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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그야말로 짜릿함 그 자체다. 23년 만에 성사된 이정재, 정우성의 만남은 더욱 농후해졌고 근현대사가 이끄는 촘촘한 서스펜스는 숨 막히는 긴장감을 선사했다. 더할 나위 없는 완벽한 첩보 액션물이 탄생했다.
마침내 베일을 벗은 '헌트'는 첫 연출작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보인 신예 이정재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력이 돋보인다. 실화의 힘을 얻은 밀도 있고 깊이 있는 스토리 전개는 물론이고 스파이를 색출이라는 소재를 통해 촘촘하고 정교한 심리전을 선보이며 영리한 첩보물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여기에 도심을 종횡무진 누비는 카체이싱부터 대규모 폭파까지 거대한 스케일을 자랑하는 다채로운 액션으로 영화적 쾌감을 더했다.
무엇보다 '헌트'는 영화 자체에 대한 매력도 매력이지만 날을 세운 대립 구도로 팽팽한 긴장감을 유발하는 배우들의 호흡 역시 관전 포인트로 다가온다. 지난 2021년 9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황동혁 극본·연출)으로 전 세계 신드롬을 일으킨 이정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깐부 정우성의 심리전은 영화 속 백미로 꼽힌다. '태양은 없다'(99, 김성수 감독) 이후 '헌트'로 23년 만에 호흡을 맞춘 이정재, 정우성의 투샷은 더욱 깊어지고 진한 케미로 더할 나위 없는 완벽한 시너지를 선사, 보는 이들의 마음을 훔친다. 또한 각각 두 사람의 편에 선 전혜진, 허성태, 그리고 고윤정까지 완벽한 앙상블로 '헌트'의 보는 맛을 배가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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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오랫동안 연기 생활을 해왔는데 그래서 내가 연출을 하더라도 배우들이 돋보이는 영화이길 바랐다. 배우들이 돋보일 수 있도록 현장에서, 편집 과정에서 많이 신경을 쓰려고 했다. 배우의 호흡, 장점, 색깔을 잘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이어 "연출을 하면서 체력이 너무 많이 떨어지더라. 첫 촬영 때 의상과 마지막 촬영 때 의상이 사이즈가 달라졌다. 그래도 동료 배우와 스태프가 잘 챙겨주기도 했고 짐도 함께 지어갔다. 동료애를 많이 느낀 작품이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황정민, 이성민, 주지훈, 조우진 등 충무로 명배우들의 특별출연에 대해서는 "정우성과 오랜만에 작업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동료 선후배들이 작은 역할이라도 도움을 주겠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러면서 고민이 더 많아지게 된 상황이 됐다. 영화에 도움을 주겠다는 분이 많은데 누군 나오고 누군 안 나오면 서운해 하지 않겠나? 그래서 도움을 주겠다는 배우들이 한번에 출연해 한번에 퇴장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특별출연한 배우들이 본인이 주연인 영화만큼 연습을 해왔다. 현장에서 너무 즐거웠고 영상에서 너무 잘 촬영된 것 같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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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정재 감독은 '태양은 없다' 이후 23년 만에 재회한 정우성에 대해 "'태양은 없다' 이후 연기 호흡을 맞췄는데 서로 대립각을 세우는 관계에 관객도 즐거움을 느낄 것 같았다. 워낙 친한 사이라는걸 잘 알기 때문에 그와 다른 모습으로 보여주고 싶었다"며 "'태양은 없다' 때나 지금이나 영화의 온도는 똑같다. 다만 체력이 조금 떨어졌을 뿐이다 .현장에서 테이크를 5회 이상 가면 피로도가 높아질 뿐이다. 그것 외에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어하는 마음은 똑같다. 좀 더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20여년 동안 일을 하다보니 좀 더 책임감을 갖게 됐고 영화를 대하는 마음의 자세가 좀 더 진중해졌다. 동료와 후배를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 역시 젊었을 때 했던 대화 보다 좀 더 미래를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좀 더 신중해진 부분이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정우성 역시 "개인적으로는 의미가 크지만 그게 전부가 되면 안됐다. 촬영 현장에서 같이 연기할 때 개인적으로 값지고 각별한 추억이 됐다. 이정재 감독은 배우뿐만 아니라 작품의 전 과정을 책임져야 하는 사람이었다. 촬영장에 있을 때마다 지나온 시간을 잘 걸어온 느낌이었다. 함께하는 시간을 스스로 잘 만들어낸 것 같은 뿌듯함을 느낀 현장이었다"고 곱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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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