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64)이 영화 '상자 속의 양'을 통해 휴머노이드를 소재로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10일 개봉한 '상자 속의 양'은 죽은 아이를 대신해 한 집에 들어온 7세 설정 휴머노이드가 비로소 가족이 된다는 것의 기쁨과, 다시 버려질지 모른다는 불안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로,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어느 가족', '브로커', '괴물'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상자 속의 양' 개봉을 앞두고 스포츠조선과 만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휴머노이드의 자아를 다루는 SF소설과 영화가 많지 않나. 저희 영화는 거기에 초점을 두지 않고, 휴머노이드를 원하는 인간을 그리려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휴머노이드의 자아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니다. 그들의 자의식이 어디서 싹이 트는지 궁금했다. 일본 최첨단 AI를 만드는 분을 만나 취재할 때도 질문했는데, 자의식을 정의할 수 있다면 삭제시키면 된다고 하더라. 근데 정의를 내릴 수 없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불가능하다고 했다. 만약 휴머노이드의 자의식이 싹 트면 그건 다른 곳에서 오는 게 아닐까 싶다. 영화를 만들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에는 '상자 속의 양'으로 제7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기도 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칸에서 많은 취재진과 인터뷰를 했는데, 지나치게 낙천적이라는 평을 들었다. 그분들은 AI가 인간을 지배할까 봐 두려운 마음을 갖고 계셨고, 인간사회를 위협할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하셨다. 저도 어느 정도 예상을 하긴 했지만, 그 부분에 있어서는 서양과 동양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서양은 인간을 중심으로 생각해서 받아들이는 게 다른 느낌이다. '상자 속의 양'에서 인간은 두 번째다. 휴머노이드가 먼저 앞서 가지 않나. 그런 점에서 지나치게 낙천적으로 보여진 것 같다. 마지막에 부부가 숲에서 영원히 행복하게 사는 게 아니라, 결국엔 다시 인간사회로 돌아오지 않나"라고 전했다.
쿠와키 리무는 200대 1의 높은 오디션 경쟁률을 뚫고 세상을 떠난 아들과 똑 닮은 휴머노이드 카케루 역에 발탁됐다. 그는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의 작업 소감에 대해 "감독님이 굉장히 자상하시고 상냥하시다. 뭐든지 자세하고 친절하게 알려주셔서 감사했다"며 "사실 감독님이 그렇게 대단하신 분인 줄 몰랐다. 보통의 친절한 감독님이라고만 생각했지, 오늘 이 자리에서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이 아닌 휴머노이드를 연기하면서 어려운 점이 없었는지 묻자, 쿠와키 리무는 "일단 땀을 흘리면 안 된다고 해서 신경을 썼고, 달릴 때도 빨리 달리지 않아야 했다"며 "음식도 치아에 낄까 봐 연기를 위해서 먹지 않았다"고 답했다.
앞으로의 장래희망에 대해선 "이번 작품으로 연기를 하면서 즐거움을 느끼게 됐다. 현장에 친절하고 다정하신 감독님과 배우 분들이 계셔서 좋았다"며 "제 장래희망은 영화감독이 되어서 일을 열심히 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감독이 현장에서 가장 즐거워 보여서 그런 거냐"고 묻자, 쿠와키 리무는 "네!"라고 힘차게 답해 미소를 자아냈다.
최근 할리우드에서는 AI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생성형 AI의 활용 범위와 창작물 저작권, 배우의 초상권 등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할리우드에서도 AI를 쓰지 말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배우들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다만 비용 대비 효과나 효율을 생각했을 때, 지금 사람들이 하고 있는 일이 AI에 맡겨질 거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한국과 일본에서도 AI가 많은 일들을 대신하고 있지 않나. 영화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그렇게 되면 영화들이 모두 닮아져서 재미가 없어지지 않을까 싶다"며 "예를 들어 영화를 찍을 때 차를 세워두고 배경을 합성하는데, 그런 영화를 많이 보게 되면 촬영 과정을 금방 알 수 있게 된다. 안전과 효율적인 면을 생각하면 스튜디오에서 찍는 게 맞지만, 크리에이터로선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앞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2022년 개봉한 첫 한국영화 '브로커'로 송강호, 강동원, 배두나, 아이유, 이주영 등과 함께 작업한 바 있다. 그는 "배두나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자동차 신을 찍을 때 바람을 느끼면서 찍고 싶다고 해서, 저도 그 말에 동의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강동원과 한국에서 동시기에 경쟁작으로 맞붙게 된 소감도 전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어제 영화관에 갔는데, 강동원이 나온 '와일드 씽' 예고편을 봤다"며 "보면서 너무 그립고 만나고 싶었다. 강동원은 언제 봐도 변함없이 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차기작 계획에 대해 "일정에 차질 없이 순조롭게 진행이 된다면, 올 가을에 '룩백'을 개봉할 예정이다. 이 작품은 이미 다 찍었다. 다음 작품은 미국에서 찍기로 했다. 이전에 말씀드린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배경으로 한 작품은 포기한 건 아니고, 나중에 하게 될 것 같다"며 "기대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