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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인터뷰] "내가 장군이 될 상인가?"…'한산' 박해일, 영웅 이순신→'명량' 최민식의 무게와 부담(종합)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22-07-21 09:54 | 최종수정 2022-07-21 12:21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올해는 그야말로 해(海)의 해다. 온 우주의 기운이 배우 박해일(45) 아래에 집결, 심상치 않은 기운으로 여름 스크린을 정조준했다.

전쟁 액션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이하 '한산', 김한민 감독, 빅스톤픽쳐스 제작)에서 조선 최고의 명장 이순신 역을 연기한 박해일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한산'에 출연한 과정부터 작품에 쏟은 열정과 애정을 고백했다.

'한산'은 2014년 7월 30일 개봉해 1761만명을 동원, 국내 역대 박스오피스 스코어 사상 초유의 대기록을 수립, 8년째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명량'(김한민 감독)의 후속작이자 프리퀄이다. 김한민 감독이 기획한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 중 두 번째 작품인 '한산'은 명량해전이 발발하기 5년 전, 당항포 해전 이후 약 한 달간 한산해전이 일어난 후일까지를 그렸다. 임진왜란 7년 전쟁의 수많은 전투 중 최초로 압도적 승리를 거둔 한산해전을 장엄하고 압도적인 규모로 스크린에 펼쳐 관객에게 극강의 카타르시스를 전할 블록버스터로 시사 이후 호평이 자자하다.

특히 '한산'은 미스터리극 '극락도 살인사건'(07), 사극 액션 '최종병기 활'(11)에 이어 '한산'으로 김한민 감독과 3번째 호흡을 맞추며 최강의 시너지를 발휘했다. 에너제틱하면서 전쟁에 지침이 없던 40대 후반의 젊은 시절의 이순신을 연기한 박해일은 절대적 수세에 놓인 조선의 바다를 지키는 장군 이순신 그 자체로 변신했다. 그는 특유의 진중하고 차분한 연기로 결이 다른 이순신의 카리스마를 과시 '2대 이순신'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명량'의 이순신(최민식)이 들끓는 용장(勇將: 용렬한 장수)이었다면 '한산'의 이순신은 서늘한 지장(智將: 지혜로운 장수)으로 과묵함 속 조용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박해일은 '한산'을 제안받은 과정부터 털어놨다. 그는 "처음 김한민 감독의 출연 제안에 '정말요?' '제가 왜요?' '제가 장군감입니까?' 등 역으로 물어보기도 했다. 그 의아함과 당황스러움, 질문을 갖게 된 그 소중한 시간이 지금에 와서는 나에게 이 작품을 완성하기까지의 좋은 고민을 하게 해준 것 같다"며 "장군감이냐는 내 질문에 김한민 감독은 '네가 최민식 선배 같은 장군감은 아니다. 용맹스러운 용장은 아니지만 '한산' 속 이순신은 지혜롭고 주도면밀한 인물이다. 장수들과 함께 하는 지혜로운 장수다. 그래서 너에게 제안을 하는 것이다'라며 시나리오를 줬다"고 곱씹었다.

흥행은 물론 역사적 영웅을 표현해야 하는 부담감에 대해 "감히 흥행적인 측면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이순신이라는 인물을 연기해야 한다는 마음 때문에 힘들었다. 구체적으로 눈에 보이지도 않고 그 부담감이 무엇인지 잡히지도 않는 그 기분부터 덜어내려고 노력했다"며 "최민식 선배는 '명량' 촬영 당시 '얼굴이라도 한번 보고 촬영하고 싶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나 역시 이순신 인물 앞에서 배우로서 초라하기만 했다. 그 간극을 어떻게 좁히고 채워 나가야 할지 모르겠더라. 김한민 감독이 역사 선생님처럼 말해줘도 내가 움직일 수 있는 동력이 안 됐다. 이순신 장군이 수양을 많이 쌓은 군자이자 도인 같은 느낌이 있다는 자료를 찾아서 마음 수양부터 하자고 했다. 그래서 동네 절도 가서 염불 소리도 들으면서 마음 수양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촬영 들어가면서도 숙소에서도 자세를 똑바로 하고 마음 자세를 가다듬으려고 했다"고 노력을 전했다.

이어 "'한산'은 작품에 들어가기 전, 그리고 초반 촬영할 때 가장 큰 부담감이 됐다. '한산'과 이순신 장군을 적응하는 단계에서 부담이 있었다. 앞서 '최종병기 활'을 같이 했던 모든 스태프가 '한산'에서 같이 했다. 또 그때의 스태프가 '명량'을 했던 스태프였는데 김한민 감독과 손발이 척척 맞는 스태프들이었다. 익숙한 집단 안에 다시 들어갔지만 적응부터 내 캐릭터를 구축하는 부분 등 초반이 힘겨웠다. 촬영을 할 때 변요한을 비롯한 안성기 선배와 손현주 선배 포함 모든 배우까지 나를 향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내 한 마디와 내 표정, 내가 서 있는 자세조차도 스스로 너무 예민해지더라"고 고백했다.

