할 것도 많아진다. '헤어질 결심'은 이런 형편에 놓인 두 사람이 어떻게 하면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 자신의 감정을 전달할지 고민했다. 참기 힘든 감정을 상대에게 들키지 않고 감추어야 하는지를 다룬 이야기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숙한 남녀의 인내하는 사랑 이야기가 데이비드 린 감독의 '밀회'(49)를 떠올리게 했다. 정서경 작가에게도 유일하게 추천한 영화이기도 했다. 칸영화제 공개 이후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작품 같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는데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 영화 교과서처럼 공부했던 영화들이었다. 내 피 속에 (히치콕 감독의 작품이) 남아 있었던 것 같아 속으로 웃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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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웨이는 "박찬욱 감독이 말했듯 사람은 성장하는 단계에서 표현하는 방식은 점점 성숙해진다. 서래는 생활 속에 고난을 겪는다. 그녀가 경험하는 삶은 자연스럽게 모든 것을 표현하기 어렵다.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표현할 수 없고 숨겨야만 한다. 숨겨야지 더 크게 표현되는 인물이다. 오히려 내 감정을 안으로 더 가지고 들어가려고 했다. 교묘하고 기묘하게도 박찬욱 감독의 연출과 맞아 떨어졌다"며 "사실 나는 한국어를 전혀 하지 못한다. 그래서 모든 한국어 대사를 외어야 했는데 소리 없는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서래와 어울렸던 것 같다"고 캐릭터를 향한 애정을 전했다.
그는 "사랑이라는 것은 나이마다 다른 것 같다. 나이가 어느 정도 들면 어느 순간 내 안에 들어온 사람을 알았지만 이미 그 사람을 놓치는 경우도 있다. 이 영화는 볼 때마다 다르고 보는 관객마다 다르게 느낄 것 같다. 서래가 언제 사랑에 빠졌는지 다를 것이다. 박찬욱 감독은 영화 전반에 세밀한 감정을 다 심어뒀다. 관객이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고 관전 포인트를 전했다.
이어 "사실 생활 한국어를 못했다. 초급 한국어를 배우지 못했다. 영화를 통해 고급 한국어만 할 줄 알게 됐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생활 한국어를 배워 대화하고 싶다"며 "외국어로 연기하는 과정은 재미있었다. 한국어 대사를 말하지만 머리는 중국어로 생각을 한다. 상대방의 한국어를 외웠지만 그 상대방의 대사도 중국어로 외워야 했다. 뜻을 모르는 한국어와 중국어를 동시에 반응해야 했다. 독특한 경험이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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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은 탕웨이, 박해일이 출연했고 '아가씨' '스토커' '박쥐' '친절한 금자씨' '올드보이'의 박찬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9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