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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엔비디아 젠슨 황 CEO는 한국의 e스포와 게임을 먼저 찾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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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T1베이스 캠프에서 '페이커' 이상혁을 비롯한 e스포츠 구단 T1의 '리그 오브 레전드' 선수단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이상혁의 사인이 담긴 기념품을 선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T1베이스 캠프에서 '페이커' 이상혁을 비롯한 e스포츠 구단 T1의 '리그 오브 레전드' 선수단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이상혁의 사인이 담긴 기념품을 선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일 한국을 찾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첫 행선지는 다소 의외였다.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도, SK하이닉스 연구시설도 아닌 서울 홍대 근처에 자리잡은 글로벌 게임단 T1이 운영하는 T1 베이스캠프 PC방이었다. 그는 이 곳에서 '페이커' 이상혁을 비롯한 T1의 '리그 오브 레전드' 선수단을 만났다.

"한국은 e스포츠를 발명했고, e스포츠를 관람하는 문화도 만들었다"며 찬사를 보낸 황 CEO는 "한국 게이머들은 이기기 위해 최고의 GPU(그래픽처리장치)를 선택했고, 바로 엔비디아의 제품이었다"며 자사의 '깨알 홍보'도 빼먹지 않았다.

이어 7일 황 CEO는 국내 게임사 중 AI 기술 개발을 선도하고 있는 엔씨와 크래프톤 경영진과의 별도 회동도 가졌다. 이번 방한 기간 중 글로벌 AI 혁명과 산업을 이끄는 대표적인 '그루'의 행보와 발언을 통해 한국의 게임과 e스포츠 산업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오른쪽)는 7일 서울 강남에 위치한 PC방에서 엔씨 김택진 대표를 만나 엔씨의 신작을 시연하고, 향후 피지컬 AI를 비롯한 차세대 기술 영역으로의 협력을 논의했다. 사진제공=엔씨
젠슨 황 엔비디아 CEO(오른쪽)는 7일 서울 강남에 위치한 PC방에서 엔씨 김택진 대표를 만나 엔씨의 신작을 시연하고, 향후 피지컬 AI를 비롯한 차세대 기술 영역으로의 협력을 논의했다. 사진제공=엔씨

엔비디아를 키운 한국 게임과 e스포츠

황 CEO는 이번 방한 기간 중 AI 반도체, 로보틱스,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첫 일정으로 T1 선수단을 만난 것은 분명 상징적이라 할 수 있다. 황 CEO는 지난해 방한 당시 엔비디아 행사 무대에서 '페이커'를 연호하면서 "PC 게임과 PC방, e스포츠가 없었다면 지금의 엔비디아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엔 아예 이상혁을 비롯한 선수들을 직접 만나 얘기도 나누고, 현재 사용하고 있는 GPU를 물으며 최신 제품인 지포스 RTX 5090을 증정하면서 "한국은 오래 전부터 내게 각별한 나라였고, 오랜 기간 엔비디아를 지지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강조했다.

절대로 '립 서비스'가 아닌 이유는 황 CEO가 지난 1993년 엔비디아를 창업하고 자신들이 만든 PC 게임용 그래픽카드를 직접 세일즈하기 위해, 이미 한국을 부단히 찾았기 때문이다.

당시 PC 시장의 가장 중요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인텔의 CPU(중앙처리장치)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영체제인 윈도우였고, GPU는 그래픽 성능을 높여주는 부품 정도로 인식됐다. 하지만 이후 한국에선 '바람의 나라'와 '리니지'를 시작으로 온라인 MMORPG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고, PC방을 중심으로 '스타크래프트' 열풍과 e스포츠 문화가 태동하면서 경쟁에서 좀 더 앞서기 위해 GPU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가 만들어진 것이다.

게이머들은 더 높은 프레임과 더 뛰어난 그래픽을 원했고, 게임사들은 더 화려한 그래픽과 넓은 가상세계를 구현하기 위해 경쟁했다. 결국 한국은 엔비디아 입장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 시장이자 최고의 '테스트 베드'가 됐다.

이를 통해 쌓은 기술과 경험으로 2000년대 중반부터 GPU가 단순한 그래픽 처리 장치를 넘어 대규모 병렬 연산에 적합하다는 것을 파악했고, 이후 AI 학습의 핵심 장치로 자리잡으면서 엔비디아는 AI 생태계 전반을 장악한 글로벌 기업이 됐다. 한국의 게임과 e스포츠 산업이 엔비디아의 성공과 AI 혁명의 '토대'가 된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닌 것이다.

왜, 엔비디아 젠슨 황 CEO는 한국의 e스포와 게임을 먼저 찾았나?

피지컬 AI 시대, 다시 주목받는 게임산업

그동안 AI는 사실상 반도체 산업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따라서 AI 투자 열풍이 불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한미반도체 등 하드웨어 기업들이 먼저 주목받았고, AI 산업 경쟁력 역시 GPU와 HBM(고대역폭 메모리), 데이터센터 확보 여부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AI 산업의 화두가 생성형 AI를 넘어 피지컬 AI로 이동하면서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로봇이 사람처럼 보고, 판단하고, 행동하도록 만드는 기술로, 제조 현장과 물류, 국방, 자율주행 등 실제 산업 현장으로 AI가 진출하는 단계다. 이 과정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산업이 바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피지컬 AI인 로봇을 학습시키고 실제로 투입되기 전에 수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할 수 있는 효율적인 공간은 바로 가상 세계다. 그런데 이미 게임사들은 게임 내에 현실과 유사한 물리 환경을 구현하고, 수많은 캐릭터와 이용자가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하면서 엄청난 데이터가 쌓인 버추얼 세계를 만들어 왔다.

이를 너무 잘 알고 있는 황 CEO가 최태원 SK 회장, 네이버 이해진 의장, 구광모 LG 회장과 회동에 이어 엔씨 김택진 대표, 크래프톤 장병규 의장 등을 연달아 만난 이유다. 엔씨의 경우 자회사 NC AI에서 MMORPG 개발력과 데이터를 축적, 생성형 AI '바르코(VARCO)'와 멀티모달 파운데이션 모델 '배키(VAETKI)'를 선보이며 게임 콘텐츠 제작을 넘어 국방 로봇, 자율 용접 로봇 사업에도 참여하는 등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크래프톤 역시 '테라'와 '배틀그라운드' 등의 게임 개발력과 데이터 등을 기반삼아 미국에 루도 로보틱스를 설립하고 휴머노이드 로봇 AI 개발에 뛰어들었으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는 피지컬 AI 공동 연구를 위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등 AI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AI 업계에선 언리얼 엔진이나 유니티와 같은 게임 엔진을 활용해 로봇과 자율주행 AI를 학습시키고 있으며, 테슬라와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게임 기술을 AI에 적극 활용하는 등 기술 산업의 집합체인 게임의 잠재력은 AI 혁명기를 맞아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AI 산업이 발전할수록 시장의 관심은 하드웨어를 넘어 이에 소프트웨어와 플랫폼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커졌는데, 특히 피지컬 AI 시대에선 AI 모델만큼이나 학습 환경과 시뮬레이션 기술의 중요성이 커질 수 밖에 없다"며 "이는 오랜 기간 게임업계가 축적한 대표적인 기술력과 역량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황 CEO가 이번에 게임과 e스포츠 대표 인물을 만난 것은 한국 게임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상징적인 장면이자, 재도약을 기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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