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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올해는 그야말로 해(海)의 해다. 온 우주의 기운이 배우 박해일(45) 아래에 집결, 심상치 않은 기운으로 여름 스크린을 정조준했다.
특히 '한산'은 미스터리극 '극락도 살인사건'(07), 사극 액션 '최종병기 활'(11)에 이어 '한산'으로 김한민 감독과 3번째 호흡을 맞추며 최강의 시너지를 발휘했다. 에너제틱하면서 전쟁에 지침이 없던 40대 후반의 젊은 시절의 이순신을 연기한 박해일은 절대적 수세에 놓인 조선의 바다를 지키는 장군 이순신 그 자체로 변신했다. 그는 특유의 진중하고 차분한 연기로 결이 다른 이순신의 카리스마를 과시 '2대 이순신'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명량'의 이순신(최민식)이 들끓는 용장(勇將: 용렬한 장수)이었다면 '한산'의 이순신은 서늘한 지장(智將: 지혜로운 장수)으로 과묵함 속 조용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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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한산'은 작품에 들어가기 전, 그리고 초반 촬영할 때 가장 큰 부담감이 됐다. '한산'과 이순신 장군을 적응하는 단계에서 부담이 있었다. 앞서 '최종병기 활'을 같이 했던 모든 스태프가 '한산'에서 같이 했다. 또 그때의 스태프가 '명량'을 했던 스태프였는데 김한민 감독과 손발이 척척 맞는 스태프들이었다. 익숙한 집단 안에 다시 들어갔지만 적응부터 내 캐릭터를 구축하는 부분 등 초반이 힘겨웠다. 촬영을 할 때 변요한을 비롯한 안성기 선배와 손현주 선배 포함 모든 배우까지 나를 향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내 한 마디와 내 표정, 내가 서 있는 자세조차도 스스로 너무 예민해지더라"고 고백했다.
그는 "첫 촬영 때가 가장 기억이 많이 난다. 무거운 갑옷을 입고 한여름에 판옥선 위 장로에서 지휘하는 장면이었는데 갑옷도 무겁고 입자마자 땀은 나고 모든 스태프와 배우가 나를 바라보고 있는데 주시 관찰하고 있다는 느낌을 봤다. 초반 상황에서 많은 부담을 가진 나머지 그때가 가장 나에게는 큰 짐을 어깨에 짊어진 느낌이었다. 그게 풀리면서 서서히 모든 게 정리됐다"며 "풀리게 된 계기는 같은 작품을 해왔던 스태프, 배우 동료들의 조언들을 들으며 풀린 것 같다. '나쁘지 않다'라는 표현이 붕 떠 있던 나의 기분을 발밑으로 가라앉게 해준 것 같다. 나 또한 그런 부분을 같이 가져가면서 내가 보여주고 싶은 톤을 조금씩 찾아가서 한 테이크, 한 테이크 서서히 내가 원했던 방향으로 만들어 갔다. 그 기분이 조금씩 들면서 스스로도 출항하는 기분이었다"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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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과 비교도 덤덤한 박해일이다. 그는 "'명량'과 '한산'은 톤을 달리한 작품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한산'은 이순신 장군이 드러나는 장면도 중요하지만 안 드러날 장면에서도 이순신 장군의 전법과 첩보전이 보이길 했다. 안 보이는 곳에서도 이순신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길 원했다. 그런 부분이 전작과 차이가 있지 않나 싶다"며 "최민식 선배와 나를 조용히 두고 봤을 때 '다른 사람의 결이다' 등 마침표를 찍고 이 작품에 임했다. 솔직하게 '명량'의 최민식 선배를 따라가고 싶지만 내가 그 역량이 안 된다. 배우들은 저마다 기질이 다른 속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김한민 감독의 제안에 고심했던 부분이 그 부분이기도 했다. 최민식 선배의 결을 가져간다면 못 해낼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다만 '한산'에서는 전작과 달리 제일 차분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잡아가고 보여주자는 게 시작이었다. 차분하지만 맡은 역할, 분량 안에서 하나의 표정, 하나의 눈빛, 자세로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답했다.
그는 "이런 지점이 반대로 '명량'과 다른 '한산'만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한산'에서 이순신 장군의 캐릭터를 물 같은 지점으로 표현했다. 최민식 선배가 불같은 기운으로 버티고 임하셨다면 이번에는 물의 기운으로 모두가 함께 한산해전에서 이순신 장군뿐만 아니라 상대 왜군까지 모든 배우가 잘 보일 수 있는 작품이 된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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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박해일은 지난달 개봉한 '헤어질 결심'(박찬욱 감독) 이후 '한산'으로 연달아 관객을 찾은 것에 대해 "'헤어질 결심'의 해준이 알고 보면 해군 출신이다. 또 해준은 바다에서 엔딩을 맞이한다. 참 이상하다. 나라는 배우가 올해는 바다인 것 같다. 물인 것 같다. 곧 개봉할 '행복의 나라로' 역시 바다로 가는 이야기다. 최근에 찍은 세 작품은 물과 바다가 있다. 독특한 테마인 것 같다"며 "재미있는 연결 고리가 있는 것 같다. 영화를 하면서 자주 겪지 못한 일이다. 개봉은 내 의지로 되는 일이 아니지 않나? 팬데믹이 지난 후의 벌어진 상황이 전 세계 상황이 그렇다. 특별하다기보다는 이렇게 된 상황을 인정하고 즐기자는 느낌이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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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