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호 1기의 방 배정 키워드는 '적과의 동침'이다. 20일 전남 영암의 현대사계절잔디구장에서 진행된 A대표팀 훈련에 참가한 이동국(왼쪽)과 곽태휘, 김상식이 훈련 중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영암=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같이 자고 싶은 사람끼리 자는 거지."
최강희 A대표팀 감독에게 선수단 방 배정에 대해 묻자 돌아온 답이다.
일부분 맞는 말이다. 1인1실이 배정되는 파주NFC와 달리 대표팀은 해외 전지훈련 기간에는 2인1실로 방을 배정한다. 해외는 아니지만 전지훈련 개념인 전남 영압 훈련에서도 이와 같은 원칙을 적용하게 됐다. 그동안 A대표팀 소집 시 방 배정은 감독의 특별한 지시가 없는 한 마음이 맞는 선수들끼리 함께 생활하는 쪽으로 배정이 됐다. 대체적으로 선수들의 의사를 최대한 고려하는 쪽으로 이뤄진다.
최강희호 1기 룸메이트 배정 코드는 '적과의 동침'이다. 같은 포지션 경쟁자들끼리 방을 쓰고 있다. 주전 수문장 경쟁을 펼치는 김영광(울산)과 정성룡(수원)부터 중앙수비수인 이정수(알사드)-조성환(전북), 왼쪽 측면 윙어 자리에 설 한상운(성남)-김치우(상주), 최전방 원톱 임무를 담당하는 이동국(전북)-김신욱(울산)이 방을 쓰는 식이다. 최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회의를 거쳐 방 배정에 일정 부분 관여를 했다.
나름대로 심오한 뜻이 담겨 있다. 같은 포지션에 서는 만큼 한 방에서 얼굴을 맞대고 생활하면서 서로의 장단점을 알려주고 해당 포지션에서 최적의 움직임과 활약에 대한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조성한 것이다. 아직 주전 윤곽이 100% 확정된 것이 아닌 만큼, 묘한 긴장감을 심어주려는 의도도 있다. 이를테면 숙소 생활도 훈련의 연장이라는 것이다.
본의 아니게 독수공방을 하는 선수들도 있다. '캡틴' 곽태휘(울산)는 룸메이트 홍정호(제주)가 오만과의 2012년 런던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5차전을 치르러 떠나면서 홀로 방을 쓰고 있다. 하대성(서울)은 김정우(전북)가 합류 직전 부상으로 하차하면서 룸메이트 없이 생활 중이다. 골키퍼 권순태(상주)와 수비수 김형일(포항)은 선수별 포지션 숫자가 엇갈리면서 함게 방을 쓰게 된 경우다. 27일이 되서야 A대표팀에 합류하는 박주영(아스널)은 같은 해외파 기성용(셀틱)과 한 방에서 생활할 예정이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오스트리아 전지훈련을 했던 허정무호도 같은 포지션에 서는 선수들끼리 방 배정을 한 바 있다. 당시 허 감독은 "일부러 맞춘 것은 아니다"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본선을 앞두고 포지션 경쟁자끼리 긴장감을 유지함과 동시에 경험을 공유하며 시너지 효과를 바랬던 측면이 있었다. 당시 방 배정을 통해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 선수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영암=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