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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박찬욱 유니버스에서 배우 박해일(45)은 명징했고 직조됐으며 은은한 향기를 품으며 최고의 인생 캐릭터를 완성했다.
특히 '헤어질 결심'은 '살인의 추억'(03, 봉준호 감독) '괴물'(06, 봉준호 감독) '최종병기 활'(11, 김한민 감독) '덕혜옹주'(16, 허진호 감독) '남한산성'(17, 황동혁 감독) 등 사극부터 액션, 드라마까지 장르 불문 흡인력 있는 연기를 선보여 온 박해일의 첫 박찬욱 감독 작품으로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밤낮없이 사건에 매달려온 흔들림 없는 형사지만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서도 쉽사리 동요하지 않는 여자 서래(탕웨이)를 만난 후 휘몰아치는 감정에 빠지는 해준으로 완벽 변신한 박해일은 단단한 내공과 세밀한 연기로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그려내 눈길을 끈다. 늘 단정한 옷차림에 깔끔하고 청결한 성격을 가진 형사를 소화한 박해일은 맞춤옷을 입은 듯한 캐릭터와의 완벽한 싱크로율을 자랑, 기존 장르물 속 형사 캐릭터와는 차별화된 모습으로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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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팬데믹이 끝나고 내가 촬영한 작품의 라인업이 어떤 순서와 어떤 개봉 간격으로 공개될지는 내 의지와 관계없다. 그런 궁금증 속에서 첫 시작이 '헤어진 결심'이다. 사실 내가 촬영했던 작품 중 마지막으로 촬영한 작품인데 이게 가장 먼저 공개됐다. 배우로서 처음으로 칸영화제도 가게 됐고 박찬욱 감독이라는 거장과 사석에서 아닌 일로서 소중한 경험을 쌓았다. 많은 분이 좋아하는 탕웨이와 함께 짙은 호흡으로 작업을 해봤다. 그래서인지 더욱 관객과의 만남이 가장 설레고 긴장된다"고 소회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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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과 호흡을 맞춘 것에 앞서 '살인의 추억' '괴물'로 봉준호 감독과 호흡을 맞춘 박해일. 명장의 선택을 연달아 받은 그는 "두 분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실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두 분은 영화적 동지이자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관계라는 걸 알고 있었다. 봉준호 감독에 이어 박찬욱 감독과 호흡을 맞췄는데, 기억나는 추억이 있다. '헤어질 결심' 첫 촬영 날이었다. 현장 공기를 느껴보고 싶어서 평소보다 일찍 나갔다. 첫 단추를 어떻게 끼워야 할지 곤혹스러웠는데 갑자기 생겨난 묘수가 '봉준호 감독에게 문자로 물어보자'였다. '박찬욱 감독에게 어떻게 다가가면 좋을지 팁 좀 달라'고 문자를 남겼더니 봉준호 감독이 '진정한 마스터시지. 거장이시다. 네가 무슨 연기를 해도 다 받아줄 거야. 걱정하지 말고 재미있게 촬영해'라고 하더라. 그 말에서 모든 걱정이 사라졌다"고 웃었다.
이어 "봉준호 감독은 사회적인 사건에서 출발하는 이야기가 많다. 사회적 시선을 놓치지 않고 그 안에서 드라마가 생성된다. 관객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언어와 유머를 통해서 연출의 변을 짚어내는 스타일의 감독이다. 반대로 박찬욱 감독은 그 이야기 안에서 보이지 않게 철학적 질문을 가장 대중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방식을 쓰는 감독이 아닐까 싶다"며 "같은 종류의 스타일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너무 다른 스타일이 될 수도 있다. 내 경우에는 보통 한 감독과의 작업이 계속 활용되는 지점이 많이 없는데 또 어떻게 보면 그게 장점화돼 각자의 감독들에게 유연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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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박찬욱 감독이 그린 해준은 품위 있는,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긍심을 가진 모습을 보여주길 원했다. 앞서 나는 '덕혜옹주' 때 김장한이라는 인물을 연기했는데 박찬욱 감독이 그때 나에게서 어떤 품위의 모습이 있었다고 하더라. 거기에서의 느낀 작은 뉘앙스가 이 영화의 해준을 연기할 때 쓰이길 바랐다. 기존 장르물 속 형사에서 보여준 모습과 달리 좀 더 어른스럽고 상대에게 예의 있고 청결하길 바랐다. 정중하고 품위 있게 대사를 하려고 했다. 대사의 맛이 매력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품위 있게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배우로서 형사 캐릭터도 처음이다. 기존의 형사 캐릭터의 이미지를 잘 해낼 수 있을지 고민한 지점도 있었다. 그동안은 형사 캐릭터를 생각했을 때 '내가 잘 어울리나?'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미뤘던 부분도 있다. 그런데 '헤어질 결심'은 모순적인 경찰의 모습이라서 오히려 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슬픔이 잉크에 번지듯이'라는 대사를 하는 형사이지 않나? 그런 부분에서 캐릭터에 매력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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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CJ E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