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유럽은 젊은 청중 줄어 재앙적 위기…교육 부재·미디어 무관심 원인"
반세기 전인 1975년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폴란드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69)이 11∼22일 6차례 열리는 내한 리사이틀을 여태까지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특별한 방식으로 진행한다. 연주될 프로그램을 미리 알려주지 않고 총 60여개 프렐류드(전주곡) 중에서 자유롭게 구성해 선보인다.
지메르만이 연주곡을 미리 공지하지 않는 것은 이전 공연에서도 몇 차례 있었지만, 공연을 앞두고 즉흥적으로 프로그램을 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메르만은 지난 9일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호텔에서 진행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번에 한국에서 하는 공연 방식은 사실상 처음 시도하는 것인데, 이런 방식이 오히려 관객에게 더 솔직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식당에서 먹을 음식을 몇 달 전부터 미리 정하지 않는 것처럼 공연 당일의 느낌이나 감정으로 연주할 곡을 결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962년 첫 공연을 시작으로 60년이 넘도록 세계 곳곳에서 연주회를 개최하며 갈고 닦은 레퍼토리들이 준비돼 있다. 쇼팽, 슈베르트, 바흐, 라흐마니노프, 드뷔시, 메시앙, 거슈윈, 슈만, 스크랴빈 등 유명한 작곡가의 전주곡은 물론 시마노프스키나 로만 스타트코프스키, 가브리엘 포레와 같이 한국 관객에게 낯선 작곡가들의 전주곡도 선보일 예정이다.
지메르만은 "제가 그동안 배우고 연구했던 전주곡 레퍼토리들은 정말 무궁무진하다"며 "이미 유명한 작품 외에도 알려지지 않은 작곡가들의 너무나 아름다운 곡들을 한국 관객에게 꼭 선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실험적인 공연 방식을 기꺼이 승낙해 준 공연기획사 마스트미디어에 감사 인사도 전했다. 지메르만은 "이런 방식의 공연은 그동안 기획사들을 설득하기 쉽지 않아 이번이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며 "마스트미디어가 저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고 흔쾌히 협조해줘서 수월하게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메르만은 2024년 내한 리사이틀에 이어 올해도 13·15·18일 세 차례 서울 공연을 모두 롯데콘서트홀에서 치른다. 11일은 대전예술의전당, 20일은 부산콘서트홀, 22일은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공연한다. 까다롭게 공연장을 고르는 것으로 유명한 지메르만이 이토록 롯데콘서트홀을 선호하는 것은 젊은 관객을 불러 모으는 저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롯데콘서트홀은 세계의 많은 공연장 중에서도 특히 훌륭한 음향을 가지고 있다"며 "활발한 홍보 활동으로 끊임없이 젊은 관객을 불러 모으는 모습이 놀라웠다"고 했다.
지메르만은 그러면서 유럽에서의 클래식은 젊은 관객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재앙과 같은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롯데콘서트홀의 사례와 달리 유럽에선 젊은 클래식 청중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디어에서는 클래식 음악을 듣기 어렵게 되면서 유럽의 상황은 상당히 재앙에 가깝게 됐다"고 지적했다.
젊은 층의 클래식 외면은 유럽의 음악 교육 정책에 책임이 있다고 진단했다. 지메르만은 "젊은 관객들이 클래식 음악을 떠나는 이유는 음악이 학교 교육과정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어 "1982년 유럽 전역의 학교 교육과정에서 음악 수업을 완전히 배제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며 "학생들이 클래식 음악뿐만 아니라 어떤 형태의 음악을 배우지 않게 되면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의 교육 시스템에 대해서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지메르만은 지난해 제19회 쇼팽 콩쿠르 결선 진출자 11명 중 9명이 아시아계 피아니스트였다는 점을 아시아 교육 시스템의 성과 사례로 들었다. 그는 "한국과 일본, 중국의 젊은 피아니스트들의 약진이 계속되고 있고, 말레이시아의 클래식 시장도 더욱더 확대될 것"이라며 "유럽은 위대한 작곡가들이 다 유럽 출신이라는 생각으로 잠을 자고 있다. 얼른 잠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메르만은 "쇼팽 콩쿠르는 제게 출발점이라기보다 제 예술 인생에서 1970년대를 관통하는 하나의 '대관식'과 같은 사건이었다"고 회상했다.
hyun@yna.co.kr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