그는 "첫 촬영 때가 가장 기억이 많이 난다. 무거운 갑옷을 입고 한여름에 판옥선 위 장로에서 지휘하는 장면이었는데 갑옷도 무겁고 입자마자 땀은 나고 모든 스태프와 배우가 나를 바라보고 있는데 주시 관찰하고 있다는 느낌을 봤다. 초반 상황에서 많은 부담을 가진 나머지 그때가 가장 나에게는 큰 짐을 어깨에 짊어진 느낌이었다. 그게 풀리면서 서서히 모든 게 정리됐다"며 "풀리게 된 계기는 같은 작품을 해왔던 스태프, 배우 동료들의 조언들을 들으며 풀린 것 같다. '나쁘지 않다'라는 표현이 붕 떠 있던 나의 기분을 발밑으로 가라앉게 해준 것 같다. 나 또한 그런 부분을 같이 가져가면서 내가 보여주고 싶은 톤을 조금씩 찾아가서 한 테이크, 한 테이크 서서히 내가 원했던 방향으로 만들어 갔다. 그 기분이 조금씩 들면서 스스로도 출항하는 기분이었다"고 표현했다.



'명량'과 비교도 덤덤한 박해일이다. 그는 "'명량'과 '한산'은 톤을 달리한 작품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한산'은 이순신 장군이 드러나는 장면도 중요하지만 안 드러날 장면에서도 이순신 장군의 전법과 첩보전이 보이길 했다. 안 보이는 곳에서도 이순신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길 원했다. 그런 부분이 전작과 차이가 있지 않나 싶다"며 "최민식 선배와 나를 조용히 두고 봤을 때 '다른 사람의 결이다' 등 마침표를 찍고 이 작품에 임했다. 솔직하게 '명량'의 최민식 선배를 따라가고 싶지만 내가 그 역량이 안 된다. 배우들은 저마다 기질이 다른 속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김한민 감독의 제안에 고심했던 부분이 그 부분이기도 했다. 최민식 선배의 결을 가져간다면 못 해낼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다만 '한산'에서는 전작과 달리 제일 차분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잡아가고 보여주자는 게 시작이었다. 차분하지만 맡은 역할, 분량 안에서 하나의 표정, 하나의 눈빛, 자세로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답했다.

그는 "이런 지점이 반대로 '명량'과 다른 '한산'만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한산'에서 이순신 장군의 캐릭터를 물 같은 지점으로 표현했다. 최민식 선배가 불같은 기운으로 버티고 임하셨다면 이번에는 물의 기운으로 모두가 함께 한산해전에서 이순신 장군뿐만 아니라 상대 왜군까지 모든 배우가 잘 보일 수 있는 작품이 된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더불어 박해일은 "'한산'은 만들 때 소스를 '명량'에서 많이 가져왔다. 배우 또한 '명량'이 없었다면, '한산'의 업데이트된 환경에서 촬영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가 좀 더 혜택을 누리는 게 아닌가 싶다. 최민식 선배는 먼바다에 배를 띄워 촬영에 들어가면 한동안 나오지 못했다고 하더라. 그런 걸 생각해보면 '명량'의 모든 배우, 스태프가 고생을 많이 한 것 같다. 배가 계속 흔들리니까 효율적이지 않다고 하더라. 우리는 이번 작품에서 VFX 도움을 많이 받아 그런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박해일은 지난달 개봉한 '헤어질 결심'(박찬욱 감독) 이후 '한산'으로 연달아 관객을 찾은 것에 대해 "'헤어질 결심'의 해준이 알고 보면 해군 출신이다. 또 해준은 바다에서 엔딩을 맞이한다. 참 이상하다. 나라는 배우가 올해는 바다인 것 같다. 물인 것 같다. 곧 개봉할 '행복의 나라로' 역시 바다로 가는 이야기다. 최근에 찍은 세 작품은 물과 바다가 있다. 독특한 테마인 것 같다"며 "재미있는 연결 고리가 있는 것 같다. 영화를 하면서 자주 겪지 못한 일이다. 개봉은 내 의지로 되는 일이 아니지 않나? 팬데믹이 지난 후의 벌어진 상황이 전 세계 상황이 그렇다. 특별하다기보다는 이렇게 된 상황을 인정하고 즐기자는 느낌이다"고 답했다.


'한산: 용의 출현'은 박해일, 변요한, 안성기, 손현주, 김성규, 김성균, 김향기, 옥택연, 공명, 박지환, 조재윤 등이 출연했고 '명량'의 김한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7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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