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희 "카타르 국내리그에서도 침대축구하더라구요"

기사입력 2012-02-15 13:03


남태희. 수원=전준엽 기자

"카타르 국내리그에서도 침대축구하더라구요."

카타르리그는 국내팬들에게 선입견이 강한 리그다. 승부처마다 시간을 끌기 위해 어김없이 드러눕는 '침대축구'때문이다. 지난해 카타르리그 소속의 알 사드가 수원, 전북과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불미스러운 모습을 보이며 선입견이 더욱 진해졌다. '한국축구의 유망주' 남태희(21·레퀴야)가 프랑스 발랑시엔을 떠나 카타르에 새둥지를 틀었을때 축구팬들이 우려했던 것은 바로 이때문이었다.

그러나 남태희는 새로운 도전을 즐기고 있었다. 그는 "요즘 행복하다. 공격포인트를 올려서가 아니라 마음 편히 경기에 나설 수 있어서다. 카타르리그도 생각보다 수준이 높아서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남태희는 7경기에 나서 4골-3도움의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2009~2010시즌 발랑시엔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자멜 벨마디 감독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마음껏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그는 "감독이 믿음을 주고 있다. 주로 중앙에 기용되는데 사이드에서 포진될때도 수비부담없이 자유롭게 움직이게 해준다. 세트피스에서도 자주 키커로 나서고 있다"고 했다.

중동 문화에도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해외생활을 경험한 덕에 적응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특히 카타르에서 함께 활약하는 이정수와 조용형의 존재는 남태희에게 큰 힘이다. 남태희는 "정수형이랑은 거의 매일 만난다. 형수님이 미안할 정도로 잘 챙겨주신다. 밑반찬이니 밥이니 너무 챙겨주셔서 식사 걱정은 전혀 없다"며 고마워했다. 카타르의 최신식 시설과 기후 등 모든 면에서 만족해 하고 있지만, 침대축구와 관중수가 적은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그는 "침대축구가 당연하게 여겨지는지 항의도 잘 안하더라. 다행히 우리팀은 1위를 달리고 있어 침대축구를 안하고 있다"고 했다.

남태희는 카타르리그 이적으로 자신감 회복뿐만 아니라 올림픽대표팀 선발이라는 선물을 얻었다. 홍명보 감독은 런던행을 결정지을 수 있는 22일 오만과의 2012년 런던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5차전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남태희를 선발했다. 기존 멤버들을 선호하는 홍 감독의 성향에 비춰볼때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남태희는 "올림픽대표팀에 뽑히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했다. 뽑혀서 기쁘기는 한데 워낙 중요한 경기라 걱정이 많다"고 했다. 홍 감독과 남태희의 인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홍 감독은 2009년 국제축구연맹(FIFA) 이집트 청소년 월드컵(20세 이하)을 앞두고 남태희를 선발한 적이 있다. 결국 이집트 땅을 밟지 못했지만 남태희는 당시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남태희는 "워낙 대스타셔서 사진 한번 찍고 싶었다. 워낙 카리스마가 대단해서 어려웠던 기억이 있다"며 웃었다.

남태희는 빈공에 시달리고 있는 홍명보호의 히든카드다. 홍 감독도 "시차 적응도 필요없고 시즌 중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남태희가 우리팀에서 가장 좋은 컨디션일 것"이라며 기대를 나타냈다. 남태희는 기대가 부담스럽지만 홍 감독을 만족시키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는 "어느 위치에 뛰던 상관없다. 원하는 모습을 훈련장서 보여주고 싶다. 처음이라 출전이 힘들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떤 형태든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했다. 백성동(21·주빌로 이와타) 장현수(21·FC도쿄) 등 어린시절부터 친했던 선수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떠있다. 남태희는 "친한 동료들한테 문자로 '잘부탁한다'고 보냈다. 올림픽팀 분위기가 좋다고 들었다. A대표때보다는 또래들이랑 지내는거라 편하게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남태희는 오만전 활약을 바탕으로 올림픽대표팀에 자리잡고 싶다는 욕심을 드러냈다. A대표팀에도 다시 재발탁되고 싶지만 올림픽에 대한 욕심이 더 크다고 했다. 그는 "A대표나 올림픽 모두 욕심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실력적으로 부족해 A대표는 부담스럽다. 올림픽대표팀도 어려운 자리지만 또래 선수들과 함께하고 싶다"고 했다.

젊은 선수가 카타르리그에서 뛴다는 곱지 않은 시선에도 불구하고, 정작 남태희 본인은 행복해 보였다. 유럽에서 성공하겠다는 꿈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남태희의 스토리는 이제 시작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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