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엑소(EXO)가 왜 여전히 K팝의 '왕좌'를 지키고 있는지. 그 답은 무대였다. 6년 4개월의 공백을 넘어 다시 깨어난 생명의 나무처럼.
엑소는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사흘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 DOME에서 여섯 번째 단독 콘서트 '엑소 플래닛 #6 - 엑소라이즌 인 서울''을 열고 3만 2000여 명의 엑소엘(EXO-L)과 마주했다.
이번 공연은 시작 전부터 가요계의 뜨거운 감자였다. 일련의 사태를 거치며 5인 체제로 나서는 첫 공식 무대인 데다, 무려 6년 4개월 만의 공연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여러 일련의 사태를 거치며 5인 체제로 나선 첫 콘서트였기에, 엑소라는 거대한 이름의 무게를 온전히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표가 붙기도 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본 엑소의 무대에는 그 어떤 빈틈도, 부재의 흔적도 없었다. 도리어 다섯 멤버는 더욱 단단해진 결속력으로 무대 위 공백을 촘촘히 메워 나갔다. 6년 4개월이라는 공백이 무색할 만큼 견고해진 개개인의 역량은 엑소의 또 한 번 찬란한 '제2막' 가능성을 쏘아 올렸다.
자칫 당황할 수 있는 동선의 변화나 파트의 재분배마저도 원래 제자리였던 것처럼 매끄럽게 소화해 낸 모습은 베테랑 그룹의 내공 그 자체였다. 위기 앞에서 숨기보다 정면 돌파를 선택, 5인의 엑소 또한 여전히 '완전체'로서의 위용을 갖추고 있음을 웅변하는 자리였다. 흩어짐 없는 호흡과 더 짙어진 카리스마는 팬들에게 불안 대신 확신을, 우려 대신 기대를 안기기에 충분했다.
이번 공연은 엑소와 엑소엘(팬)이 6년 4개월 만에 다시 마주 선 자리였다. '엑소'와 '호라이즌'을 결합한 '엑소라이즌'이라는 이름처럼, 두 존재가 맞닿는 순간 새로운 서사가 열린다는 의미다. 특히 파워 보컬과 퍼포먼스는 물론, 생명의 나무, 개기월식, 붉은 기운, 초능력으로 이어지는 세계관 연출까지 더해지며, 엑소라는 팀의 근원을 다시 호출했다.
무엇보다 이번 공연은 엑소의 찬란한 역사를 단 하나의 무대 위에 펼쳐낸 기록과도 같았다.
포문은 엑소의 시작을 알렸던 '마마'가 열었다. 망토 군단과 함께 위용을 드러낸 오프닝은 그 자체로 거대한 '귀환'이자, 엑소의 새로운 '재시작'을 선언하는 선포식이었다. 이어 '몬스터', '중독', '으르렁', '러브 샷'까지 쉼 없이 휘몰아친 무대들은 그저 과거의 히트곡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억겁의 시간을 관통해 다시금 우리 곁으로 호출된, 가장 선명한 '현재형' 엑소의 증명이었다.
여기에 '파워', '돈트 파이트 더 필링', '런'으로 이어진 EDM 메들리부터 '템포', '코코밥', '콜 미 베이비' 등 타이틀곡 메들리까지 거침없이 쏟아내며, 14년이라는 유구한 디스코그래피를 단 한 호흡으로 압축해 전달했다.
무대 연출 역시 예술적 서사를 더했다. 금빛 성전을 배경으로 전개된 '엘도라도'의 웅장함, 꽃 모양 리프트와 레이저 맵핑된 나비가 환상적으로 어우러진 '나비소녀'의 잔상은 엑소만이 가진 독보적인 세계관을 시각적으로 재구성, 공연의 깊이를 더했다. 엑소가 걸어온 길은 곧 K팝의 역사였고, 그 역사는 이날 밤 다시 한번 새롭게 쓰인 셈.
멤버 개개인의 역량도 엑소라는 거대한 세계를 지탱하는 가장 견고한 축이었다. 수호의 격정적인 보컬이 공간을 압도한 '토탈 이클립스'부터 찬열의 강렬한 랩과 드라마틱한 댄스 브레이크가 인상적이었던 '그래비티', 천으로 만든 인형을 활용한 기묘하고도 매혹적인 안무로 시선을 앗아간 카이의 '지킬', 절제된 섹시미와 핫한 퍼포먼스로 장내를 달군 세훈의 '아티피셜 러브', 그리고 수호와 디오의 보컬 케미스트리가 애절하게 빛난 '베이비 돈트 크라이'.
각자의 매력을 투영한 스페셜 스테이지는 엑소의 무한한 확장성을 증명하며 보는 재미를 배가시켰다. 개개인의 존재감이 모여 만든 시너지는 엑소가 왜 '명불허전'인지를 다시금 확인시킨 대목이었다.
끝으로 왕관을 핵심 오브제로 활용해 몰입감 넘치는 서사를 쌓아 올린 '포에버'는 팬들과 함께 영원을 약속하는 상징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이어 20명의 댄서와 함께 폭발적인 군무로 무대를 집어삼킨 '백 잇 업', 그리고 절제된 섹시미의 정수를 보여준 '크레이지'가 엑소엘의 '떼창'을 또 한 번 키웠다.
이처럼 더욱 날 선 감각과 압도적인 장악력으로 '왕의 귀환'을 선언하듯 성대한 무대를 이어간 엑소. 대미를 장식한 것은 '크라운'이었다. 멤버들이 높은 공중 계단을 한 칸씩 오르며 무게감 있게 엔딩을 장식, 숱한 파도를 넘어 다시금 정상에 우뚝 선 엑소의 위용을 그대로 투영했다. 마침내 가장 높은 곳에서 서로를 마주한 이들의 모습은 진정한 '크라운'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보여주며, 엑소의 지평선이 앞으로도 멈추지 않고 계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멤버들도 눈물을 글썽이며 "오랜만의 공연이라 걱정도 있었는데 여러분 웃는 모습 보니까 힘이 났다. 엑소엘은 저희에게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같은 존재다. 14년 동안 변함없이 사랑해 주셔서 감사드린다"면서 "영원이 있다면 우리 이야기일 거라고 했었는데, 지금까지 그 자리를 지켜주신 여러분 덕분에 가능했다. 평생 무대에서 여러분과 함께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엑소는 서울을 포함한 전 세계 14개 지역을 순회하는 콘서트 투어에 돌입, 4월 호치민을 시작으로 5월 나고야, 타이베이, 방콕, 마카오, 6월 오사카, 자카르타, 홍콩, 쿠알라룸푸르, 7월 마닐라, 도쿄, 가오슝, 싱가포르에서 글로벌 팬들과 만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